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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려야 한다'(오마이뉴스, 2005.10.30)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9 17:33
조회
227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 펴낸 김희수 코리아포커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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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에서 인터넷신문사 대표로 변신한 김희수. ⓒ2005 조성일


그에 대한 바른 호칭이 '변호사'가 아니라 신생 인터넷신문 '대표'라는 사실을 안 것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이었다. 인터넷신문 대표로 있지만 당연히 변호사 일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의 배수진은 신문사뿐이었다.

우리의 당연한 추론마저 빗나가게 만든 주인공은 <코리아포커스> 김희수(47) 대표다. 그는 지난해 한나라당에 의해 발의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자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이라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국민주권 찬탈행위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시국성명 발표를 주도했던 장본인이다.

그가 최근 <법도 때로는 눈물을 흘린다>(삼인 펴냄)는 제목의 자전 에세이집을 펴냈다. "자랑스럽게 살지는 못해도 부끄럽게 살지는 말자"고 말하는 그가 촌놈에서 검사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기까지 시대와 정의에 관한 솔직한 내면을 이 책에 드러내놓는다.

지난 10월 27일 서울 적선동에 있는 <코리아포커스> 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김희수는 누구인가


검사→변호사→인터넷신문 대표


김희수는 59년 <남부군> 무대인 회문산과 성천강이 있는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천재' 소릴 들으며 자랐다.

그러다 고교시절 수학선생이 강의하면서 튀기는 침을 노트로 받는 장난을 치다 훈육 넘는 폭력을 당해 공부와 담을 쌓아 반에서 30, 40등 수준의 '개고기'가 됐다. 그래서 87년 사법시험에 합격하자 먼저 시험에 붙은 친구로부터 "너 같은 사람도 합격하는구나"라는 소릴 들었다.

'사람은 열 번도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1990년부터 서울, 수원, 군산 등지에서 검사로 일했고, 꽉 조여진 조직논리에 회의를 느껴 검사직을 그만두고 변호사로 활동했다.

'한국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 검사실 특별 수사관'을 비롯 2003년 대통령 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제1상임위원, 검·경 수사권 조정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현재 인터넷신문 <코리아포커스> 대표로 일하면서 민변 회원으로, 올바른 과거청산을 위한 범국민위원회 집행위원, 병영문화개선위원회 위원, 인권실천시민연대 운영위원 등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아버지,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부끄럽게 살아온 나의 삶에 대한 반성과 아울러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정표로서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썼습니다."

그렇다. 여기서 자칫 생길 수도 있는 오해부터 풀고 넘어가자. 그가 대표로 있는 <코리아포커스>가 창간한 직후 곧이어 책이 나옴으로써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형국(烏飛梨落)이 됐다.

그러나 그의 책 출간을 출마를 앞둔 정치인들이 서둘러 펴내는 자전 에세이류와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그가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코리아포커스> 창간과는 전혀 다른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8월 16일 유명을 달리한 아버지를 위해 이 책을 썼다. 의문사위를 그만두고 과거사법 관련 일을 하고 있을 즈음인 지난해 10월경, 그의 아버지는 간암 판정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었다.

"학창 시절 정말 아버님과 많이 싸웠습니다. 평생 보아오던 <조선일보>를 '용돈을 안 드린다'는 협박까지 해가며 몇 년에 걸쳐 <한겨레>로 바꾸어 드려야 할 만큼 고집이 세셨던 아버지, 이에 맞서 속도 참 많이 썩여드린 아들. 우리 부자 사이에는 진한 애증이 있죠. 그런데 아버지께서 시한부 삶을 사시게 되니까 자식인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를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원고를 써서 출판사에 넘겼다. 그런데 출판사 사정으로 책 출간이 늦어졌고, 그러는 동안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49재 때라도 묘소에 책을 바쳤으면 하고 바랐는데, 그것도 여의치 않아 10월 4일에야 비로소 나왔다. <코리아포커스> 창간일이 3일이었고, 창간 기념식이 6일 있었는데 묘하게도 그 사이에 끼게 되었다.

"내 자신의 과거도 청산하고 싶습니다"

그가 아버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아들로서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그야말로 깡촌에서 나고 자란 촌놈이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검사,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걸을 수 있기까지 내 자신의 내면에 있던 부끄럽고 아픈 사연을 고백하고, 아울러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신념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사법고시 준비 시절, 취약과목을 보충하기 위해 학생증을 변조하여 타 대학 강의를 몰래 도강하는 불법(?)을 저지르며 작성한 서브 노트를 다른 수험생들과 나눠보던 추억 한 자락에서부터 자신의 순간적 실수로 엄격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했던 성추행범을 눈앞에서 풀어줘야 했던 어처구니 없는 실수, 폭력조직의 마수에서 벗어나지 못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사람의 자살소식 앞에 눈물을 쏟아야 했던 사연 등 소소한 이야기까지 털어놓는다.

"사실 과거청산 작업에 관여하면서 부끄럽고 한심했던 내 자신의 과거도 함께 청산하고 싶었습니다. 아울러 내 작은 힘이나마 억울함이 없는 사회, 피해자들이 눈물을 흘릴 때 이를 안아줄 수 있는 사회, 국가가 피해자들을 위하여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사회 만들기에 보태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는 이 책 앞에 "소신이 세속의 역풍에 부딪혔을 때 물러서지 않는 강인함과 자신의 부끄러움에 대해서는 더 없이 겸허하게 고백하는 겸손함을 아울러 갖춘 드문 법조인"이라고 그를 평가했다.

"법도 눈물을 흘려야 합니다"

시대와 법의 엄정함을 말하면서도 그는 '법도 눈물을 흘려야 하고, 법에도 따뜻한 피가 흘러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퇴근길에 가끔 들르는 포장마차가 단속반에 단속되는 것을 보고, 단속행위가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더라도 통행에 지장이 없고, 또 고단하게 사는 서민의 생계라는 이유를 대며 단속하지 말아줄 것을 직접 부탁까지 해보는 '인간의 법'을 갈망한다.

그는 군산에서 검사로 근무하던 시절 겪었던 작은 에피소드에서 큰 울림을 받았다고 했다. 하루는 덤프트럭 뒤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덤프트럭이 급정거를 하더란다. 하마터면 추돌할 뻔했던 그는 덤프트럭 운전사를 욕하면서 차에서 내려 덤프트럭 앞으로 갔단다. 그런데 덤프트럭 운전사는 서둘러 내려 덤프트럭 앞에 놀라 서있는 아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조심하라고 조용하게 타이르고 있더란다.

갑자기 차 앞에 뛰어든 어린아이에 대한 운전자들의 반응은 열에 아홉은 욕지걸이가 섞인 야단치기였을 것이다. 일반 운전자들도 으레 그럴 것이라는, 덤프트럭 운전자라면 당연히 그럴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보기 좋게 빗나갔던 것. 그는 편견을 갖고 사람을 본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이 일을 통해 깨달았다고 한다.

"법조인은 항상 마음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유연하게 보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법을 집행해야 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만에 하나 저의 부당한 법집행으로 억울한 경우를 당한 분들이 계시다면 이 기회에 사과하고 싶습니다."

"검찰은 법치주의를 지켜야 합니다"

그에게 검찰총장이 그만두는 사태로까지 확산된 강정구 교수 사건, 특히 그로 인해 발동된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뻔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 검사출신이란 점을 감안, '만약 당신이 검찰총장이었다면'이라는 가정법을 동원했다.

"검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법치주의 원리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 원리는 법을 지키고 수호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장관의 적법한 지휘권 발동을 수용하면 그만이지 정면 항거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검사 이전에 공무원으로서 결격사유이지요."

그에게 다시 지능적이고 악질적인 성추행범이 변호를 의뢰해 온다면 어떡하겠느냐 조금은 애매한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이런 답을 내놓는다.

"나치 전범을 재판할 때 나치즘을 부정하는 학자나 법조인 대부분이 변론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다면 성추행범도 예외는 아니지요. 다만 사건을 맡기 전에 고려해야 할 정황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보면서 고민을 많이 하겠지요."

그렇다. 법 앞에 평등하게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법정신은 인권을 최우선의 가치에 두려는 신념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그는 검사보다는 간섭 없는 변호사가 좋고, 돈에 노예가 되는 것 같아 변호사보다는 자유인이 좋다고 했다.

주변으로부터 '미친 사람'이라는 비난까지 받아가며 행한 그의 또 다른 변신, 언론사 대표라는 직함을 달았던 이유를 알 것 같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일을 위해 애쓰겠습니다. 그게 곧 진보가 아닐까요?"


조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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