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비친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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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구잡이식 긴급체포 남발 여전(세계일보, 2004.10.04)
경찰 마구잡이식 긴급체포 남발 여전
車 안뺐다고…자수 했는데…"긴급체포 합니다"
올해 긴급체포 33% 영장신청 못해
회사원 박모(37)씨는 지난달 초 서울시내 한 교차로 부근에 차를 세워뒀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차를 빼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경찰관이 다짜고짜 긴급체포한다며 경찰서로 끌고간 것. 박씨는 “법률적 지식이 모자라 당한 일이긴 하지만 시민의 인권을 이렇게까지 짓밟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경찰이 긴급체포제도를 남발하고 있다. 긴급체포자 영장기각률은 2002년 이래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며, 올 들어 경찰이 긴급체포해 신청한 구속영장의 기각률은 5명 가운데 1명꼴이나 됐다. 올해 긴급 체포한 3명 중 1명에 대해선 아예 영장신청도 하지 못해 경찰이 업무의 편의를 위해 인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부터 피의자 인권보호 차원에서 인권상담실 운영 등 요란한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경찰이 여전히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일단 ‘잡아놓고 보자’는 식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3일 경찰청이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양형일 의원(열린우리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경찰이 피의자를 긴급체포하고도 영장을 신청하지 못한(안 한 것까지 포함) 비율이 33.1%에 달했다. 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당한 비율도 19.4%에 이르러 경찰의 무리한 수사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긴급체포는 중대한 범죄혐의가 있지만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여유가 없을 경우 먼저 체포를 한 뒤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는 제도로,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48시간 이내에 구속영장을 신청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경찰은 8만700여건의 긴급체포를 하고도 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사례가 3만2000건에 육박해 전체 긴급체포 건수의 39.7%에 달했으며 영장 기각률도 15%였다.
경찰청은 지난해 5월부터 피의자 인권보호 기반조성을 위해 각 경찰서에 인권상담실 등을 설치한 데 이어 지난 9월부터 ‘치안현장 인권침해 근절대책’을 마련해 인권강사 등을 초빙, 경찰관 교양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부서별 인권침해 유형 및 사례 위주의 반복교육 등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자수하는 사람을 그 자리에서 긴급체포하는 경우도 있고 교통경찰관의 지시에 불이행할 경우 긴급체포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긴급체포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수사기관으로서는 끊임없이 긴급체포에 대한 욕구를 가질 수밖에 없는 만큼 자의적으로 판단할 소지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시민단체들은 “긴급체포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경찰의 자체감찰 강화와 더불어 경찰에 대한 외부기관의 감사가 병행돼야만 이 같은 인권남용 사례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보은기자/
2004.10.03 (일)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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