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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시민단체 예산 지원의 속사정은? 척박한 기부문화로 재정난..."핸드폰 요금도 빠듯해요"(미디어다음 2004.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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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ights
작성일
2017-06-29 11:01
조회
292

“정부 565개 시민단체에 411억원 지원” “정부 돈 받고 낙선운동”
최근 정부의 예산 지원을 두고 시민단체의 도덕성이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지원을 받는 시민단체는 ‘신(新) 관변단체’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경실련, 참여연대 등 주요 시민단체들은 “정부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순수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단체의 정부 지원금도 공모 사업비일 뿐 시민단체 운영 및 유지비로는 쓰고 있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천 개의 시민단체들은 그 성격과 역할에 따라 정체성이 다양하다. 순수 민간 복지단체에서부터 직능단체, 유공단체 등에 이르기까지 단체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민단체’라는 하나의 묶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언론이나 국민들이 흔히 부르는 시민단체의 개념은 ‘동원’이 아닌 시민들의 ‘자발적’ 필요에 의해 결성돼 회원들의 회비에 재정을 의존하며, 다수의 ‘공익’을 목적으로 한 비영리 단체. 이런 개념의 시민단체들은 정상적인 시민운동이 어려울 만큼 오히려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우리 사회의 척박한 기부 문화로 인해 회비 확보가 어렵고, 정부 및 기업과의 공익적 파트너십이 확립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다음이 공익적 목적에 따라 활동하면서 정부와 기업을 감시하고 제도적인 개선을 끌어내는 데 공헌하고 있으면서도 시민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재정 실태, 고민, 개선방향을 들여다봤다.


“고정적인 월급은 없습니다. 60만원 내외로 활동비를 받긴 하지만 사업비가 모자라거나 회비가 구멍이 나면 대표가 ‘나중에 돈 생길 때 가져 가세요’라고 합니다. 집사람에게도 미안하고 주위의 사소한 반대와 계속해서 부딪쳐야 하죠.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요즘처럼 행복한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안양군포의왕환경운동연합 이세락 간사의 이력은 학생운동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단연 ‘튄다’. 이씨는 95년 대기업에 입사해 6년간 직장생활을 한 엘리트 사원 출신이다. 퇴직 후 2년 동안 자영업을 한 이씨는 지난해 평소 꿈꿔오던 시민운동가로 변신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한 대가는 적지 않았다. 수입은 직장에 남아있는 동료들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고, 생활비나 자녀 교육비 등도 맞벌이하는 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처지다.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시민운동가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공익에 대한 소신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라며 “그러나 현실적인 생계가 불가능한 열악한 환경은 활동가의 소신마저 꺾고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활동가 월급 100만원도 안 돼.


시민운동가는 이직률이 가장 높은 직업군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상근 간사의 활동비로는 식비와 교통비, 집세 등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조차 빠듯하다. 단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시민단체들의 상근 활동비는 100만원을 넘지 못한다. 10년 이상의 중견 활동가들도 많아야 100만원 안팎의 활동비를 받고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80년대, 90년대는 물론 요즘도 시민운동단체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생업과 함께 시민운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12년차 활동가인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도 노점상 운영 등 갖은 고생 끝에 운동현장을 지켜온 중견 활동가 중 한명이다. 오 국장은 “시민단체의 열악한 재정 상황이 신진 활동가들의 발굴을 가로막고, 한 두 사람의 활동가나 소수 명망가들로 시민운동이 집중되고 독점화되는 폐해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인 생계 문제를 견뎌가면서 소신을 꺾지 않는 ‘독립운동형’, ‘지사형’ 운동가들만이 버틸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이 생계 문제로 활동을 접게 될 때는 선배로서 자괴감을 많이 느낍니다. 어떤 친구는 저축은 못하더라도 핸드폰 비라도 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소연 합니다. 그런 소리를 들으면 더 이상 함께 가자고 붙잡을 수가 없습니다.”
이 단체의 일년 회비는 1억원 정도. 이 가운데 약 5000만원 가량이 5명의 상근자 활동비 및 경비로, 나머지 절반은 사무실 경비와 사업비 등으로 쓰인다. 그나마도 사정이 많이 나아진 편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해도 15만원에서 40만원 정도의 활동비가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이 정부 지원금으로 운영된다는 세간의 인식과는 달리 이 단체는 ‘정부 지원금은 절대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이동희 한신대 교수는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진 시민단체들 가운데는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 곳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불가피하게 지자체나 정부부처로부터 사업 예산을 받는 시민단체들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행정자치부의 사회단체보조금 300억 가운데 절반에 달하는 150억원이 특별법에 의거해 운영되는 국민운동단체 등에 집중 지원됐다. 정부 부처가 지원하는 나머지 비영리 민간단체들의 성격도 순수 시민단체라기 보다는 복지기관이나 직능, 보훈단체 등으로써 정부 부처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는 기관들이 대부분이다.

정권과 시민단체의 유착 의혹이 일 정도로 시민단체 지원금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정작 풀뿌리 시민단체들은 재정으로 인한 운영난 속에서도 정부 지원금을 거절하거나 공모사업비 등의 제한된 형태로 지원을 받고있다.




현실과 괴리된 정부 지원 방식,
정부 지원 사업. 시민단체 재정에 득 되나?


인권실천연대 오창익 사무국장. “정부와 싸울 일이 많기 때문에 어렵더라도 순수 회비로만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간단히 말해 우리는 정부와 싸울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전 세계적으로 NGO들이 정부와 협력 관계를 형성해 지원금을 받고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보편적인 추세”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순수 시민단체라면 자체 회비로 재정의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여주환경운동연합 이항진 집행위원장은 “돈 있는 곳 마음 간다”는 말로 정부 지원금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에 활동비를 의존하게 되면 결국 ‘준관변단체’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에서다. 지자체의 사업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때로는 갈등 관계를 감수해야 하는 지역 환경 단체의 특성상 가능한 한 정부 돈은 받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생계 유지를 위해 따로 일을 하고, 환경 운동은 자비를 들여가며 하고 있다.

열악한 재정 탓에 정부 지원금으로 공익 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들도 정부의 지원금 운영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들의 불만은 크게 두 가지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지원 방식 탓에 재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정부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어용단체’라는 불필요한 의혹을 받거나 정부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불편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동희 한신대 교수는 “재정에 도움이 되지도 않고 시민단체가 독자적으로 활동할 여지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정부 사업 공모를 아예 회피하는 단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시민운동가는 무료 봉사가 당연?


공모 사업에 참여한다고 해도 사업비가 전액 지원되지 않기 때문에 재정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부족한 사업비를 메우느라 부담이 커지기도 한다. 안양군포의왕환경연합의 안명균 사무처장은 “지원금을 신청해도 총 사업비의 50%에서 70% 밖에 지원이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환경교육 사업 등에 강사 4명을 초빙할 경우, 그 중 한 두 명의 강사료는 단체 회비에서 충당해야 하는 구조”라고 실태를 전했다. 공모 사업으로 시민단체가 ‘한 몫 챙길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은 현실을 모르는 비판이라는 것이다.

‘인건비 등 시민단체의 경상비는 절대 지원할 수 없다’는 정부 방침도 문제다. 이 때문에 형식적인 회계를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소비자문제를연구하는시민의모임(소시모, 서울여대 교수) 송보경 이사는 “소비자 관련 세미나를 개최할 때 시민단체 대표가 강의를 하면 시민 활동가라는 이유로 ‘무료 봉사’를 해야 하지만 같은 사람이 자신이 소속한 학교 교수라는 자격으로 강의를 하면 외부인사이기 때문에 강의료가 지급된다”며 “‘시민단체는 돈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이 빚어낸 해프닝”이라고 꼬집었다.
정부 지원금이 집중적으로 지원됐다는 공격을 받아온 언론단체들도 돈 문제와 관련해 억울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언련 최민희 사무총장은 “언론단체는 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통해 언론 운동을 벌이게 된다”며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외부 강사 초청이나 책자 발간 등의 사업비에 들어갔을 뿐, 단체의 재정을 확충하는데 쓰인 것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민언련의 유료 회원은 모두 1400여명. 최 총장은 “현재 월급을 가장 적게 받는 간사의 월급이 87만원으로, 간사 월급을 최저 100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취임시의 약속도 지키지 못한 상태”라며 “예전이나 지금이나 재정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지원 비판 보도에 정부 지원금 삭감.
정부 스스로 불순한 의도 자인하나?


시민단체의 활동에 대한 지원금을 공익사업에 대한 지원이 아닌 특정 단체에 대한 특혜로 인식하는 공직 사회의 태도도 시민단체 입장에서는 불만이다. 시민사회발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송보경 교수는 “시민단체 지원금에 대한 일부 언론의 악의적 보도보다도 더욱 한심한 것은 정부의 태도”라고 일침을 놓았다. 시민단체 지원금을 문제삼는 보도가 나간 뒤 정부가 즉각 시민단체 지원금 규모를 축소하겠다고 한 것은 스스로 시민단체 지원을 ‘특혜성'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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