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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호] 문재인 변호사의 친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0 15:46
조회
187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일부는 회전문 인사라고 하지만, 문재인 변호사가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게 된 것은 잘 된 일이다. 협잡이 판치는 정치판에서 비교적 ‘정치인’답지 않은 면모를 잘 지켜온 것이나, 지난 시절 인권변호사로서 부산지역에서 고군분투했던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하다.


 그가 대통령 비서실장에 기용된 것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오랜 인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임기 말의 비서실장은 마지막 순간까지 대통령을 온몸으로 보위하는 책무를 맡게 된다. 마지막 비서실장은 정치적 고려보다는 인간적 고려, 대통령 개인의 신뢰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


 예전부터 노무현 대통령은 스스럼없이 자신을 ‘문재인의 친구’라 했으니, 이런 식의 인사는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어려울 때 함께하는 의지하며 친구끼리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흠잡을 데 없는 일이다.


 그렇지만 문재인 변호사의 선택은 공직자라면 당연히 지녀야 할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자세를 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친구 따라 강남을 갈 수는 있지만, 친구 따라 공직을 맡는 것은 ‘우정’말고 다른 무엇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한미 FTA 협상 타결 직전, 일부에서는 대통령이 협정 내용이 잘못되었다며 협상 부결을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의 속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에게 혹시 그럴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물으니, 그는 ‘문재인 역할론’을 말했다. 문재인 실장이 작심하고 반대한다면 대통령으로서도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권부의 깊숙한 내막은 알 바 없지만, 적어도 문재인 실장이 FTA와 관련하여 대통령의 뜻에 반기를 들었다는 정황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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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2일 비서실장 이취임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고 있는 문재인 비서실장.
사진 출처 - 청와대


 연고에 따른 친구사이는 차고 넘칠 만큼 흔한 것이 한국 사회이다. 그렇지만 노무현과 문재인 사이의 우정은 부산이라는 지역적 연고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 믿고 싶다. 운동을 하다 만난 사이이기 때문에, 그들의 우정을 묶는 매개는 바로 민중의 친구가 되기 위한 우정 정도로 설명될 것이다. 이런 우정을 흔히들 ‘동지애’라고도 한다.


 참으로 궁금한 것은 노무현은 문재인의 친구가 될 수 있는데, 왜 민중은 문재인의 친구가 될 수 없냐는 것이다. 한미 FTA가 가져올 파장이 어떨지, 그 실체를 아직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가난한 사람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고 그 결과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것은 뻔해 보인다. 소극적으로 노무현의 친구라도 이런 일은 말렸어야 했고, 노무현의 동지라면 결별을 각오하고 그와 싸워야 했다. 노무현의 친구이자 동지인 천정배가 오늘까지 24일째 단식투쟁을 벌이는 것과는 너무도 다른 행보이다. 노무현보다 훨씬 더 소중한 민중을 위해 자기 자신을 던지는 모습은 최소한 문재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노무현 정권에서 인권이 본격적인 후퇴를 거듭하게 있다는 것은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다. 임기 말을 맞아 그런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 관료들의 패악도 심각하다. 그런데도 문재인은 여전히 노무현의 친구로서의 역할에만 충실한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친구 따라 망가져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때 민중의 친구가 되겠다고 장담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저 노무현의 친구로만 자족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사람이 귀한 시절일수록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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