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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한밥상 한가족’이 되어 주십시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29 16:34
조회
271

윤요왕/ 젊은 농사꾼


 대학교 다닐 때 참 열심히도 농촌활동을 다녔더랬습니다.


 4년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마지막 농활지인 이곳 춘천 고성리로 오면서 “나중에 귀농 하면 이곳으로 와야지” 생각했던 것이 현실이 된지 4년이 되었습니다. 지난 4년간 제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귀농을 하고, 집을 짓고 그리고 두 아이가 생겼습니다. 먼저 귀농한 형님들의 일을 도우며 머슴(?)살이를 하며 첫해를 보냈고, 2년차는 고향 친구들과 살 집을 직접 짓고 3년차는 감자와 고추농사 그리고 4년차... 그러나 아직도 부족하고 게으르기만 한 초보농사꾼 티를 벗지 못하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피부로 와 닿는 노동의 고됨과 그 가치에 조금씩 농민이 되어갔고, 농작물뿐만이 아니라 풀 한포기, 돌 하나 모든 것이 자연의 섭리에 의해 존재하고 있음을 어렴풋이나마 배웠습니다. 지금은 고추 천근을 따고 말리는 것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지요...


 이제 조금 정신 차리고 나와 주변을 돌아보니 농촌의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모두가 회생불가 판정을 내린 농촌! 정말 그렇더군요. 농림부도 농업관련 단체도 농촌의 대안을 선뜻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들과 청년들이 없는 노인만 사는 농촌, 빚더미에 올라앉은 몇 안 되는 젊은 농사꾼들 거기에 FTA... 그런데 이런 문제의 원인은 아주 간단한 누구나가 알고 있듯이 농산물을 제 값에 팔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지으며 농민들이 쏟아 부은 땀의 가치를 비농민들이 몰라주기 때문이지요.


 이 문제는 저 또한 피해갈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작년에 저는 하나하나에 5천 번의 손이 간다는 고추농사를 지었습니다. 내가 먹을 거다 생각하고 농약과 비료를 안치니 풀과의 전쟁에 병해충에 갖은 방법을 동원 해 보고 소용이 없을 때는 발만 동동 구르기도 했지요.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배어 나오고, 울컥 목이 메이기도 하는 고추가 헐값에 팔리기도 하고 혹은 의심을 받기도 하고 그도 아닌 것은 팔리지도 못하고 한쪽구석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볼 때는... 매년 겨울 다음해 농사 계획을 짭니다. 그런데 정말로 뭘 심어야 할 지 농사경력 10년 이상 되는 분들도 한숨만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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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출처 - ⓒ2006 전갑남 오마이뉴스


 먹거리는 일반상품이 아니지요. 농사꾼도 장사꾼이 아니더군요. 작년 겨울 많이 고민했습니다. 내가 생산한 먹거리가 일반 시장에서 상품으로 팔리지 않고 가족에게 나눠주듯이 농사를 지을 수는 없을까? 그래서 ‘한밥상 한가족’을 모으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밭에서 나는 모든 농산물을 ‘한밥상 한가족’들에게 나눠 주고 ‘한밥상 한가족’은 그것에 대한 일정한 금액을 제게 매월 보내주는 것입니다. 잘 팔릴 것 같은 농작물 한두 가지를 심어 대량으로 일반시장에 내어 의심받으며 파는 것보다 훨씬 의미도 있고 보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매우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으며 정착에 성공 할 수 있겠지요. 어떻게 파나? 하는 걱정대신 우리 ‘한밥상 한가족’에게 무엇을 보낼까 생각하며 씨앗을 뿌리고 가꿀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의 이런 생각이 현재 농촌의 대안일 수는 없겠지만, 모든 농민들과 모든 비농민들이 이처럼 관계를 맺는다면 농촌도 살아날 수 있다는 꿈을 꾸어 봅니다.


 이 편지를 쓸까말까 많이도 망설였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 옳은 방법인가 생각도 들고... ‘결국 지만 편하게 팔아보겠다고 장황하게 늘어놨네’ 생각하지 말아 주십시오. 꼭 ‘한밥상 한가족’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제 농산물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시장에 가시면 우리 농산물 비싸다 생각 마시고 농촌에 있는 형제를 살리는 일이라 여겨 주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 ‘한밥상 한가족’을 원하시는 분들께 ...


 - 올해 제가 드릴 수 있는 것은 감자(7월-10kg), 완숙토마토(7월, 8월-10kg씩), 건고추(9월말-태양초 10근), 고구마(10월-10kg), 검은콩(11월), 김장용 무(12월)입니다. 브루컬리와 깨, 풋고추, 작년 고춧가루는 조금씩 넣어 함께 보내드리겠습니다. 내년에는 잡곡도 좀 심고 벼농사도 지어 쌀도 보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한밥상 한가족’을 원하시면 제게 전화(017-382-3220)나 메일 wjjpyw@hanmail.net로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주십시오. 그리고 번거로우시더라도 농협 301072-52-012744 윤요왕 계좌로 매월 3만원씩 자동이체 하여 주시면 됩니다.


 - 그리고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사용해 보려고 합니다. 가족들의 의견도 듣고, 농사일지나 사진 등을 올리려고 하니 많이 들어오셔서 글 남겨 주십시오. 주소는 http://www.cyworld.com/wjjpyw


 이 편지를 쓴 윤요왕씨는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천주교 원주교구 정의평화위원회에서 일했으며, 지금은 강원도 춘천 인근에서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사짓는 일말고도 농촌 어린이들을 위한 공부방활동 등, 지역운동에도 열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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