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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호] 제59차 수요대화모임 지상 중계(08.3.26) - 왜 68혁명인가? - 68혁명의 현재적 의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9-01 10:45
조회
225

조정환 / 도서출판 갈무리 대표, [다중지성의 정원] 상임강사


 1968년 5월 프랑스에서 파리대학 낭떼르 분교의 학생들이 교육개혁을 외치며 시위에 나선 것이 68혁명의 발단이었다. 학생들의 시위는 여성운동, 반핵운동, 반전운동, 동성애자운동 등과 결합되면서 프랑스 사회를 뒤흔들었다. 좌파 정당 등 기존의 좌파세력과는 무관한 새로운 운동이었다. 공산당과 사회당 그리고 노동조합은 오히려 이 새로운 운동주체들과 대립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발생한 운동과 동일한 혹은 유사한 성격과 구조의 혁명들이 이후 전 세계 여러 나라에 전염적으로 확산되어 그야말로 전 세계가 혁명적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갔다.


 이탈리아의 경우가 주목할 만한 사례인데 프랑스의 운동이 6월 선거로 종식된 지 일년도 넘어서 시작된 이탈리아의 ‘뜨거운 가을’은 1979년 4월의 대진압으로 막을 내릴 때까지 10년여 지속되었다.


 그러므로 68혁명은 1968년의 프랑스 혁명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전 세계에서 분출된 혁명적 소용돌이 전체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전세계적으로 진행된 68혁명


 1945년 이후 20년 이상 동안 유럽은 전후의 장기호황을 누렸다. 산업 노동을 자본주의 발전의 협력적 견인차로 배치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호황이었다. 케인즈의 제안대로 서구 국가들은 노동자에게 생산성 상승에 비례하는 임금상승을 보장하면서 노동계급을 자본과의 성장 동맹 속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급속한 기계화, 자동화의 과정과 결합되었다. 기계화와 자동화는 생산과정에서 노동의 지위를 하락시키고, 따라서 실업자가 늘게 된다. 여성은 기존의 가사 노동에 공장 노동까지 수행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대학이 늘어나면서 대학생의 사회적 지위도 급락한다. 보장받는 노동계급과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계급 사이의 격차는 심화된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말이다.


 68혁명에서는 이전의 노동자 중심의 대규모 운동과 달리, 노동 차원에서 제기되던 운동의 과제들이 삶의 차원으로 이동하면서 삶의 다양한 욕망들이 운동의 의제로 등장하게 된다. 이전의 운동이 대항 권력, 즉 새로운 권력의 수립을 원한 것이었다면, 68혁명은 권력 자체에 대한 거부가 명시적으로 드러나고, 권력에서 삶으로의 하방이 운동의 지향으로 드러난다.


 모든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불복종 경향은 운동의 목표를 국가권력 장악에 두는 것에 반대하도록 만들고 관료주의에 대항하는 민중들의 자치를 지향하도록 만든다. 두 번의 세계대전에서 좌파정당들이 전쟁에 협력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68 운동세력은 참전 거부 등의 적극적 행동을 통해 반전운동을 벌인다. 각 민족의 자결을 바탕으로 국제적 연대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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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불복종 운동


 68혁명의 결과 혁명의 의도와는 달리 초국적 금융자본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케인즈주의를 넘어서는 신자유주의를 강화하게 된다. 냉전 종식의 중요한 모티브를 제공하고, 정통적 사회주의가 붕괴하게 된다.


 정리 해고의 광풍 앞에서 노동 거부 요구가, 세계화 드라이브 앞에서 국제주의가 무력화되고, 인권 요구가 지배논리로 전환하는 등의 측면에서 본다면, 68혁명은 패배했고, 자본이 혁명을 흡수했다고 볼 수 있다. 혁명흡수 또는 흡수혁명이라 부를 수 있는 이 과정은 삶의 혁명적 요구를 자본이 받아들여 자신의 축적 논리로 내면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반혁명의 조건 위에서 새로운 혁명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새로운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후세인에 대한 쿠르드의 저항, 미국 LA에서의 흑인들의 반란, 멕시코 치아빠스에서의 원주민들의 봉기, 프랑스의 공공부문 노조 파업을 계기로 프랑스 파리에 생겨난 시민평의회 등 다양한 혁명적 기운이 여러 나라에서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시애틀에서 본격화된 반세계화 운동은 세계사회포럼이라는 상설적 운동체를 만들어냈고, 중남미 전역에서 새로운 운동이 촉진되고 있다.


 21세기형의 새로운 혁명은 68혁명의 연속선상에 있다. 그것은 삶의 내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사회에 제기하는 운동이다. 1960년대와 달리 세계화, 민영화, 금융화, 정보화, 사회화를 통해 자본이 끊임없이 혁신을 거듭하는 상황이 운동의 새로운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삶의 내적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운동으로


 자본의 세계화에는 국가와 국민을 넘어서는 전 지구적인 다중들의 연합을 통해 돌파해야 한다. 민영화는 국가에 대한 투쟁으로 운동을 한정하지 말고 좀 더 의식적으로 삶의 모든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제기함으로써 돌파해야 한다. 금융화는 코뮤니즘을 통해, 정보화는 정보에 대한 보편적 접근, 정보를 통해 생산된 부에 대한 보편적 접근의 권리의 획득을 통해, 사회화는 공장 노동자만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들, 서로 다르면서도 연결되어 공통된 존재들인 다중(multitude)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새로운 운동의 주체가 되면서 돌파해야 한다.


 68혁명은 운동이 위로부터 관료화하고 권력화한 기존의 사회주의 운동과는 달리 아래로부터의 반자본주의적 자유, 자치, 자율의 운동이었다. 68혁명이 신자유주의의 등장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강화에 도움을 주었다는 지적도 일면 근거가 있으나, 그렇다고 68혁명의 정신과 주체성이 소실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한편에서는 신자유주의적 흡수 혹은 반혁명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수동혁명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며, (혁명의 한계와 위기를 인식하는 것을 넘어) 그 흡수의 한계와 위기를 직시하는 것이며 다른 한편에서 혁명을 지속시키고 있는 실재적 힘의 지속성, 즉 혁명적 주체성의 재구성을 발견하고 그것의 잠재력을 현실화시키는 일일 것이다.


 일련의 이런 고민을 좀 더 나누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음의 책을 권한다.


조정환, [제국기계 비판], 갈무리, 2006
조정환, [지구제국], 갈무리, 2003
조정환, [21세기 스파르타쿠스], 갈무리, 2003
네그리와 하트, [자유의 새로운 공간], 갈무리, 2007
빌라 하엨 외, [1968 그리고 그 이후], 현장에서미래를, 2002
편집부 엮음, [프랑스 5월혁명], 백산서당, 1987
조지 카치아피카스, [신좌파의 상상력], 이후
타리크 알리 외, [1968: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2001
네그리와 하트, [다중], 세종서적, 2008
빠올로 비르노, [다중], 갈무리,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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