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창익의 인권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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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군대를 망가뜨리는가(경향신문, 2021.09.17)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10-01 17:04
조회
54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군대는 전쟁을 대비하는 조직이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니 늘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높은 정신력과 전투준비태세를 갖춰야 하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훈련을 거듭하고 살신성인·멸사봉공의 자세,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을 가야 하기에 직업군인들은 존경받는 대상이 된다.


군인에 대한 존경은 단순한 마음의 표현에서 그치지 않는다. 직업군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유사시를 대비할 수 있도록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며 각종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 급여는 상당한 수준이 되었고, 군인연금은 엄청난 수준이다. 2019년 1인당 월평균 군인연금 수령액은 272만원이었다. 국민연금 수령액이 40만원 남짓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다’는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주거 지원에다 각종 면세 혜택 등 사영기업 직원이라면 꿈도 꾸지 못할 혜택도 많다. 다치기라도 하면 무상 진료에다 엄청난 액수의 상이연금도 받는다. 상이연금은 군인연금과 무관하게 별도로 받는다. 10년만 근속해도 국립묘지 안장대상자가 된다. 국립묘지는 ‘국가나 사회를 위하여 희생·공헌한 사람을 안장’하는 시설이니, 10년 근속으로 희생과 공헌을 국가적으로 인정받는 거다.


이런 각종 대접이 적당한 건지도 의문이지만, 전투준비태세와 상관없는 집단이기주의, 고급장교들만의 기득권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령 ‘체력단련장’이란 간판을 내건 군 골프장이 그렇다. 군은 30여개의 골프장을 운영하고 있다. 진짜로 체력단련을 위해 골프장을 운영하는 건 아니다. 부대마다 연병장과 헬스클럽 부럽지 않은 체력단련실을 갖추고 있고, 사영 골프장이 곳곳에 널렸는데도 굳이 군이 직접 골프장을 운영하는 까닭은 뭘까. 땅값 빼고 건설비만으로도 수천억원씩 드는 골프장이 필요한 까닭은 편하게, 남다른 대접을 받으며 값싸게 골프 치고 싶은 장군 등 고급장교들의 욕구 때문이다.


의무복무를 하며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젊음을 빼앗기는 병사들은 빠지고, 직업군인으로 상당한 전문성을 갖춰도 부사관이라고 빼고, 같은 장교라도 하위 계급이라고 뺀 다음에, 스스로 특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끼리 널찍한 전용시설을 독차지하고 ‘체력단련’을 하는 모습에서 군인의 기본을 찾아볼 수 없다. 고급장교들이 잇속만 챙기니, 전투준비태세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부대 운영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어느 부대나 핵심과제가 ‘부대관리’가 되었다. 그저 사고만 나지 않기를 바라며 사고가 나면 덮어버릴 궁리만 한다.


실제로 전쟁이 나면 전사할 가능성은 계급이 낮을수록 높아진다. 위험을 몸으로 겪어야 할 사람들은 홀대받고, 전시에도 별걱정 없을 사람들은 온갖 대접을 다 누리는 게 군대의 실상이다. 병사들에겐 면세 혜택이 절실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장군들이 면세품까지 꼬박 챙기는 건 적절치 않다.


그래서 진짜 대접은 병사들과 부사관들에게 집중되어야 한다. 국군복지를 위한다며 골프장에다 호텔, 콘도, 컨벤션센터, 쇼핑센터에다 부대마다 ○○회관이라는 연회장까지 운영하며 돈벌이에 골몰하는 게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짚어봐야 한다.


국방부가 서울에 있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다. 각군본부의 계룡대 이전도 30년 세월이 흘렀고, 미군사령부도 평택으로 이전하는데도 국방부는 서울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다. 직업군인들이 서울에서 근무하고 싶다는 욕구와 국방부 차원의 재산 지키기 말고는 다른 까닭이 없다. 국회를 옮기자는 논의도 활발하지만, 국방부 이전은 논의조차 없다. 군은 늘 성역에 머물러 있다. 서울 한복판이 이 지경이니, 전국 곳곳은 말할 것도 없다.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묶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땅이 많다. 실제로 쓰지도 않으면서 시민들도 쓰지 못하게 묶어둔 땅들도 챙겨봐야 한다.


군인의 헌신과 희생은 제대로 기억해야 한다. 다만 근속을 했다고 각종 훈포장에다 국립묘지 안장과 엄청난 연금까지 보장하고, 식구들과 대접받아가며 골프를 치면서도 대외적으로 체력단련한다고 너스레를 떠는 특권까지 용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래서 군대 개혁이 절실하지만, 국방부 셀프개혁으로는 드라마 <D.P.>에 나온 대사처럼 1953년식 수통 하나 바꾸지 못할 거다. 군대도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독일의 국방감독관처럼 군대 밖에 감시와 견제를 위한 별도의 독립적 기구를 설립해서 군대의 일탈을 막아야 한다. 우리 군이 더 망가지기 전에 뭐라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