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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버마 8888 민중항쟁 19주년 행사 진행 후기 -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것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1:54
조회
181

이주현/ 인권연대 인턴활동가


 오랜 기간을 살지는 않았지만 살다보면 더욱 더 깊이가 깊어져 가는 것들이 있다. 부모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친구들 간의 우정 등. 물론 상황에 따라 이와 같은 것들은 그 깊이가 증오로 찰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깊이가 증오로 차지 않는다면 서로간의 사랑은 더욱 깊어져 결국에는 ‘믿음’ 이라는 큰 결실을 맺기도 한다. 믿음이란 어떤 사람이나 대상에 의지하며 그것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여긴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자신들이 바라고자 하는 바에 절실한 사랑이 가득한 사람들을 한달 넘게 만나고 있다. 이들은 포기할 줄 모른다. 끝까지 낙천적인 모습으로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며 그곳의 민주화가 하루 빨리 이루어지길 바라며 이곳 먼 한국 땅에서 투쟁을 하고 있다. 혹자는 이들을 버마의 ‘김구’라고도 한다. 타지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모습이 필시 백범 김구 선생과 다를 바가 없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88년 8월 8일은 버마인들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마치 한국의 국민들이 80년 5월 18일을 잊지 않고 있듯이, 88년 8월 8일은 버마에 있어야 할 민주주의가 도래했어야 할 날이었으며, 군사독재를 몰아내 그곳의 민중들의 민주주의를 향한 사랑이 믿음이라는 결실로 이루어졌어야 할 날이었다. 그러나 2007년 현재에도 버마의 군사독재는 계속해서 그곳의 민중들의 눈과 귀 그리고 입까지도 총과 칼로 봉쇄하고 있다.


 버마 8888 민중항쟁 19주년을 맞이하여 8월 7일부터 8월 11일 까지 한국의 단체들과 버마의 단체들은 버마의 민주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사진전 및 후원주점을 진행했다.


 8월 7일에는 종각역에서 한국의 시민들에게 현 군사독제 체제하에 신음하고 있는 버마의 상황을 알리기 위한 제 31차 Free Burma Campaign을 진행했으며, 8일에는 버마 대사관 앞에서 버마의 민주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9일, 10일은 버마의 현 상황을 알리는 사진전, 그리고 11일 토요일에는 시청역 오키도키에서 버마 8888민중항쟁 19주년 기념 후원주점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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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마 8888 민중항쟁 19주년 기념 기자회견 모습
사진 출처 - 버마NLD 한국지부


 기자 회견 당시 버마 대사관 앞에는 경찰들이 방패를 들고 대사관을 지켰으나, 경찰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버마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서 성명서 전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결국 경찰들이 들고 있던 방패는 버마 대사관의 무너져가는 위신을 지켜주려는 요식행위였으며, 그들의 진심은 이미 버마의 민주화를 염원하고 있는 것이다.


 후원의 밤 행사 때였다. 흥에 겨운 버마인들은 행사의 끝자락에 블랙홀의 공연을 관람하면서 하나 둘씩 무대위로 올라와 신나게 춤을 추기 시작했다. 블랙홀 이후에 공연을 한 이주노동자 밴드 스탑크랙다운이 공연을 마치고 무대를 내려오려 했을 때 버마인들은 아예 밴드가 나가지 못하도록 인간 띠를 만들어서 결국 2곡의 앵콜곡을 더 부르고 무대를 내려와야 했다.


 버마인들의 흥겨운 ‘춤사위’를 보면서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들었다. 저 사람들이 언제 쯤 그들의 고국에서도 흥겨운 춤을 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진정 자신들의 조국을 사랑하면서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그들의 마음이 언제 쯤 믿음이라는 결실을 맺을지 정확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끊임없이 사랑한다. 때로는 슬프게 그리고 때로는 유쾌하게. 설령 그것이 짝사랑일지라도 그들은 계속해서 사랑을 한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이미 믿음이라는 결실이 마음속에 싹트고 있으며 희망이라는 영양소를 계속 공급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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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각역 내에서 진행된 버마 8888 민중항쟁 19주년 기념 사진전


행사 주간 내내 비가 내렸다. 그러나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상황에서도 모든 행사를 진행한 그들과 우리에게는 민주주의를 향한 사랑이 있으며 이와 같은 사랑이 깊어져 결국 믿음이라는 큰 결실을 맺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하여 버마의 국민들은 자국에 의지하며 자국 또한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날이 하루 빨리 도래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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