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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대한 압박이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재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22:43
조회
242

이재상/ 인권연대 운영위원



  이명박 대통령은 유럽순방 중에 <유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0년간 막대한 돈을 지원했지만 그 돈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왜 해외언론에 이런 얘길 한 건지, 누구보고 들으라고 한 건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파장이 크지만 그게 누구의 돈으로 한 건지가 핵심인가? 이란이 핵 개발을 하려한다고 해서 우리는 그게 누구 돈으로 했는지가 궁금한가?

아무리 밖에 나가서 한 말이라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핵무장에 이용됐다고 의혹이 일고 있는 그 막대한 돈은 대체 얼마나 될까? 국내 언론보도엔 막대한 돈이라고 전했지만 <유로뉴스> 홈페이지(www.euronews.net)에 실린 인터뷰 전문을 보면, ‘지난 10년간 이전 정부가 43억 유로를 지원했다’고 나와 있다.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7조8천억 원, 60억 달러정도다) 그러나 ‘핵개발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언급은 빠져있다. 단지 ‘북한을 개방하려는 발상이었지만 실패했다. 지금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최소한 핵무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나와 있을 뿐이다. (Previous South Korean administrations provided about 4.3 billion Euros of assistance to North Korea over the last ten years. The idea was to open up North Korea, but that did not work. Now they have nuclear arms – or, at least they are trying to make them.) 논란이 된 부분이 유로뉴스 측에서 뉴스가치가 없다고 판단해서 뺀 것인지, 아니면 청와대측의 요청으로 빠진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언론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해명을 할 뿐 부정은 하지 않고 있으니 국내 언론이 보도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사실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부가 지원했다는 43억 유로의 실체는 무엇일까. 대통령이 언급한 43억 유로는 일부 언론이 정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적이 있다. 대북 지원금이 최소 29억 달러이고 쌀 비료 등 현물까지 합치면 최대 69억 달러라고 하는데 이 금액을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비용이 핵무장에 이용됐다는 의혹은 타당한 것인가. 69억 달러 가운데 쌀이나 비료를 가지고 핵을 개발할 수는 없는 것이니 빼고, 남는 현금은 29억 달러이다. 이 가운데 정상적인 남북교역 금액은 18억 4천만 달러이다. 무역거래를 한 것 가지고 핵무기 개발을 지원했다곤 할 수 없는 노릇이고 그러면 남는 건 11억 3천만 달러이다. 하지만 이 돈 가운데 9억 3천만 달러는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독점한 대가로 지불한 금액이고 나머지 2억 달러도 개성공단 임금과 금강산 관광요금 등 민간 상거래 금액이다. 이것저것 다 빼고 ‘정부가 북한에 준 현금’은 3년 전 이산가족 화상상봉 때 컴퓨터 설치를 위해 지원한 40만 달러가 전부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40만 달러라는 막대한 돈을 가지고 핵무장을 했다는 건가? 40만 달러는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후하게 쳐도 5억 원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기부한 3백여 억 원에 비하면 60분의 1도 아닌 금액이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참으로 실용적인, 저비용 고효율의 핵개발을 한 셈이다. 세계 어느 나라가 40만 달러를 가지고 핵무장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렇게 계산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 핵개발 비용의 60배에 달하는 정말 어마어마한 돈을 사회에 환원한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기부가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하지만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22조의 돈에 비하면 여전히 ‘새 발의 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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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그동안 저자거리에서나 돌던 이야기를 공식화 했다는데서 큰 파장을 가져왔다. 햇볕정책의 당사자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사실관계부터 잘못된 것이고 북한의 경제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결국 대통령 자신의 대북정책의 실패를 이전의 정부 탓으로 돌리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얼마든지 의혹을 가질 수 있는 문제’라며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지금 우리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은 결국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하고 회담에 나오게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제재나 견제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던 전략에서 이제 북한을 적극적으로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얘긴가? 대통령의 진정성을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과연 이렇게 강경발언을 쏟아낸다 해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지는 잘 모르겠다. 설사 대화의 장에 나온다 한든 어떤 얘길 할 건가. 왜 대북지원금으로 핵무장을 했는지 따질 건가? 아님 ‘가장 폐쇄된 사회의 지도자’를 어떻게 하면 잘 이해할 수 있는지를 놓고 대화할 것인가? 나로선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친분을 과시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북한과 김정일 위원장에 대한 강경발언을 쏟아냈지만 그 강경발언으로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진 못했다. 오히려 위기만 증폭시켰을 뿐이다. 부시를 비롯한 네오콘들의 대북강경정책이 이미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북한으로 하여금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까지 이르게 했다는 사실에 대해선 왜 외면하려는 걸까. 이전 정부의 햇볕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 건 자유지만, 지난 10년의 햇볕정책이 환상이었고 실패했다고 주장하고 싶으면 그 근거를 명확히 하고 국민들을 설득하길 바란다.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의 사실관계는 확인하고 제기해야 할 것 아닌가. 또 대북강경정책이 어떻게 북한 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현재의 남북관계를 타파할 수 있는 전략인지 설득력 있는 논거를 내놓고 또 국민을 설득하길 간절히 바란다. 그게 소통의 기본 아닌가. 남북관계는 정확한 사실관계에 입각해서 판단하고 접근해야지 선입견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

 

이재상 위원은 현재 CBS방송국 PD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