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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0호] 법치국가적 인권보장과 여성주의의 도전 (조국, 형사법의 성편향/박영사, 2판, 2004)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17
조회
429

홍성수 박사/ 고려대 기초법연구센터 연구원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vs 여성주의


근대 (형사)법체계는 인권보장이라는 나름대로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남성 편향적이고 여성 차별적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여성주의운동진영에서는 강간죄 객체규정의 확대, 강간죄 성립요건의 재구성,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피해자 보호 강화, 매 맞는 여성에 대한 보호 강화, 성희롱의 범죄와, 비동의간음의 범죄와, 반여성적인 포르노그라피 규제 등을 주장해 왔고, 그 중 일부는 법체계 내에서 수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법치국가에서 이러한 여성주의의 주장이 전적으로 수용될 수만은 없다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여성주의적 관점‘만’을 전적으로 수용하다보면, 인권보장을 위한 법치국가 원리가 불가피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간죄의 성립요건을 완화하는 것은 증거재판주의의 원칙을 무력화시키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고,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에 대한 보호는 법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여성주의와 법치국가적 인권보장 : 절충? 타협?


<형사법의 성편향>은 바로 이렇게 중요하고도 어려운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하는 책이라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이 책은 형사법의 남성편향을 치밀하게 비판하면서도, 여성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법치국가원칙을 침해할 위험에 눈감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한편으로 강간죄문제(제1장, 제2장), 형사절차에서 성폭력범죄 피해여성의 보호의 문제(제2장), 매 맞는 아내의 문제(제3장, 제4장)에서, 남성 편향적 형사법체계의 전면적인 개혁을 주장함으로써, 진정한 여성인권의 회복을 꾀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비동의간음의 범죄화, 간통죄 존속, 성매매에 관한 단선적 범죄화, 포르노그라피에 대한 과도한 규제 등에 대해서는 오히려 반대의 입장을 개진한다.(제5장) 저자는 한편으로 여성주의의 입장을 형사법체계에 내에 상당 부분 수용하려고 하지만, “모든 반여성적 행위를 일률적으로 범죄 화하려는 여성주의의 요구”(290쪽)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컨대, 저자는 여성주의의 문제제기가 법치국가의 인권보장체계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수용될 수 있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입장에 대해, ‘어설픈 절충’ 내지 ‘정치적 타협’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이러한 입장이 여성주의진영과 법조계 모두에게 불만족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법치국가 형사법의 원칙과 여성주의의 문제제기 중 어느 하나를 배제하지 않는 한, ‘좋은 의미의 절충과 조절’은 불가피하다고 하겠다. 문제해결을 위한 법적 수단으로는 ― 형벌 외에도 ― 민사제재, 행정제제, 제3의 대안(중재, 조정 등)이 있으며, 법 이전에 교육적·사회문화적 해결방안도 있다. 무엇보다도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이러한 해결방안 중에서도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에서 법치국가원칙과 여성주의의 입장을 조절하고 절충하다 보면, 여성 주의적 관점의 도입이 곤란하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의의와 전망


마지막으로, 이 책의 미덕은 무엇보다도 ‘읽기 쉽다’는 점에 있다. 전문연구서임에도 불구하고 정돈된 논리를 유려한 문체로 전개하고 있기 때문에, 법학자는 물론이고 비법학전공자나 일반시민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국내외의 연구 성과를 성실하게 인용하고 검토하고 있는데, 이 점은 이 책의 학문적인 가치를 더해 줌은 물론이고, 관련 분야를 좀 더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책은 ‘형사법’ 이외의 다양한 법적·제도적 대안을 다루고 있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있어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홍성수 박사가 인권연대 홈페이지 ‘홍성수의 인권읽기’ 코너에 기고한 글을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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