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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호] 검찰의 직접수사와 기소권 통제 필요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6-22 10:35
조회
194

박노섭/ 한림대 교수


 2022년 4월 15일 더불어민주당은 검사의 수사권을 삭제하는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수사와 기소의 이원화는 민주국가 사법체계의 기본으로 오래된 시대적 과제’라고 민주당은 개정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 법안은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검수완박법'이라는 프레임에 갇히면서 후퇴를 거듭한 끝에 부패범죄와 경제범죄 등을 검사의 직접 수사의 권한으로 남겨둔 채 국회를 통과하여 지난 5월 3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 분리를 지향한 이 법안은 문재인 정부 말기에 갑작스럽게 추진되고, 법 통과 과정에서 민주당의 위장 탈당과 회기 쪼개기 등으로 인하여 수많은 비판들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더구나 이 비난의 화살은 방향을 틀어 수사와 기소 분리의 정당성으로 향한 채 미완의 법률로 남게 되었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식으로 수사와 기소 분리가 진행될지 심지어 개정의 동력이 남아 있을지도 불분명하게 되었다.


검찰개혁의 동력은 남아 있을까.


 그동안 검찰은 수많은 험로를 지나 과거 권위주의적 독재체제에서 벗어나 시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체제에 맞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가는 중이었다. 그러나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수사 경찰에 대한 통제는 불가능하고, 검사의 수사가 없다면 거악 척결은 물 건너간다는 주장은 지난 70여 년 동안 수사와 기소권이 검사에게 독점된 사법체제에서 일어났던 뼈아픈 경험들을 뒤덮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수사와 기소 이원화의 정당성 아래 끊임없이 진행되던 형사사법 개정 방향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검사가 수사하는 것도 어쩌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인식은 검찰과 경찰 간의 관계를 다시 과거로 회귀시킬 수도 있다. 앞으로 예정된 대통령령인 수사준칙의 개정으로 이번 법률의 입법 취지를 훨씬 뛰어넘어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더불어 보완수사권까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미 나오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검찰이 어디있는지 물어야할 때


 바로 지금이 ‘검찰은 어떤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가’, ‘사회가 검찰에게 어떤 의무를 부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 아닐 듯 싶다.


 2005년 12월 고 노무현 대통령은 시위 농민 사망사건 관련 대국민 사과에서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어야 하고,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권력은 엄격하게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수사와 기소의 권한은 대표적인 국가공권력이다.


 그동안 우리는 통제받지 않는 독점적 권력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경험하였다. 혹자는 경찰 수사권이 확대되면 경찰 수사권이 남용될 우려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경찰의 수사는 철저하게 검사의 통제하에 있다. 경찰 수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통해 인권침해 또는 부당한 강압수사에 대해 통제받는다. 영장이 필요한 범죄수사는 언제든지 검사의 감시하에 들어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은 범죄혐의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여야 한다. 만약 범죄혐의가 없어서 불송치 결정을 하더라도 피해자가 이의제기를 하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간다. 검사는 사건기록 검토를 통해 재수사 요청도 가능하다. 검사는 경찰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에 경찰의 수사 결과에 보완수사 요구, 재수사 요청 그리고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검사는 수사경찰이 무엇을 하는지 혹은 어떤 수사를 하였는지를 알 수가 있다. 이처럼 경찰 수사는 검사에 의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있다. 하지만 검사가 직접 수사한다면 아무런 외부적 통제장치는 작동하지 않는다. 경찰 수사를 검사가 아는 것과는 달리 경찰은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경우 검사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 알 길이 없다. 검사는 자체 수사인력을 활용하여 경찰 도움없이도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


검찰 수사는 누구의 통제를 받나?


 뿐만 아니라 단독으로 영장을 청구하여 강제수사를 해도 경찰에 통보하지도 않는다. 검사의 수사에 대해서는 피해자는 경찰에 이의제기할 수도 없다. 검사가 수사한 경우는 철저하게 검사만이 재수사도 가능하다.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경우 검찰과 경찰간의 상호협력은 물론 견제도 불가능하다. 심지어 불기소한 수사가 부실했던 것인지 기소권이 남용된 것인지조차 알 길이 없다. 이처럼 검사가 직접 수사한 수사정보는 어떤 기관과도 공유하지 않는다. 검사의 직접 수사권은 완전히 통제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나라에서 검사에게 수사권을 부여하지 않거나 비록 수사권이 있어도 검사에게 수사 인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사경찰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검사는 경찰과 수사내용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수사 진행이 불가능한 구조인 것이다. 때로는 검사가 불기소한 경우 수사경찰은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수사종결 후 검사가 기소한 경우에는 당연히 법원의 통제하에 들어서게 되고, 불기소한 경우에는 경찰에 의해 감시가 가능한 구조이다.


 우리는 수사에 의한 권한 남용과 인권침해에 대해 관심이 많지만 기소의 위력은 수사못지 않게 대단하다. 부당한 기소에 의한 인권침해나 권한 남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재판이 진행되면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몇 년간 피고인의 고통은 지속할 때도 있다.


 국가공권력인 수사는 철저하게 통제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검사의 기소권도 통제되어야 한다. 기소에 대하여 피해자나 제3자에 의한 통제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사기관인 경찰과의 상호 견제와 균형의 의미가 들어와야 한다. 상호 견제는 기관 간의 정보공유 없이는 불가능하다. 선진외국의 경우처럼 직접 수사에 관여한 수사관에게 기소 여부를 통보하고 때로는 의견제시를 의무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개정된 형사법률이 허용하고 있는 검사의 직접적인 수사는 유형이 많고 적음을 떠나 통제의 범위에서 벗어나 있다. 기소권에 대한 통제도 물론 없다.


 민주주의의 핵심은 분권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형사사법의 이념이다. 수사와 기소의 구조는 민주주의 사법체계에 부합하도록 체질을 개선하여야 한다. 경찰과 검찰 간 견제와 균형에 의한 상호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경찰과 검찰이 제자리를 찾아 국민의 신뢰도 함께 회복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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