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청장 ‘혀’ 파문(경향신문, 2005.11.01)

허준영 경찰청장이 경찰 채용 조건과 관련해 신체조건 제한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면서 키가 작은 사람과 지능이 낮은 사람을 비하하는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허청장은 3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지원조건 제한 철폐도 좋지만 경찰이 일을 잘해야 인권보호가 가능하기 때문에 범인을 제압할 완력이 필요하다”며 “제한 철폐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키와 몸무게 등을 경찰관직 응시단계에서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인권위가 개선을 권고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이어 허청장은 갑자기 “신체조건만 좋고 머리 나쁜 사람은 (필기시험에서) 백년을 해도 안된다. 지적 수준을 가리는 필기시험도 인권침해냐. 인권을 함부로 이야기한다”며 “키는 눈에 보이는 제한이지만 시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제한”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중앙경찰학교 교장 때 수료식에서 맨 앞 열에 세운 건장한 170㎝ 여경들과 180㎝ 남자 경관들을 악수할 때는 ‘얘들이 나가면 정말 훌륭한 경찰이 될 것 같다’고 신명이 났는데 키가 작은 경찰관들이 서 있는 뒷열로 갈수록 인상이 굳어지더라”고까지 했다.

허청장은 ‘신체조건은 천부적이라서 제한은 곤란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 “머리도 천부적”이라며 “뇌수술한다고 머리가 좋아지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신체조건 제한을 없앤) 외국 사례를 한국 실정에 그대로 적용하면 안된다”며 제한을 두둔했다.

발언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허청장이 인권차별 발언을 했다며 비난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국제적으로도 채용시 키 제한은 명백한 인권차별”이라며 “경찰의 수장이 인권에 대한 기본 이해가 없는 것 같아 인권위의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꼬집었다. 파문이 확산되자 허청장은 “채용시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던 중 부적절한 비유가 나왔다”고 해명했다.

〈김정섭·정홍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