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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호] 선교, 이해와 배려가 우선되어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1:38
조회
193

김대원/ 인권연대 운영위원


 아프가니스탄 인질사태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모두들 하루빨리 협상이 타결되어 더 이상의 희생 없이 남은 사람 모두 무사귀환하기를 바라는 마음이겠지만, 한 쪽에서는 여러 이유로 피랍자들과 한국 개신교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물론 고통을 겪고 있는 당사자들과 가족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순간이고 그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적어도 한국의 개신교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 전에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을 무력으로 침공하고 한국을 전쟁에 끌어들인 미국은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피랍자들의 무사귀환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벌인 전쟁을 중지하고 아프간의 운명을 아프간 민중들에게 맡겨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탈레반의 비인도적 행태가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투쟁의 목적이 무엇이든 방법도 정당해야 한다. 봉사활동이 목적이었던 무고한 민간인들을 인질로 삼아 생명을 빼앗는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역시 평화를 열망하는 종교인들과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방인 미국의 요청’ ‘국익’ 운운하며 강대국의 요구에 끌려 다닌 결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아프간과 이라크 등에 파견한 우리 군을 철수하고 국민의 생명을 최우선해야 한다.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이 납치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 대상은 대부분 개신교의 해외선교사나 자원봉사를 위한 단기방문자들이었다. 국내에서 “불신지옥”을 외치며 거리에서 폭력적으로 전도하는 일부 개신교인들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한국교회의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선교활동 형태에 있다. 상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하는 사람의 열정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방적 교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자기 신념을 타인에게 전하고 싶은 것이야 당연한 욕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개인관계에서도 나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상대의 조건을 고려하듯이 해외선교 역시 마찬가지일 것인데 한국 개신교의 경우 현지인을 역사와 문화를 지닌 인간으로 보지 않고 선교 대상으로만 여겨 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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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21


 한국 개신교의 해외선교사는 지난 2006년 말 기준으로 173개국에서 1만 6천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어떤 목사는 해외선교사 파송 1위 국가가 목표라고도 한다. 세속과는 다른 권위와 질서를 이야기하는 기독교마저 성장주의 물량주의적인 한국인의 습성으로 물들어 버린 것이다. 이처럼 타종교와 타문화에 대한 배려나 이해 없이 경쟁적으로 해외로 나섰기 때문에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 이번 피랍자들과 같은 단기선교는 더욱 문제일 수 있다. 분당 샘물교회 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형교회들이 지금도 위험한 곳에 청년들을 단기선교라는 명목으로 보내고 있다. 순수한 봉사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번 피랍자들의 경우만 보아도 이동시간을 빼면 5-6일라는 짧은 시간 동안 세 군데 지역에서 봉사하는 것으로 도대체 무슨 효과를 기대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이처럼 효과와 무관하게 단기선교를 강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일부 대형교회의 성직자들이 교회를 위해 무엇인가 큰일을 하고 있음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면이 있는 것이다. 작년 8월에는 한국 개신교회가 이번 납치사건이 벌어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서 한국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추진했던 ‘2006 아프가니스탄 평화축제’라는 대규모 종교집회가 단적인 예이다. 결국 이슬람 성직자들의 반발과 신변 안전 문제로 한국인 신자 1,200여 명이 출국 명령을 당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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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전하는 사람의 열정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교회의 자기중심적이고 독선적인 선교활동 형태가 문제가 되고 있다.
출처 - 세계일보


 물론 분쟁지역이야말로 어느 곳보다 봉사와 구호활동이 절실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현지인의 삶과 함께 하려는 봉사활동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토록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실천하려는 사람들이 멀리 해외로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 주변에서 선교와 봉사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이웃, 거리에 나앉은 노숙인,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노인들에게는 어찌 눈길조차 주지 않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잠시 언급한 것처럼 세계 유례가 없는 성장가도를 치달아 온 한국 개신교는 무한경쟁 속에서 성공과 성장이 곧 진리라는 자본주의 속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오랜 기독교 역사 속에서 소중한 가치로 여겨져 온 겸손과 절제와 헌신 등은 설 자리를 얻지 못하고 오히려 강해지는 법, 성공하는 법, 남을 이기는 법을 교회에서 가르치는 지경이다. 어찌 이러한 가운데에서 타종교 타문화에 대한 이해와 배려, 경쟁 속에서 도태된 이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능했겠는가.


 한국 개신교는 이제 대답해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선교’라는 것이 과거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함께 제3세계에 전파되었던 형태의 정복주의적인 것인지 아니면 세상이 만들어 놓은 경계를 넘어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평화를 위해 하나 되는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 부디 참다운 선교는 남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남을 사랑하기 위한 신앙의 행동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그래서 배타성을 극복하고 한국사회와 해외 선교지의 문화와 사회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노력하며 타종교와도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인류사회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대원 위원은 성공회 서울교구 사회사목담당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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