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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호] 양길승 녹색병원 이사장 “사회운동은 대나무 뿌리같은 존재 돼야”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4-21 11:14
조회
945

인권연대가 만난 사람


양길승 녹색병원 이사장 사회운동은 대나무 뿌리같은 존재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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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 인권연대가 만난 사람은 양길승 원진직업병관리재단(원진재단) 이사장이다. 1988년부터 원진레이온 직업병 문제를 ‘함께 겪었’고 성수의원, 녹색병원 원장으로 일했던 의사이다. 또한 한국 재야, 시민사회 운동을 일관되게 걸었던 분이기도 하다. 양 이사장은 끊임없이 현장에서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의 삶과 생각을 짧게나마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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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진재단은 녹색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문을 연 400병상의 녹색병원은 1988년 이황화탄소에 의한 중독으로 목숨을 잃은 50여명과 후유증을 알고 있는 900여명의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금과 치료비로 설립되었다. 민간병원이지만, 직업병 환자의 전문적인 치료와 보호를 위한 공공병원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양길승 이사장은 늘 녹색병원 옷을 입고 다닌다. 월간 [인권연대] 편집팀과 만난 날(3월 27일)도 그랬다. 그가 입은 점퍼 왼쪽 가슴에는 녹색병원 로고가 박혀 있었다.


 

양 이사장은 학생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뤘고, 서울대 의대에서 제적되기도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도움으로 아일랜드 유학길에 올랐고, 그곳에서 의사 자격증을 얻었다. 1985년 귀국한 이후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창립을 주도했고, 직업병 환자를 위한 의료활동에 앞장섰고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죽거나 다친 사람들을 보듬는 일을 했다. 녹색병원을 운영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료 검진과 치료활동을 활발하게 펼쳤으며, 환자를 돈으로만 보는 시장경제의료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사회 ‘의사’의 역할에도 열심이었다. 참여연대 설립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시민사회운동을 지원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최근 문화재단 ‘길동무’의 고문을 맡아 노동자와 시민들이 인문적 소양을 쌓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이날 인터뷰도 길동무재단의 송경동 상임이사(시인)과 함께한 자리였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이하 오) 요즘 근황은 어떠신지요?



양길승 이사장(이하 양) 내 근황보다는 오 국장이 평화방송 진행하다 하차했다는 소식을 월간 <인권연대>에서 봤어요. 어찌된 영문인가 궁금하기도 했고, 밥이라도 나누고 싶어 만나자고 했어요.



위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주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랬답니다. 할 수 없죠. 그래도 여전히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검사독재정권’ 시기라 더 바빠졌습니다. 오늘 오전만해도 ‘법 왜곡죄’를 만들자는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검사나 판사가 없는 죄를 만들어내건, 정작 범죄자는 봐주는 식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에는 확실하게 책임을 묻자는 겁니다. 이미 독일 등 여러 나라에서 시행하는 제도이기도 합니다.



꼭 필요한 일이네요. 우리나라는 사회운동, 시민운동이 활발한 나라입니다. 특히 민주화운동과정에서 국민이 독재정권을 물리쳤고, 촛불 항쟁으로 대통령도 끌어내렸잖아요. 이런 굉장한 민주주의를 실현한 나라가 또 없을 거에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까요? 독재나 다름없는 정권이 자기 마음대로 해버리고 있어요. 자살 행렬도 끊이지 않고 있어요. 민주화운동을 이력 삼아 정치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끄러워해야 합니다.



저희는 탄핵제도 활성화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간첩 조작하고, 거액의 술접대를 받아도 검사들은 멀쩡합니다. 유우성씨를 간첩조작하고 보복기소를 했던 검사가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영전하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다수당인데도 이런 검사들을 지켜만 보고 있습니다. 탄핵은 고위 공무원 파면 제도인데, 헌법이 보장한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거죠. 더불어민주당 의석수만으로 발의와 탄핵소추 모두 가능한데도 말입니다.



과연 그렇네! 지금이라도 그걸 촉구해야해요! (실제로 양길승 이사장은 대화 도중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전화를 걸어 한참이나 검사 탄핵이 필요하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인권연대가 바로 모레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엽니다. 뭐든 계속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나라가 엉망인데, 열심히 뛰어야죠.그건 그렇고 수염은 여전하시네요. 우리 독자들은 이사장님 수염에 대해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2007년엔가 대통합민주신당이 만들어질 때 오충일 목사 등과 참여한 적이 있어요. 어려운 시기였고, 재야에서도 힘을 보태야 했어요. 정당에서 최고위원까지 하다 보니, 언론에 얼굴이 나올 일이 많아졌어요. 지나가는 행인들도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데, 정치인 체질이 아니어서 그런지, 힘들었어요. 그리고 2007년 대통령 선거 결과도 형편없었지요.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당활동을 그만두면서부터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어요. 좋은 점은 사람들이 더 이상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아무튼, 정치는 내 몫이 아니었어요.(웃음)



그러셨군요. 이사장님은 운동하는 사람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 가면, 늘 계산대 가까운 쪽에 앉아서 밥값을 계산하시잖아요. 여태껏 제가 신세진 것도 엄청나게 많구요. 녹색병원을 만들고 키워오신 것도 그렇고,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시민사회운동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며 지내셨는데, 시민사회운동에 조언을 주신다면?



나는 시민사회운동을 ‘면도칼’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얇고 날이 선 칼로 쓱 그어놓는 것처럼, 단박에 이쪽과 저쪽을 가르는 식, 선 긋는 식의 운동은 곤란해요. 당장의 성과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속가능한 게 중요합니다. 칼이어도 뭉툭한 뒷면이 되어야 합니다. 날카로운 비판도 중요하겠지만, 늘 약자 곁을 지키는 우직하고 믿음직한 친구처럼요.


대나무를 흔히 청렴, 소신의 상징처럼 말하는데, 대나무가 절개의 상징이 된 것은 그 거대한 뿌리에서 비롯된 겁니다. 대나무 뿌리는 한번 자라면, 서로 기대어 엉키며 거대한 덩어리가 됩니다. 지진이 나도 끄덕없을 정도랍니다. 일본 속담에 지진이 나면 대나무 아래로 가라고 한다죠. 시민사회운동은 사람들에게 대나무 뿌리 같은 존재가 되었으면 해요.



대나무 뿌리같은 운동이란 말씀, 명심하겠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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