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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와의 업무협약(?)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29
조회
217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시민단체 활동은 8년차, 민변이라는 법률가단체에서 활동한지 3년차, 요즘 일이 거의 폭탄 수준이다. 정말이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다. 단체에서 상근활동을 하면 항상 입버릇처럼 “요즘 너무 바쁘다 ...구시렁구시렁... ”하지만 이 입버릇이 무색해 질 정도로 일의 양과 질이 확연히 다르다. 요즘처럼 일자리가 부족하고 청년실업이 심각한 문제가 되는 시대에 바쁜 것을 불평하면 욕먹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일을 하면서도 흥이 나기보다는 의무감이나 책임감으로 버틴다는 생각도 드니 일폭탄이 반갑지만은 않다.

모름지기 결과가 있으면 그 원인이 있는 법! 언제부터 왜 이렇게 바빠졌는지 되짚어 보면, 시작은 이명박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에 국가인권위를 대통령 직속화한다고 하여 추운 겨울에 노숙을 하며 반대활동을 했던 일이었다. 꽃피는 봄이 오고 계절이 바뀌자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해서 전 국민적 저항을 맞아 촛불이 들불처럼 번지기 시작하였고, 사실 얼씨구나 축제구나 하면서 촛불을 따라 다니다가(이때는 진짜 재미있었다) 경찰들의 무식, 폭력, 불법 3종 세트 진압이 시작되면서 이에 대한 인권침해 감시하러 매일 밤을 광화문과 시청 앞에서 보내게 되었다. 촛불이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가자 길가에서 촛불 들던 사람, 유모차 어머님들, 광고 중단 전화를 걸었던 네티즌들을 검찰이 상상 불허 불구속·구속기소, 약식명령을 청구하니, 이 역시도 법률가단체에서 책임져야 하기에 비록 거리의 촛불은 사그라졌지만 검찰의 칼날을 막기 위한 활동들이 이어졌다. 여전히 촛불 집회 참가자들에 대한 기소, 약식명령, 정식재판 등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국회 쪽에서 국민들의 표현·집회·언론의 자유를 말살하고, 재벌과 소위 1% 부자들을 위한 법률들을 우르르 발의하고선 이를 통과시키려고 하니 이 또한 꼭 막아야 하는 것들인지라 다시 추운 겨울날 여의도와 사무실을 오가며 기자회견과 집회, 농성을 해야 했다. 다행히 한 해는 넘겼지만 여전히 시한폭탄인 상태가 지속되어, 다시 ‘미네르바’라는 인터넷 논객이 덜컥 구속되었고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이에 관련된 활동을 하던 중, 다시 용산에서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인하여 6명의 인명이 희생되고 이를 위한 진상조사단 활동을 시작하였고, 2월이 되어 국회에서는 다시 무더기 악법들을 통과하려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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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선서하는 모습
사진 출처 - 청와대


정리하면 중간에 잠깐씩 짬이 있긴 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시작과 함께 일폭탄이 터졌다고 할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바빠지면 바빠질수록 한국의 인권은 더욱 후퇴될 것이 자명하고, 이를 원위치 시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이 활동하는 상근자들과 밥을 먹으면서 누군가에게서 “이명박 정부와 우리가 업무협약을 맺은게 아닌가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다른 관련단체들도 다 그러하겠지만 법률가단체인 민변의 측면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진행하고 저지른 대부분의 업무가 직접 연관되어 있고, 그 파괴력이 국민모두의 인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들임을 잘 알기에 긴급히 활동을 해야 하는 것들이다. 말도 안 되지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이명박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적어도 지금까지 그들이 벌여 놓은 일들 정리할 때까지만 조금 기다려 주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비정상이 정상이 되고, 비상(非常)이 일상(日常)된 것 같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을 때 가졌던 ‘아마도 5년 동안 많이 바빠지겠다.’ 는 막연한 예측이 어떠한 현실이 되었는지 톡톡히 느끼고 있는 요즘, 바쁘다고 투덜댈 수만은 없다. 앞으로도 별로 덜 바빠질 수는 없을 듯하여, 주어진 일폭탄에 맞서기 위해선 개인적 각오도 새롭게 다지면서 일을 좀 더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나누어 해야겠다.(이 정부 덕분에 효율적인 일처리 방식을 배우게 되는구나!) 더불어서 같이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작은 힘을 키우기 위한 연대도 좀 더 노력하여야겠다. 지금은 비록 조금 밀리지만 그래도 조만간 이명박 정부에 똥침!!과 멋진 카운터펀치를 날릴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도 재미있는 상상이다. 그게 제 2의 촛불이면 더더욱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