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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이제 촛불을 다시 켜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1:39
조회
215

서정민갑/ 문화활동가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서 시작한 촛불시위는 탄핵반대 촛불시위 등으로 이어지면서 시민사회운동의 주요한 시위방식이 된 듯하다. 이제 FTA문제나 대추리 문제 등 다양한 시민사회의 의제들을 다룬 집회는 흔히들 광화문 주변에서 촛불시위의 방식으로 열리곤 한다. 그러나 요즘 열리고 있는 촛불시위에는 지난 촛불시위만큼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고 있다. 과연 무엇 때문일까? 이슈의 크기 자체가 달라서일까? 아니면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해서일까? 물론 그 이유는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촛불 시위의 메카니즘 자체가 잘못 이해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061220web05.jpg


지난 2002년 12월14일 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를 가진 추모행렬이
광화문 사거리를 가득 메운 채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에너지가 사라진 촛불


 지난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서 시작한 촛불시위는 네티즌 ‘앙마’에 의해 제안되긴 했지만 그는 시위를 제안하고 참여했을 뿐 그 시위를 기획하거나 조직하지 않았다. 그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수많은 네티즌들이었다. 그들은 미선이 효순이 사건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자신들의 감성에 맞게 재가공해서 인터넷 곳곳에 퍼 날랐다. 사건의 부당함과 공분은 인터넷을 통해 급속하게 확산되었으며 그러한 사전작용이야말로 촛불시위의 밑거름이 된 것이었다. 그리고 촛불시위가 제안되자 그들은 스스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자신을 드러냈다. 어느 조직이나 단체의 지도를 받은 것이 아니었기에 촛불시위에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주체였다. 촛불시위는 그들의 자치로 움직였다. 현장에서 사회를 뽑고, 참여한 사람들이 모두 발언하고, 함께 논의하고 결정하는 모습은 단지 집회의 주제만으로 민주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운영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처럼 참여자들이 스스로의 창조성으로 역동을 만들어갔던 것이 바로 촛불시위를 유지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에너지였던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열리고 있는 촛불시위는 사실 촛불만 들었을 뿐 이전의 집회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이미 사전에 정해진 사회자와 정해진 프로그램이 있고 전 체적인 진행은 조직된 대중들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사회자는 지나가는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지만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미리 준비된 촛불을 들고 사회자의 지시에 따르는 일일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촛불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들지 않았던 손에 촛불을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촛불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자들의 자발성을 기초로 시위가 시작되었으며 또한 그들의 창조성으로 시위가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특정이념이나 조직을 중심으로 수동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 있었기 때문에 촛불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촛불, 자치와 감동으로 살리자


 그럼에도 지금의 촛불시위는 이전의 촛불시위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잊어버리고 과거로 돌아가버린 듯하다. 여전히 촛불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촛불시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의 역동을 찾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실 문화제와 집회의 차이를 가르는 것은 집회에 공연 프로그램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가 아니다. 만약 그런 식으로 문화를 이해했다면 그것은 문화에 대한 도구주의적 관점일 뿐이다. 문화라는 것은 바로 소통과 운영방식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결국 철학의 문제로 이어진다. 지도할 것인가, 자치할 것인가. 설득할 것인가, 감동시킬 것인가. 과연 어느 쪽이 우리의 대안이며 미래여야 하겠는가. 다함께 고민해볼 일이다.


* 2005년 8월부터 이번 달까지 17개월 동안 글을 써준 서정민갑님의 연재를 마칩니다. 매월 함께해주신 서정민갑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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