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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64호] ‘수능부정’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8-18 10:53
조회
352

‘수능부정’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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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숙/ 잠신고등학교 교사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고사가 실시된 직후 ‘수능부정’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더니, 지난 14일 성적이 통보된 뒤에도 매일같이 ‘수능부정’과 관련된 갖가지 새로운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것을 들으며, 오랫동안 고등학교에 근무하며 학생들을 지도해 왔던 교사로서 벗어날 수 없는 부끄러움과 또한 얼마든지 예견할 수 있었던 일이었음에도 막연히 안일하게 대처했던 당국에 대한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능부정’, 교육문제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

 이번 수능부정 사건은 현재 우리나라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사회 전체가 진정한 의미의 교육 대신 대입만을 목적으로 하는 성적 제일주의 학교교육만을 요구했던 것이 원인입니다. 학원에 비해 학교가 성적을 올리는데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하고, 학교가 할 수 있는, 또 해야 하는 인성과 덕성을 갖추고 남과 더불어 즐겁게 살기 위한 교육을 도외시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학벌지상주의가 근본적 원인으로 지적되어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수학능력평가는 단순한 시험이 아닙니다. 고등학교에서 3년간 학습한 엄청난 양의 수업내용을 한번의 평가를 통해, 성적순으로 대학을 선택하게 하는 것입니다.




phone1217.jpg  대학에 진학한 뒤 얼마나 열심히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기 위해 젊음을 바쳐 노력했는가 보다는 어떤 대학을 다녔는가가 평생 동안 한 개인과 그 개인이 속한 가족이 머물게 될 계급을 결정짓게 되는 시험인 것입니다. 높은 점수를 따기만 하면 평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시험. 자신이 배운 것에서 자기의 논리를 가지고 서술하는 것이 아닌 객관식 시험. 고득점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상상을 초월하는 갖가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는 것을 교육당국은 생각했어야 합니다.

부정행위를 방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 어떤 분은 교사의 감독소홀을 나무라지만, 수험생을 위해 출근 시간과 금융시장의 개장 시간을 변경하고, 듣기 평가 시간에는 항공기의 이착륙이 금지될 정도로 전 국가가 온갖 편의를 제공하는 분위기 속에서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내도록 말만 할 수 있지 신체검색을 할 권한이 교사에게는 없습니다.


수능부정을 방지할 방법은 없는가?


 교육부에서 사건이 터진 직후 발표한 ‘수능시험장의 휴대전화감별기 설치’나 ‘의식개혁차원의 윤리교육 강화’ 따위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대학 입시 제도의 근본적 개혁과 학벌주의를 없애야 합니다.


 공교육이 제대로 서고 학교에서 하는 학습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는 모든 활동(체험, 봉사, 특별활동, 동아리 활동 등)이 공정한 기준에 의해 평가되고 그 평가가 대입에 전적으로 신뢰성을 가지고 반영되어야 하며, 수능은 자격고사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능력이나 업적이 아니라 출신학교가 그의 사회적 지위와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고 대학의 서열이 사회의 계층으로 굳어지는 한 명문대를 입학하기 위한 부정행위는 계속될 것입니다. 대학을 평준화해야 합니다.


 또한 사회 전체에 의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수능 부정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은 물론 일반 학생들도 컨닝에 대한 죄의식이 그리 크지 않더라며 언론에서는 놀라지만, 놀란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에서 해가는 숙제는 부모형제가 거들거나 학원 강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면 칭찬을 들으며 성장한 아이들. 대입을 위해 필요한 봉사시간을 부모가 가짜로 해결해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했던 아이들. 해마다 엄청난 액수를 받고 대입의 특혜를 주었다가 발각되는 입시부정사건, 노골적으로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고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 도저히 그 정도가 가늠되지 않는 천문학적 단위의 부정한 돈을 남에게 요구해서 얻어 쓰고도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처벌받지 않는 정치권. 이런 것을 보고 듣고 체험하며 자란 아이들이 자신들의 ‘조그만’ 부정에 대해 사회적으로 이토록 큰 파장이 생길 줄 몰랐고, 죄의식을 갖지 못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옳은 것이 옳게 인정받는 사회, 잘못하면 공정하게 심판받는 것을 보여주는 사회,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는 사회로 변화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는 절실히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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