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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2호] 국정감사, 누구를 위해 왜 하는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36
조회
331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얼마 전 우연히 뵙게 된 한 원로는 당신에게 세분의 따님이 있다면서 이제는 다 출가를 했지만, 적어도 세 부류의 사람들은 사위로 맞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검사, 기자, 정치인이었습니다. 검사와 기자들은 멀쩡한 사람이 조직에 들어가서 어떻게 망가지는가를 잘 보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었지만, 정치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느새 한국 사회를 움직이며 실질적으로 가장 많은 힘을 지니고 있는데도, 정치인들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정치인들에 대한 혐오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만, 최근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지켜보면서 왜 정치인들이 그토록 깊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지금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은 대체로 두 가지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국감을 자기 이름을 알리는 좋은 기회로만 여기는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이들은 매일처럼 자기 이름을 큼직하게 쓴 보도자료를 뿌리면서 기자들과 눈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감장에서 언론의 이목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 한두개쯤은 기본입니다.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소속 정당의 당리당략만을 위해 골몰하는 경우입니다. 대학교수까지 지냈던 권철현의원(한나라당)이 멀쩡한, 아니 오히려 보수적이기만한 역사 교과서를 두고 친북, 좌경이라고 윽박지르는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됩니다. 국가안보를 담보로 위험한 이야기를 내뱉는 박진의원(한나라당)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8일 서울 경찰청에서 진행된 행자위 국감에서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한명의 예외도 없이 색깔론을 제기했습니다. 주로 그 며칠 전 열렸던 기독교 상업주의자들과 수구세력의 집회에 대해 “왜 청와대까지 행진하지 못하도록 막았냐” “경찰이 좌파정권의 앞잡이가 되어 애국집회, 시위를 막으면 안된다”는 엉뚱한 질문과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지루하고도 시대착오적인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민생치안의 허점 때문에 대문 밖이 불안하다는 시민들, 특히 어린이, 여성, 어르신들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구체적인 사실도 아니고, 피감기관을 감시하거나 개혁을 촉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노무현 정부에게 빨간색 덧칠을 하는 것이 이번 국감의 최대 목표인 것처럼 다른 모든 현안에 우선해서 색깔만을 문제 삼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작태는 도대체 왜 국감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를 갖게 합니다.


 물론 의원들 중에서 성실하게 준비하고, 진지하게 국민의 대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분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기껏해야 자기 이름이나 알리고 껀수 챙기기 식의 폭로를 일삼는 모리배들과 당리당략만을 앞세우는 시대착오적인 정치꾼들의 목소리는 너무 크게 들립니다.


 국감의 진행방식도 문제입니다. 20일밖에 안되는 짧은 일정에 많은 기관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부실해지기 딱 좋습니다. 의원들에게 배당된 질의시간도 겨우 5분밖에 안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수박 겉 핥기 식의 감사가 반복되고 있고, 피감기관은 오늘 하루만 참으면 된다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형식적인 감사가 끝난 다음 남는 것은 무엇입니까? 의원들은 오랜만에 언론에 자기 이름을 내세울 수 있어서 좋겠고, 피감기관은 적당한 감사 때문에 겨우 하루 고생하는 것으로 면죄부를 발부받는 기분이어서 좋고, 언론 역시 집중적으로 지면을 할애할 수 있는 기사거리를 찾아서 좋겠지요. 그러나 정작 국민들에게 남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보입니다. 이해 당사자들은 각자 제 몫을 챙겼지만 국민들은 빈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최근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상시 국감은 귀 기울일만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한차례 소나기 퍼붓는 방식 말고, 차근차근 쟁점을 따지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언제든지 국감이 진행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국정감사가 끝나면 국회의원, 피감기관, 언론까지 제 몫을 챙기지만, 국민들만 빈손이 되는 경우는 없어야 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바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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