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평화로운 세상, 풍요로운 세상을 바라며(장경욱 위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4 10:13
조회
222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대통령의 새해 인사는 안보와 경제로 시작되었다.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에 방점을 두면서 한편으로 친서민과 공정사회의 화려한 미사여구도 덧붙였다. G20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청년층 일자리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선언하였다. 그러나 대통령의 새해 인사에도 불구하고 그 누구도 미래를 낙관할 수도 없고, 조금의 위로도 얻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고 신뢰할 수 없는 대통령의 지지율만이 미친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통령 자신을 혼자만의 일터로 내몰아 가고 있다. 그 뒤에서 수천만의 눈은 의심과 걱정의 눈초리를 세우고 있다.

새해 소원으로 우리 안에 평화가 가득하기를 빈다. 반세기를 훌쩍 넘어서까지 계속되는 벼랑 끝 전쟁의 위기를 당한 우리에게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로운 환경은 다른 모든 것에 앞서 유일무이한 간절한 바람으로 다가와 선다. 그 반면 오랜 세월 탈출구를 찾을 길 없는 전쟁의 위기 상황에 만연된 우리에게 전쟁을 불러오는 분단과 정전체제는 지극히 정상적인 평화로운 상태로 간주되는 것도 사실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탈출구는 분명 존재한다. 남과 북이 자주적 주체가 되어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평화를 선언하고 이행하면 그 뿐이다. 탈출구가 있음에도 이를 봉쇄하는 온갖 장벽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의 큰 문제이다. 6.15, 10.4선언은 우리에게 그 탈출구를 제시하였다. 거기에서 우리 안에 자라난 불신과 대결의 장막을 걷을 방법도 보았고 종전과 평화의 미래도 그려보았다. 그것이 대세로 굳혀져 더는 되돌릴 수 없지 않을까 낙관해 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탈출구를 부정하는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세는 금방 역전하였다. 불신과 대결의 장막이 다시 드리워졌다. 그 탈출구를 부정한 자들이 이제는 동족상잔의 전쟁을 불사하는 군사적 억지력 강화만이 우리에게 평화를 가져온다고 새해 벽두부터 떠벌이고 있다. 최악의 국면이다.

2011년 새해에도 또 다시 서해 바다에는 소위 연례적, 방어적이라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모양이다. 이에 반발하는 북한과 중국의 대응은 신 냉전 구도를 더욱 굳힐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고 전면전쟁의 기운이 한반도를 뒤덮을지 모른다. 불안한 새해를 맞아서도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탈출구를 찾기보다는 전쟁의 위기를 목전에 두고도 이것이 더 이상 별 것이 아닌 일상으로 치부되는 우리들의 체념하는 모습이 너무나 두렵다.

전쟁을 강요하는 구조와 환경에 종속되어 이에 무디어지면 질수록 결국 우리들은 우리들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우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전쟁을 불러오는 구조에 맞서 평화로운 세상을 향한 탈출구를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의 운명은 벼랑 끝에 선 것과 같다.

새해에는 더할 수 없는 수준의 나눔의 복지가 우리들의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요즘 대선주자들 사이에서 복지가 유행이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경제성장이 늘 최고의 공약으로 다루어져왔던 것에 비해 격세지감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분배정책, 복지정책에 대한 경쟁이 후끈 달아올랐다.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 이혼율, 가계부채율, 비정규직 비율, 청년실업률 등 화려한 경제성장의 이면에서 사회적 불평등의 대가로 파생된 부정적 모습이 커져만 가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기치로 하는 대선 공약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빈곤한 사회안전망과 사회적 복지서비스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는 시늉이라도 하지 않고는 서민들을 달랠 길이 없는 형국이다.

PYH2010122202480001300_P2.jpg


지난달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2011년 업무보고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해서 서민의 삶이 나아질 것이 없다. G20으로 대기업의 매출과 영업실적이 늘면 늘수록 그에 반비례하여 비정규직 노동자, 사내 하청 노동자, 파견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과 저소득의 일상에서 허덕이고, 예측불허의 상황과 마주하며 고통 받고 있다.

대기업의 성장에 기반을 둔 한국경제의 성장은 서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 피라미드 같은 대기업과 중소하청기업의 구조는 노동자 서민의 삶을 옥죄고 있다. 나 홀로 부자들의 풍요로운 삶에 대비되는 사회적 불평등은 차이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함께 하는 사회, 나누어 가지는 사회가 부자 사회이다. 나 홀로 부자가 되는 경쟁사회는 더 이상은 지속되기 어렵다. 이제 양극화의 차이를 본때 있게 좁혀줄 복지정책이 나와야 한다. 무상급식 예산 편성에 대한 재정자립도 1위의 지자체장의 반발은 우리가 지지해야 할 복지사회의 수준에 다다르는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복지정책도 천차만별이다. 시혜적, 차별적 복지에 반대하고 보편적 복지를 추구하고 더 나눌 수 있는 풍요로운 복지정책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겉만 번드르르한 가짜 복지정책을 간파해 내기 위해서라도 우리들 자신의 복지사회에 대한 구체적 요구와 대안을 정립하고 이를 관철해 내야 한다. 우리가 요구하는 복지는 사회적 양극화의 원인이 되는 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그 정도 수준을 위한 재정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경제위기에서 국민의 혈세로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조성하여 망해가는 대기업과 금융기관을 회생시켜 부도난 국가경제를 살려낸 경험은 사회적 양극화의 위기에 처해 이를 극복할 대안으로 등장한 풍요로운 복지사회의 실현에도 그대로 적용되어야 한다.

새해에는 우리들 스스로 생존의 위기에 처해 절망치 말고, 말로만 복지를 약속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이들을 정치적으로 파멸시키고 우리 스스로의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한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