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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잡아내기 3: 비언어적 징후(이윤)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7-03 09:16
조회
262
이윤 / 경찰관

‘라이투미(Lie to me)’라는 드라마에서 주인공은 상대의 자세, 손짓, 표정 등으로 바로 거짓말을 밝혀 범죄사건을 해결한다. 보기에는 뭔가 그럴듯하지만, 사실 무협지에서 장풍 쏘는 것만큼이나 현실성 없는 어려운 일이다. 비언어적(nonverbal) 징후를 평가할 때는 평상시 행동습관과 비교해야 하고, 언어적 답변 내용의 맥락을 함께 고려해야 해서, 분석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리드테크닉이 제시하는 거짓말의 비언어적 징후는 아래와 같다.



(1) 자세


진실한 사람은 대화하는 동안 여러 다양한 자세를 대화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보여 주지만, 기만적인 사람은 최초 자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의미있는 변형을 절대 하지 않는다. 또 숨기는 것이 있는 사람은 자신을 통제하려는 무의식적 반응으로 의자에서 뒤로 깊이 기대거나, 발을 의자 밑으로 당겨 앉거나, 손을 허벅지나 엉덩이 밑으로 넣고 있는다. 기만적인 사람이 간혹 자세를 바꿀 때는 큰 동작으로 하며, 그 변화는 중요한 질문 중 또는 직후에 불편함을 털어버리듯이 일어난다.


(2) 손 움직임


대화 중 손은 보통 무릎이나 허벅지에 고정되어 붙어있거나, 자신의 신체 여기저기를 만지거나, 몸에서 떨어져 움직인다. 고정되어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은 자세와 마찬가지로 매우 높은 거짓의 징후다. 손 움직임은 설명적 손짓과 적응적 손짓으로 구분되는데, 설명적 손짓은 진실한 사람과 관련 있고, 적응적 손짓은 기만적인 사람과 관련이 있다.


  (가) 설명적 손짓


강하고 진지한 감정을 표현할 때 손은 그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움직임을 재연하는데 사용된다. 말하는 사람이 흥분하여 감정이 이입되고 진지하다면, 손은 그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몸에서 떨어져 다양하게 움직인다. 반면 거짓말하는 사람은 굳이 손을 움직여 거짓말과 연관시킴으로써 내적 긴장을 심화시키려 하지 않는다.


  (나) 적응적 손짓


적응적 손짓은 논의 중인 주제나 답변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낸다. 적응적 손짓이 의미하는 바는 대화의 맥락에서 파악되어야 한다. 적응적 손짓은 세 가지로 분류된다.


    ① 개인적 제스쳐 : 사람들은 긴장을 줄이는 자신만의 독특한 버릇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이 어떤 개인적 제스쳐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일반적인 개인적 제스쳐는 손을 꼭 쥐거나 문지르기, 손가락 꺾어 소리내기, 손가락으로 책상 두드리기, 발로 바닥 구르기, 긁기, 문지르기, 머리카락을 치거나 꼬기, 안경 고쳐 쓰거나 벗기 등이다.


   ② 다듬기 제스쳐 : 거짓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인상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므로 이미지가 개선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듬기 제스쳐를 하게 된다. 이런 특정 행동은 대답하기 직전이나 대답 중에 나타날 수 있다. 일반적인 다듬기 제스쳐는 옷의 실밥을 뜯어내거나 먼지 털기, 옷매무새 바로잡기, 악세사리 고치기, 손톱 정리하기 등이다.


   ③ 방어적 제스쳐 : 범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것을 “방어”한다. 말하는 중에 손이 입 주변에 닿아 있다면 입을 막고 싶은 마음을 반영한 방어적 제스쳐일 가능성이 크다. 또 한 유형은 대답을 하면서 눈 주변에 손을 대는 것이다. 이는 마치 피곤하여 두 눈을 부비거나, 한쪽 눈의 눈썹을 긁거나, 눈썹을 두드리는 것과 같은 형태다. 이 세 가지 손동작은 대답하는 동안 상대를 바라보지 않는 데 대한 미안함 또는 눈을 가리고 싶은 마음을 보여준다.


(3) 시선 접촉


보통 범죄와 관련된 중요한 질문을 받을 때, 또는 그에 대해 대답할 때 시선을 회피하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항상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므로, 그 사람의 평소 대화습관이 시선접촉을 유지하는 사람인지 아닌지 파악한 후 그와 비교할 것이 요구된다. 때로 기만적인 사람은 일부러 시선 접촉을 유지하기도 한다. 또 결백한 사람도 수사관과의 시선접촉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대화습관 및 질문, 답변의 맥락에서 시선접촉을 평가해야 한다.


지난 6. 21. 국회 법사위 입법청문회에 참석한 증인 중에도 자세나 손 움직임, 불필요한 답변, 회피반응(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등)에서 거짓으로 의심되는 사람이 있었다. 이런 징후를 찾으면서 인터뷰나 청문회를 보면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는 부수적 효과도 있다. 거짓탐지를 잘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하는데, 청문회를 보니 가슴이 답답했다. 과거 질문하는 직업에 있던 분들조차 아마추어로 보였다. 각종 청문회나 조사에 참여하는 사람을 위한 질문 훈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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