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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학에 인권기준 제시해야 할 서울시교육청 -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묵구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5:01
조회
499

종교사학에 인권기준 제시해야 할 서울시교육청
- 특정 종교의식을 자율 참여라며 강요하는 종교사학


손상훈/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사무국장



서울 은평구에 소재하는 한 중학교는 종교사학으로 교육목표 4가지가 신앙, 실력, 자율, 건강이다. 이 중 하나인 신앙의 일반목표는 ‘그리스도를 본받아 산다’이며, 구체적인 교육목표가 성경 학습, 예배 생활, 전도와 봉사이다. 그리고 교육실천사항으로 성경 읽기, 성경 연구, 요절 암송, 경건한 예배, 기도 생활, 찬송 생활, 교회 출석, 기도 생활, 봉사 생활 등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이 내용만 본다면, 학교인지 교회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지난해 12월 서울 은평구에 있는 종교사학에 22년간 재직하고 있던 한 교사가 더 이상 중학생들에게 종교 강요를 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하였다. 그리고 서울시교육청에 종교교육 및 종교의식의 인권 침해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변화한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종교과목이 90점을 넘지 않으면 국어, 수학 등 다른 과목에서 100점을 받아도 과목 우수상을 받지 못하는 규정이 삭제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교사에게 보낸 3차례의 문서회신에서 종교사학이 종교교육과 의식을 자율적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적한 문제 사항들도 학교장 재량 사항이라고 답했다.

매일 아침, 저녁 실시하는 조회 종례 시 강제 경건회 및 매주 실시되는 학년예배에 의무적으로 참석하게 하는 것도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를 권장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불참학생이나 불만학생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소수의견을 가진 학생을 지도하도록 자체방안을 강구할 것도 권고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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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학에 22년간 재직하고 있던 한 교사가 더 이상 학생들에게 종교 강요를 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하였다.
사진 출처 - 필자


하지만, 이 학교는 학부모 상담을 통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도록 철저히 지도한 결과 종교과목 이외의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부모가 단 한사람도 없다고 한다.

이 학교는 개신교였던 교사가 무종교인이 되고, 그 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강제적인 특정종교의식이 자율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교사들의 분발을 이끌어 내었다. 선생님들 또한, 그동안 무관심을 반성하고 학생들을 더 많이 상담하여, 학생들이 인근 교회에 자발적으로 많이 다니게 더욱 열심히 하고 있다.

담임교사가 학급경영 요람에 기재하게 되어있는 ‘전도 현황표’ 및 ‘전체 경영 계획’을 보면, 학기별로 교회출석을 독려하여 인원수를 적어 성과를 표시해야 한다. 또한 ‘학급선도일지’를 기록하여 학생들의 교회출석을 확인해야 한다. 학생종교란은 개신교를 장로교, 감리교, 성결교, 침례교, 순복음, 기타교파 6개로 나누고 학생 수를 표시하며, 나머지 종교는 천주교, 불교, 무종교, 기타종교로 다시 나누어 학생수를 표시하도록 해 놓았다.

학년 초에 절반정도에 가깝던 무종교였던 학생들은 대부분 이 학교의 개신교 교단에 소속된 것으로 바뀌게 된다. (아래 표는 양심 선언한 교사의 반이어서 무종교인 학생들이 비슷한 숫자로 유지되고 있다) 학교의 교사들이 선교실적을 올려야 하고, 교장과 교감에게 매년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숫자상으로라도 바꿔 놓아야 하는 게 학교 현장의 상황이다. 종교사학의 교사들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 재량권에 관한 사항이란다.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면서, 건학이념인 특정한 종교교육과 종교의식을 자율적으로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청은 온데간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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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필자


현재 종교사학의 선생님들은 그동안의 나태를 회개하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학생들을 면담하여, 불신자이거나 무종교인 학생들이 집 근처 교회에 다니도록 하고, 성경공부 모임에 참여하도록 상담하고 권유한다. 인사권이 있는 종교재단에 잘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개인의 종교 활동에 부합하는 것으로 자기최면을 걸게 되는 상황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제 종교의식 참여와 종교교육은 자율적으로 종교 활동에 참여하게 하도록 하는 것으로 둔갑하고 교육부의 고시와 서울시교육청의 권고는 왜곡되게 변질되고 있다.

마치 봉사와 선교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다른 종교를 믿는 나라와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해외 선교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종교사학의 종교교육과 종교 활동이 자율을 가장하며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차별하는 것처럼, 교사들도 자기 최면의 늪에 빠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장 재량, 종교사학의 건학이념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동등한 관계가 아님에도, 구체적인 세부 인권기준이 없이 방치해온 결과 학교 현장은 ‘종교자유 침해와 차별의 실험장’이 되어 가고 있는 모양새다.

정신적인 기본권이 침해되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강자인 선생님의 권유를 잘 들어야 성적을 잘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선생님을 믿고 따라야 하는 약자로서 민주시민교육이나 인귄 교육이 아닌 굴종하고 줄서기를 중학생 시절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오는 8월 31일 금요일 오후4시 서울 중앙 지방법원 민사법정 455호에서 강의석씨(현재 서울법대 3학년 재학)가 2005년 10월에 제기한 ‘종교자유 침해 손해배상 소송’의 결심공판이 열린다. 강의석씨는 지난 2004년 서울 대광고등학교에 재학 중에 예배선택권을 주장하다, 퇴학처분을 받고 45일간을 단식하는 등 종교사학의 종교교육과 특정종교의식이 학생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인 강의석씨는 3년이 지났지만 종교사학의 현실이 변화된 게 없다고 법정에서 밝히고 있으나, 피고인 서울시교육청은 자신이 할 일을 다했다고 주장하고, 대광학원은 학교도 피해자이며, 종교의식을 예전부터 자율적으로 진행해 왔으며 지금도 자율적으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종교사학에서 일어나는 자율을 가장하는 인권 침해, 더욱 교묘해진 종교 강요, 서울시교육청은 이제라도 인권침해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