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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호] 작심하고 하는 이야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1:26
조회
199

서정민갑/ 문화활동가


 맞아죽을 각오, 까지는 아니지만 작심하고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한사람의 문화활동가로서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활동가들에게, 진보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작심하고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문화예술운동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얘기다.


 후원행사에 초청해 공연도 후원해달라는 태도


 문화예술인들은 그대들에게 ‘동지’인가, 아니면 ‘딴따라’인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면 별걸 다 묻는다는 듯 당연히 ‘동지’라 답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시민사회운동진영에서 문화예술인들은 ‘동지’가 아니라 ‘딴따라’이다. 그들에게 문화예술인들은 한사람의 예술가나 개인활동가가 아니다. 그들에게 문화예술인들은 그저 자신들의 숭고하고 정당한 활동을 돕는 조력자이며 봉사자 혹은 ‘시다바리’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을 끌기 위해서나 여흥을 위해 즐거움을 만들어주면 그뿐, 그 이상의 가치는 필요가 없다.


 그러니 문화예술인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이들이 얼마나 큰 어려움 속에서 생활을 하는지, 얼마나 많은 고통 속에서 창작을 해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그저 이들이 어렵게 어렵게 만들어놓은 창작의 성과물이 필요할 때만 호출하듯 이들을 부른다. 아주 아주 숭고하고 대단한 의미를 가진 자신들의 활동을 도와달라고, 그러면서 문화예술인들의 피땀 어린 창작물들을 그냥 가져다 쓴다. 세상에 씨뿌린 다음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농사가 어디 있는가? 그럼에도 문화예술인들의 피땀어린 고뇌로 작품이 만들어질 때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다가 그냥 와서 수확만 해가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동지’를 대하는 태도인가?


 파업 농성장에서 민중가수를 부르면서 자신들의 일당보다 적은 금액을 페이라고 주는 것을 보았다. 민중가수들 수고비는 어떻게든 깎으려 하면서 뒷풀이 때는 비싼 회를 먹는 노동조합 간부들도 보았다. 노래를 못하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민중가수들에게 주는 페이는 비싸다고, 돈독이 올랐다고 입방아를 찧으면서 대중가수에게 몇 배로 주는 페이에 대해서는 군소리 한마디 하지 않는다.


 자신들의 단체 후원행사를 위해 문화예술인들을 부르면서 그 공연마저 후원을 부탁하는 사람들. 정말 고맙다고 머리를 숙이지만 그들 대부분은 초청한 문화예술인들의 공연 한번 돈 내고 본적 없고, 그들의 작품 한 번도 직접 사본 적이 없다. 그러면서 나중에 좋은 기회가 되면 꼭 모시겠다 한다. 말뿐이다. 나중에 좋은 기회가 생길 때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이름자하는 사람들, 그러나 평소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다.


 문화예술인 활동도 운동이다


 ‘동지’를 이렇게 대해도 되는 것인가? 자신들의 활동은 와서 돕고 후원해야 하는 것이고,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은 그저 편하게 대가 없이 가져다 써도 좋은 것이라면 ‘동지’들의 활동은 어떻게 유지될 수 있겠는가? 문화예술인들은 시민사회단체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한번인 후원이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한달 내내라면 어떻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겠는가? 문화예술인들에게는 활동비를 주는 단체도 없고, 후원하는 후원자도 없다. 오직 자신의 힘으로 버틸 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이들의 활동을 날로 먹으려 하지 마라. 운동은 시민사회단체만 하는 게 아니다. 문화예술도 운동이고 문화예술인들도 운동한다. 운동하는 사람은 서로 서로 도와야 한다. 그래야 진짜 동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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