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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문화의 이해 2 - 지상중계] 6강 '이슬람의 예술'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08 14:34
조회
1465
신양섭 / 이슬람 문화연구소 부소장
과연 이슬람에도 예술이 존재하는가? 이슬람의 예술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가 없다. 이는 우리가 이슬람 문화를 가까이서 접할 기회를 가지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왜곡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슬람의 예술과 문화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오늘은 이슬람 예술의 특징과 그 형성과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이슬람 예술의 전파
무함마드는 630년에 아라비아 반도를 통일하고, 100년도 채 되지 않아 안달루시아 지방의 스페인까지 점령하며 이슬람의 위세를 떨친다. 스페인의 그라나다에 있는 알 함브라 궁전은 과거 번성했던 이슬람 왕국 영광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슬람군은 페르시아를 무너뜨리며 중앙아시아까지 진출하게 되고, 역시 실크로드를 차지하기 위해 중앙아시아에 진출한 당나라와 충돌한다. 이 전투가 바로 팔라스 전쟁(751)이다. 팔라스전쟁은 세계사에서는 잘 다루어지지 않지만, 이슬람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전쟁이다. 팔라스 전쟁 이전에는 중앙아시아가 중국의 영향 아래에 있었지만, 이 전쟁에서 이슬람군이 승리한 후에는 중앙아시아가 이슬람의 영향권 아래에 놓이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난 후, 당나라군의 상당수가 이슬람군의 포로로 잡혀 바그다드로 끌려가게 된다. 이 포로들 중의 대다수가 제지 기술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로 인해 중동 아랍 지역에 종이가 전파된다. 제지술이 전파되기 전 중동 지방에서는 양피지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종이가 전파됨으로써 아랍인들은 마음껏 학문 활동을 하고 후대에 엄청난 과학적 업적을 남길 수 있었다. 특히 9세기부터 13세기의 바그다드는 '이슬람의 황금시대(golden age of Islam)'라고 불리며 예술적, 과학적으로 엄청난 문화적 번성을 이룩한다. 아랍인들은 몇 백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제지 기술을 유럽에 전파한다. 이를 바탕으로 유럽 또한 놀라운 문명사적 발전을 이루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서구 문명에 의해 이슬람의 문명사를 잘 인식하지 못했다. 하지만 서구 문명의 원류는 이슬람 문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수의 과학 용어(알콜, 알칼리... 등)는 아랍어에서 기원한 것이고 위대한 수학자 Al-kharazme는 'algorism'과 'algebra'의 어원이 되었다. 또한 그는 수 체계에서 ‘0(zero)’을 처음으로 밝혀내, 수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유입된 문화들 중에서도 이슬람과 연관된 것들이 많은데 과학의 분야에서 특히 그렇다. 예를 들어 이슬람에서는 역법(천문학)이 발달했는데, 음력을 사용하는 이슬람의 회력(혹은 회력법)을 중국 명나라에서 발전시켜서 ‘대명력’을 만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대명력을 그대로 사용해오다가, 세종대왕 때 조금 수정을 가해 ‘칠정산내법’을 만들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이슬람의 문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 큰 영향을 끼쳤다. 단순히 영향을 끼친 정도가 아니라, 타 문화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초석을 만든 문화적 원류인 것이다. 이는 이슬람 문화가 중동 아랍 지방에만 한정된 것이라는 우리의 상식을 깨는 것이다.
이슬람 예술의 다양성과 보편성
이제 이슬람 예술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슬람 예술은 다양성과 보편성을 그 특징으로 한다. 이슬람 예술은 아랍 민족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아랍족(중동 및 북아프리카), 이란족(이란 및 중앙아시아), 투르크족(터키 및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주변 민족을 포섭하면서 다양성을 지니게 된다. 특히 이란족은 대단히 예술적인 민족으로 아랍 문화를 꽃피우고 화려하게 장식한 것이 바로 이란족이다. 이란족이 이룩해 놓은 화려한 아랍문화를 무력으로 보호하고 지켜준 것은 바로 투르크족이다. 이렇듯 중동의 주변 국가들은 그들의 독특한 민족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당당히 이슬람권의 한 민족으로 활약하게 된다. 이로써 이슬람문화가 다양성을 띠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슬람 문화의 이러한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역 어느 민족에게서나 발견되는 전체적인 보편성도 존재한다. 먼저 이슬람 교리의 규범성은 어느 민족이나 할 것 없이 모든 무슬림들의 생활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슬람 발생의 근원지인 중동지역은 모든 지역의 문화가 교차되는 지점으로, 문화의 확산에 매우 유리하다. 또 대부분 유목 생활을 하던 아랍인들은 그 특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이슬람의 문화를 타 지역으로 손쉽게 전파시켰다. 이러한 모든 요소들은 이슬람 문화가 보편성을 띠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다시 말해 이슬람의 문화는 이집트, 로마, 그리스, 기독교적 요소가 혼재된 비잔틴의 문화와 불교, 힌두교의 문화가 혼재된 인도 문화, 마지막으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조로아스터교의 문화가 혼재된 페르시아의 문화 등 세 문화권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다. 이에 덧붙여 중국 문화의 영향까지 받아, 그야말로 이슬람 문화는 주변 문화에 대한 포용성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하겠다.
실용예술 중심의 이슬람 예술
이제 이슬람 예술의 몇 가지 특징적인 부분을 살펴보겠다. 이슬람에서는 회화 예술이 취약하다. 왜냐하면 인물화나 동물 그림 그리는 것을 우상 숭배로 간주해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슬람에서는 건축이나 장식과 같은 실용 예술이 발달하였다. 실용 예술적인 측면에서 이슬람 예술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모스크(mosque)와 카펫이 있다.
모스크(mosque)는 “꿇어 엎드려 경배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아랍어 ‘마스지드(masjid)’가 영어로 변형된 것이다. 다시 말해 이슬람 신자들이 모여 예배드리는 장소가 바로 모스크이다. 모스크의 큰 특징은 돔(dome)과 첨탑(minaret)이다. 돔은 모스크 중앙의 둥근 지붕을 말하는 것으로 ‘평화’를 상징한다. 그리고 흔히 돔의 끝은 초생달로 장식하는데, 이는 무함마드가 계시를 받을 때 초생달이 떠 있었던 데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이 초생달은 ‘진리의 시작’을 의미한다. 미나렛이란 모스크 외부에 뾰족하게 솟은 첨탑을 말한다. 미나렛은 예배를 알리는 소리인 ‘아잔(Adhan)'을 외치기 위한 것이자 이방인들로 하여금 모스크의 위치를 알기 쉽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 미나렛의 양식은 역사적으로 조금씩 다른데, 원뿔형, 원통형, 나선형, 사각형 등의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고, 모스크에 딸린 미나렛의 개수도 각각의 시기에 따라 1~6개 까지 다양하다. 돔과 미나렛 등이 있는 화려한 외부와는 달리 모스크의 내부는 단순한 편이다. 내부에는 신자들이 예배를 드리기 위한 넓은 공간이 펼쳐져 있으며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다. 하지만 내부에도 공통된 구조물들이 있는데 미흐랍(mihrab)과 민바르(minbar)가 그것이다. 미흐랍은 모스크 내부 사방의 벽면 중 한 벽면을 아치형으로 움푹 파놓은 것으로, 이 아치는 사우디의 메카(이슬람 신자들이 예배드리는 방향)를 가리킨다. 민바르란 미흐랍의 바로 옆에 있는 계단 형식의 설교대이다. 또한 이슬람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예배 보는 공간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는데, 대체로 1층과 2층으로 구분되거나, 예배당 한켠에 막을 쳐놓고 여성들이 예배보는 공간으로 삼는다. 앞서 말했듯이 이슬람에서는 인물이나 동물의 그림을 금지하기 때문에 예배당 내부 어디에서도 그림을 발견할 수 없다. 대신 꾸란의 구절을 아랍어로 장식하거나, 벽면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화려하게 장식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라베스크(arabesque)이다.
이러한 아라베스크 형식의 기하학적인 무늬는 아랍의 특산물로 여겨지는 ‘카펫’에서도 나타난다. 중앙아시아의 유목민들은 그들이 기르는 양의 털을 주요 재료로 하여, 수많은 기하학적인 무늬로 장식된 작은 카펫들을 제작했다. 그들에게 카펫은 단지 장식품에 그친 것이 아니라 쉽게 짐을 꾸리고 이동하기에 편리하도록 고안된 실용품이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유목민들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카펫의 직조기술이 중앙아시아를 넘어 중동 아랍지역을 비롯한 유럽에까지 전파되었다. 특히 유럽 사람들에게 카펫은 그 독특한 무늬로 인해 동양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한 예술품으로 각광 받았다. 그 중에서도 페르시아산 카펫과 터키의 카펫이 특히 유명하였고, 그 두 지역은 카펫의 무늬도 각기 달랐다. 페르시아에서 직조된 카펫에서는 꽃무늬가 많이 나타나고, 터키 및 중앙아시아산 카펫에서는 기하학적인 무늬가 많이 나타난다. 카펫은 무슬림들에게 있어 이슬람의 교리에 충실한 실용품이자 예술품으로 자리 잡았으며, 실용성 속에서 예술성을 추구하려는 이슬람의 문화적 특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리 - 장미은(인권연대 인턴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