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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인권이사국이라고? -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18
조회
222

이동화/ 민변 국제연대위원회 간사



현재 한국은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이다. 또한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 때나 유엔인권조약기구 심의 시에 한국 정부는 한국 사회의 인권보호측면을 무지하게 강조한다. 최근 촛불집회 때의 공권력에 의한 무차별적 연행, 구금, 구속에 대해 한국 시민단체는 유엔인권특별보고관에게 인권침해상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조사를 청원하였다. 이에 유엔인권옹호자, 표현의 자유, 고문 특별보고관은 한국정부에 한국시민단체의 청원을 바탕으로 한국정부 측에 인권침해사실을 질의하였다. 한국 정부는 10월 16일 공식답변을 통해 한국의 시민사회단체가 제기한 인권침해사항은 일방적이고 형평성에 맞지 않고, 불확실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기인한다고 하였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집행을 했을 뿐이라고 답변하면서, 유엔인권조약에 전혀 위배되지 않았고 국제인권기준에 맞는 조치를 취했다고 하였다. 젠장!!

솔직히 단체에서 국제연대활동을 하다보면 가끔 외국 활동가들에게서 한국의 인권상황이 다른 나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낫다는 평을 듣게 되고, 메일링서비스를 통해 전달되는 아시아 국가의 인권침해사례를 접하게 되면 나 스스로도 한국이 그러한 국가의 상황에 비하면 낫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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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악수하는 이명박 대통령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물론 여전히 한국에서는 대낮에 총격을 당하거나 납치를 당하거나 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지만, 하나의 사건으로 1400명의 사람이 경찰서 신세를 지거나, 수십 명이 구속이 되고, 구백 명이 넘는 사람이 수백만 원의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처할 예정인 사례는 해외에서도 드물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터넷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인터넷공간에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을 비방했다는 이유로 경찰이나 검찰에 불려가서 몇 시간 내지는 며칠을 조사 받아야 하고, 몇몇 신문사에 광고를 낸 회사에 전화를 걸어 광고 중단을 요구했다고 특정한 사람들을 출국금지 시켜 공포감을 주고, 일부는 주동자(?)라는 이유로 구속시키는 IT강국은 내가 알기로는 없다.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과 함께 나왔다고 해서 아동학대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고, 집회 시에 자동차를 끌고 나와서 집회무리와 함께 이동하며 빵빵 거렸다고 일반도로교통방해 혐의를 받아야 하며, 단순히 집회에 참여하여 차량도로로 다녔다는 이유로 집시법과 도로교통법 혐의(그럼 월드컵 때 차량시위하고 도로에서 차선을 점령하고 “대한민국”을 외쳤던 사람들도 모두 소환되어 처벌받아야 하나?), 멀쩡한 언론사의 사장을 갈아 치우고 이에 항의하는 노조원들을 이런저런 꼬투리로 해직하는 상황이 버젓이 발생하면서 적법한 진압을 했다고 되레 호통 치는 경찰우두머리가 있는 나라가 과연 인권이사회 이사국의 자격이 있는지, 유엔회의에서 인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큰소릴 칠 만한 나라인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

더 큰 문제는 촛불이 사그라진 지 꽤 되었지만 정부 경찰, 검찰의 조사, 구금, 구속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그 범위를 넓혀 먹고사는 문제까지 사사건건 조여오니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

한국정부의 인권보호니 인권선진국 발언도 토 나오지만 나 스스로 한때 비슷하게 생각했던 부분도 심하게 쪽 팔린다. 사실 없는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 소외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얼마나 많이 달랐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부가 촛불을 밟아 끄면서 인권의 영역을 계속 침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현재의 상황이 대단히 심각하다는 것을 느낀다.

더 갑갑한 것은 이제 1년도 안 지났다는 것이다. 날씨도 추워지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