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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단검을 찾아서 (주만)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8-06-20 17:51
조회
251

주만/ 회원 칼럼니스트


 <리처드 3세>라는 작품의 주인공인 리처드는,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열한 모략을 세우는 왕족이다. 그는 늘 단검을 지니고 다니는데, 살인 도구라기보다는 권력에 대한 그의 욕망을 표현하는 오브제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의 한 장면에서 리처드가 단검과 성경책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내 가슴에 다음 대사를 찔러 넣었다.


 “내가 이 검으로 죄 없는 가슴을 찔러대며 죽여도, 다른 손에 든 성경 한 구절만 읊어대면 모두가 나를 선한 사람으로 여기지.”


 리처드의 이중성과 당시 사람들이 종교를 맹목적으로 받들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성경을 내세운 리처드를 향한 선과 악의 판단을 거둬버리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것이 비단 셰익스피어 시대의 현상일 뿐일까. 어려서부터 교회에 다닌 나는, 이것이 당시의 상황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사회 내 민주주의의 물결이 거세지며, 주권이 국가와 권력층에서 국민으로 넘어오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한국교회의 흐름은 다른 것 같다.
 얼마 전, 대법원장 임명을 두고, 동성애를 합법화시키려 한다며 교단 주도하에 임명반대 서명을 벌이는 일이 있었다. 구약의 “동성애자는 돌로 쳐 죽이라.”는 구절을 인용하며 그를 반성경적인 사람으로 공표했고, 성도들은 그 말에 찬동하여 임명반대 서명을 한 것이다.
 본래 성경의 기본 정신은 ‘공평과 정의로운 사회’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이웃사랑’인데, 그런 기독교가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이웃을 차별해도 된다고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사진 출처 - 아트앤스터디, 슬픔의 철학


 기독교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은 돌발행동이 아니다. 기독교는 현재 위태로워진 보수정권에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힘을 실어줘 왔다.
 초대 한국기독교의 일부는 미국기독교 장로회 교단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 미국장로회는 자본주의 기독교 중에서도 복음주의(성경주의) 신앙을 기반으로 두고 있었는데, 그들은 사회적 부패 행동을 숨기고 포장하기 위해 교회와 성경을 이용했다. 사회에서 자본과 권력으로 반인권적인 행동들을 저지르곤, 성경에 있는 금식기도와 회개를 하며 거룩한 척 잘못을 숨겼던 것이다. 한국에도 이런 미국장로회 기독교가 들어와, 소위 ‘가진 자’들의 부패를 숨겨주며 사회적으로는 청렴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도왔다.


 3.1절 광화문 집회 때에도, 한국기독교총회와 한국기독교연합회 등 기독교 대표 단체들이 직접 참가신청을 받기도 하며 주최 측으로서 모습을 보였다. 약 100년 전, 선조들이 나라를 위해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식민지 지배에 저항했던 그날, 성조기와 이스라엘기, 심지어 일장기까지 흔들며 광장으로 나온 것이다.
 기독교 단체가 대법원장 임명을 반대했던 진짜 속내를 여기에서 추론할 수 있다. 현 정권이 국가기관의 장을 임명하는 것에 반하고자 했던 이유다.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며 이웃을 사랑해야 한다는 종교적 신념을 잊은 모습을 보면서 생각했다. 정치적 이권을 차지하고자 성경의 구절을 인용해 진정한 의도를 숨긴 기독교와, 왕좌를 향한 욕망을 숨기기 위해 성경 구절을 읊어댔던 리처드의 모습이 큰 차이가 있을까. 결국은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한 속내였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현존하는 모든 기독교가 잘못되었다는 말은 아니다. 자신이나 단체의 이익을 얻기 위해 진짜 속내를 숨기고 성경을 내세워 사람들을 현혹하려는 기독교가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말했듯, 성경 안의 근본적인 내용과 기독교의 정통 교리는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에 적합하다. 우리는 대부분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와 서로를 존중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원하고 있지 아니한가.
 인권을 말하는 우리도 이러한 부분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혹여라도, 인권존중이라는 선한 신념을 자신과 단체의 이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면 리처드와 다르다고 할 수 있을까.
 인권존중이 사회에서 공기처럼 작용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누군가 인권이라는 간판 뒤에 숨어 다른 이익을 채우고 있지는 않은지 늘 경계해야 한다.


주만: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은 작가 지망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