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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호] 인권현장 이런 저런 이야기 - 박종철, 그리고 20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3:32
조회
201

인권연대 편집부


 박종철, 그리고 20년


 대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받아 숨진지 20년이 되었다. 고문은 가장 전형적인 국가폭력이었다. 고문과 폭력이 일상화된 어두운 시대, 박종철의 죽음은 일상적 폭력으로 둔감해진 시민들의 양심을 깨웠다. 그의 죽음이 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된 것이다.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박종철의 죽음으로 시작되었던 항쟁의 물결이 거리를 뒤덮고 우여곡절 끝에 군사정권도 끝이 났다. 군부의 집권 가능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시간이 지났고, 많은 것이 바뀌었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한국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몇 안 되는 나라라고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이렇게 때가 되면 아무런 부담 없이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고, 야만의 시절을 추억할 수도 있게 되었다.


 박종철 열사의 추도식이 열린 남영동 대공분실, 7층 건물엔 박종철 열사의 얼굴이 내걸리고, 마당에는 수 백 명의 추모인사들이 자리를 메웠다. 정치인들, 예전의 재야인사들이었다. 학생운동이 침체된 탓인지 대학생 박종철의 친구여야 할 학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고, 박종철 열사가 함께하고자 했던 노동자들도 눈의 띄지 않았다. 행사는 깔끔하게 진행되었고, 또 장엄했다. 그렇지만, 열사의 죽음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는, 스스로를 가다듬고 민주화투쟁의 의미를 새기는 불편함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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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7년 고문치사 사건으로 박종철씨가 숨진 서울 용산구 남영동 옛 대공분실(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  


 앞마당에서 지난 14일 오후 ‘박종철 열사 20주기 추모식 및 6월 민주항쟁 20년 사업 개막 선포식’이 열렸다.   / 사진 출처 - 한겨레


 의식 있는 영화배우가 사회를 보았지만, 거리 집회 등 지금 진행되는 싸움에서 느끼는 불편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20년이란 시간 때문인지, 아니면 그만큼 쟁점이 해소되고, 이미 죽어 없어진 야만의 시대를 그저 회고하기만 해도 좋아서인지 또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다.


 죄 없는 한사람의 대학생의 죽음에 기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부담 없는 회고를 통해 그 죽음의 의미마저 박제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선생은 또 한사람의 치열한 인권운동가로 기억되고 있다. 노구를 이끌고 여전히 바람 맵찬 거리에 서 있다. 스스로 아들의 죽음이 박제화 되는 것을 거부하며 “민주화운동만 추억하는 것은 너무 낡았다”고 한다. 아들이 못 다 한 싸움을 민주화되었다는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박종철 열사의 20주기를 추모하는 그 순간에 그는 “KTX 여승무원 복직 등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스스로 깃발이 되었던 박종철이 이제 잘 표구된 액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아야 하고, 여러 사람들의 깃발로 언제든 나부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안에 남영동 대공분실에는 박종철 열사를 기억하는 소중한 공간이 마련될 것이다. 민주주의와 인권이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생생한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배움의 터전이다.


 그러나 계승 없는 기념, 불편하지 않은 기념이어서는 곤란하다. 박종철 열사가 언제까지나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존재였으면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된 계승이고, 또 제대로 된 추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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