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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호]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부정하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31 14:59
조회
141

김희수/ 인권연대 운영위원


 노무현 대통령님께서는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파병 연장이라는 또 한번의 통-큰 결정을 내리시면서 국회와 국민의 이해·협조를 부탁드렸습니다.


 대통령님께서는 그 이유에 대하여 자이툰 부대의 이라크 주둔은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 지방정부의 강력한 요구가 있고, 현지 주민들의 절대적 신뢰를 받으며 현지에서도 가장 모범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를 위하여 한∙미공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이라크 진출 기업이 늘고 있는 점 등을 구구절절 말씀하시면서 대통령으로서의 고민을 토로하였습니다.


 다양한 이유 중에서 단 한 가지 핵심적인 이유를 말한다면 그것은 한∙미공조다. 다른 말로 하면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고 미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심정을 이해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의 5천년 역사에서 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았던 시기는 과연 몇 년이나 될까.
과거 동북아를 호령하면서 당당하게 중국과 맞서 싸우고 조국의 정체성을 지켜낸 위대한 시기와 중화사상에 찌들어 빌빌대면서 중국을 떠받들고 눈치를 보면서 살아왔던 시기가 있었다. 위 두 가지 중에서 무엇이 위대한 국가였고 민족이었는지 국민은 다 알고 있다.


 그러면 이라크 파병과 미국 그리고 우리는 무엇인가.
해방이후의 공간에서 미국은 냉전의 전초기지로 남한을 선택하였고, 냉전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정통성 없는 정권들을 묵인 지원하였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는 독재정권에 대해서도 기꺼이 두 팔을 벌리고 포옹하였다.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을 찾는 것과 같다고 우리 국민들을 조롱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다가 전 세계적으로 냉전이 종식되고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욕구가 엄청난 힘으로 분출하자 더 이상 독재정권을 용인하고 지원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재빨리 깨닫고 마치 민주주의의 전도사가 되는 양 태도를 바꾸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 취한 행동의 변화였지 우리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혹은 민주화를 위하여 취한 행동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국 친구가 우리의 근현대사에서 기여한바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며, 긍정적인 기여도 일부 있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식의 침략전쟁에 몸 팔기를 요구하는 것은 분명한 죄악이며 진정한 친구로서 할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베트남 해방전쟁에 미국의 용병으로 참가하여 베트남 민족에게 치유하기 어려운 고통을 남긴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하기 두려운 역사의 진실과 교훈을 어느덧 잊고 또다시 미국의 침략전쟁지인 아프간과 이라크에 용병을 파병하는 우를 저질렀다.


 그 결과로 우리가 얻은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이라크에서의 김선일씨의 죽음, 아프간에서의 민간인 납치와 살해, 국민적인 고통과 충격 그리고 국력의 낭비, 이라크와 아프간 민중들의 고통, 아랍권에서의 성토와 불신 이런 것을 얻었으니 국익에 부합한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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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오후 서울역 앞 광장에서 파병반대국민행동 주최로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와 이라크 점령 종식을 위한 한-미 공동 반전 행동이 열렸다.
사진 출처 - 뉴시스


 세계평화라는 이름으로 그럴듯하게 포장된 침략전쟁에 우리가 꼭 몸을 팔지 않고도 얼마든지 세계평화에 기여할 방법은 널려 있다. 어떠한 이름으로도 전쟁이라는 악마는 해당화가 될 수 없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내려온 정당한 전쟁이라는 것도 한풀 뒤집어 보면 모두가 위선이고 허위였으며 궁극적으로는 이기적 욕망을 다스리지 못한 죄악이었다. 심지어 중세의 십자군 전쟁도 정당한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다는 사실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내가 절대적 평화론자인것도 아니다. 만일 조국이 위험에 처한다면 나부터라도 총을 잡고 나갈 것이기에 나는 스스로 평화론자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헤겔같은 철학자까지도 전쟁은 인류문화의 진보를 위한 불가결한 수단이며, 영구적 평화상태는 마치 고인물이 썩듯이 국민의 심성을 부패하게 한다고 헛소리를 지껄였지만, 이는 아니다. 전쟁은 결코 인간과 국가를 숭고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전쟁에서 승리하는 자도 패배하는 자도 모두 파탄만을 경험하게 만들 뿐이며, 진정한 평화만이 인류문화의 진보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겪은 한국전쟁을 통해서 우리 민족은 숭고해졌는가 아니면 도탄에 빠졌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는 답이다.


 우리가 겪은 전쟁의 참화를 기억한다면 다른 국가와 민족들이 겪을 전쟁의 참상도 기억해야한다. 미국의 침략전쟁에 들러리로 참가해서 다른 국가와 민족을 피폐하게 만들고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 더 이상 미국의 눈치 보기와 비위 맞추기식으로 국가의 정책 방향이 천박∙궁색하게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진정한 미국의 친구로 남으려면 미국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을 때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오히려 친구다운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눈치보고, 들러리 서면서 몸을 판다고 해서 우리의 우정이 깊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도 우리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더 이상 나쁜 들러리를 요구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을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의 선택에서 국민은 대통령 후보자 중에서 누가 진정으로 평화와 생명을 존중하고 살아온 사람이며, 위장세력과 무리가 누구인지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


 김희수 위원은 현재 전북대 교수로 재직 중에 있으며 창조한국당 전북도당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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