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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홍세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6-30 16:43
조회
795

홍세화/ 대학생


 지난 6월 9일 광주에서 건물이 붕괴되어 희생자들이 생겨난 참사가 벌어졌다. 이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도 대한민국에서, 그것도 2021년에 벌어진 사건이 맞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멍하니 뉴스를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이러한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 하청의 하청의 하청으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는 뿌리를 내려 무고한 이들을 해치는 재앙으로 자라나고 있다. 이번 참사를 가만히 보고 있으니 떠오르는 비슷한 참사가 있었다.


 1995년 6월, 삼풍백화점이 붕괴되었을 때 역시 그 원인은 부실 공사를 진행한 삼풍건설과 이를 알면서도 뇌물을 받아 눈감아주고, 용인해 준 강남구청 공무원들의 합작이었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 삼풍백화점 붕괴와 관련된 이야기를 방영해 주어 시청하였는데, 시청하는 내내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건축 과정에서부터 설계도를 무시하고 경제적 이윤에만 치중하여 부실 공사를 한 것은 물론이고, 붕괴 이전에 붕괴 전조 현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대피시킬 생각보다 먼저 한 것이 백화점 4층에서 진행되었던 보석전의 보석들을 옮기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는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모여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


 이번 광주 건물 붕괴 참사도 마찬가지이다. 싼값에 빨리 건물을 해체하겠다는 생각으로 건설업체는 해체계획서를 무시한 채 공사를 진행했다. 한눈에 봐도 위험천만한 건물 철거 광경에 광주 시민들은 몇 차례 시청과 구청 등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그에 대한 조치는 적절히 취해지지 않았고, 건물 붕괴 전조 현상이 나타나자 공사현장의 사람들은 모두 대피하고 약 20분간 건물이 붕괴될 때까지 지켜만 보았다고 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사진 출처 - 게티 이미지 뱅크


 안전불감증과 부조리의 컬래버레이션은 그동안 우리 사회에 많은 재앙을 가져왔다. 그러나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이 이뤄지지 않고,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앞서 말한 컬래버는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곪아가며 좀먹고 있다.


 그 무엇도 생명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종종 ‘돈’과 같이 생명보다도 우선시 되는 것들이 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故 김광석 님께서는 삼풍백화점 붕괴 당시, 삼풍백화점 참사와 관련하여 “상식적이지 않은 것이 상식화되어가는 그런 모습들이 많습니다. 주변에.”라며 말씀을 꺼내셨다. 26년이 지난 지금도 그다지 변한 것 없어 보이는 우리 사회가 안타깝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대한민국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일 처리가 아닌, 소를 잃었을 때 외양간을 제대로 고칠 줄이라도 아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