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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기보다는 생각을 물어보죠" (교수신문, 070501)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30 11:57
조회
185
이번 주에 만난 학자는 교도소 재소자들에게 매주 화요일 철학 강의를 하고 있는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다. 조 대표는 법무부와 인권실천시민연대가 마련한 ‘수용자를 위한 인문학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강의할 때 입을 옷을 결정하는 것부터 어렵습니다. 양복을 입으면 ‘우리는 죄수복 차림인데 저 사람은 배운 사람이랍시고 양복을 빼입고 있구나’라고 생각하실 것 같고, 반대로 허름한 차림으로 가면 ‘우리가 그렇게 만만한가’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서죠.”

매주 화요일 의정부교도소에서 철학 강의를 하고 있는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 조 대표는 법무부와 인권실천시민연대가 재소자들의 재사회화를 돕기 위해 의정부교도소 영어·일본어 교육생 53명을 대상으로 마련한 ‘수용자를 위한 인문학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조 대표와 이명원 문학평론가가 각각 철학과 문학 과목을 맡고 있으며 3개월씩 2학기 동안 진행된다.

조 대표에게는 복장 뿐 아니라 강의주제 선정 자체가 ‘딜레마’다. 철학 개론 수업처럼 원론적인 내용을 강의하면 학생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라며 흘려듣고, 그렇다고 해서 학생의 입장에 맞춰 ‘격리된 공간에서 어떻게 인간답게 살 것인가?’라는 식의 이야기를 하면 학생이 자존심 상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풀기 어려운 딜레마를 품고 있지만 조 대표는 몇 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점점 강의의 무게중심을 잡아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여섯 번의 강의에서 거론된 주제는 ‘몸의 중요성’, ‘사회가 개인을 어떻게 훈육하고 관리하는가’, ‘충동을 어떻게 볼 것인가’ 등으로 모두 재소자의 삶과 밀접한 관련을 가진 것들이다. 조 대표는 이들 강의에서 ‘나와 다른 사람들의 몸이 소중한 이유’, ‘재소자들로 하여금 삶을 전적으로 부정하지 않게 해주는 힘으로서의 충동’을 주로 다뤘다.

처음에는 강의에 냉담했던 학생들이 “사회가 개인을 길들인다면 결국 우리는 피해자 아니냐”, “충동은 나쁜 것일 수밖에 없다”고 따져 묻는 등 점차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조 대표에게 철학 분야의 책 소개를 부탁할 정도로 적극적인 학생도 생겨났다고 한다. 애초에 철학이 아니라 영어·일본어를 공부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비결은 재소자와 학자 사이에 존재하는 ‘의식의 괴리’를 극복하기 위한 조 대표의 노력이다. 내용 설명을 하면서도 매 순간 학생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들에게 꼭 필요한 강의가 무엇인지 파악해내려고 애쓰는 것이다.

강의에 임하는 태도도 일반적인 강의를 할 때와 다르다. 조 대표는 “차단된 공간에서 오랫동안 잘 견뎌온 분들은 내공이 보통 수준이 아니다”라며 “내가 이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수는 없고 다만 ‘내가 아는 것은 이러한데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을 수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번 학기에 조 대표는 이 강의 외에도 관악일터나눔자활후견기관이 운영하는 ‘관악인문대학’에서 매주 월요일 차상위 계층을 대상으로 예술 강의를 하고 있다. 오랫동안 제도권 교육의 틀 밖에서 활동해온 ‘재야 철학자’답게 두 강의 모두 흔쾌히 참여 요청을 수락했다.

“의료가 자연적 생명권을 보장해준다면 교육은 사회적 생명권을 보장해줍니다. ‘배운 사람’일수록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인정받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얘기죠. 상당히 중요한 권리인데도 교육받을 기회가 적은 소외계층은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법무부의 협조로 이뤄진 이번 강의처럼 국가 차원의 도움이 더 많아져야 해요. 사회적 생명권은 국가가 당연히 보장해줘야 할 권리입니다.”

강민규 기자 scv21@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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