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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위해 ‘개념’부터 갖추자! -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7-11 16:32
조회
233

이현정/ 흥사단 민족통일운동본부 차장



이명박 정부 집권 후 1년이 지났다. 축하하는 자리보다 성토하는 자리가 더 많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1년이 꼭 100년 같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현 정부가 지난 정부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규정하고, 모든 것을 바꿔버리려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변화 양상을 살펴보니, 대통령이 항상 서두에 말하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위해서가 아니라 권력을 갖고 있는 자, 더 많은 땅과 돈을 갖고 있는 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바로 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불행은 권력, 땅, 돈을 갖고 있지 못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복지, 교육, 노동, 인권, 환경 등 우리가 마땅히 누려야 할 민주적 권리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울타리 안에서 짓밟혔고, 무참히 꺾였다. 현재진행형이다. 더 이상 민주주의라고 말하기에도 부끄럽다. 이제는 ‘대의적 권력집중주의’로 부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최근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직접 민주주의는 우리를 초대하기는커녕 발로 걷어차고 있는 현실이다.

정책을 집행하다보면 실수가 있을 수도 있다. 계획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그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여 정책을 새로 짜고, 집행하면 된다. 왜냐하면 정부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오히려 잘못으로 드러난 정책을 강화시키려고, 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의 입과 생각을 막고, 죽음으로 내몰고, 실제로 죽이고 있다.

교육 정책만 봐도 그렇다. 대학입시 자율화, 일제고사, 영어몰입교육 등으로부터 나온 1년 동안의 결과는 처절하다. 사교육비 절반, 반값 등록금 정책과는 다르게 2008년도에 사교육비가 무려 23%가 뛰어 올랐다. 경제가 어려워 모든 가계 지출이 줄었음에도 사교육비 만큼은 폭등했다. 여기에 정부 학자금대출 연체율은 점점 더 올라가고만 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불도저 밀어붙이기식으로 정책 고수, 강화만을 부르짖고 있다. 정책 결과에 대한 반성이 없다. 그러니 변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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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지난 2월 2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부근 청운동 동사무소 앞에서
청소년단체 '무한경쟁교육, 일제고사에 반대하는 청소년모임 세이노(Say-no)'가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일제고사 부활과 무한경쟁교육을 비판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대북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 1년 만에 20여 년간 쌓아왔던 남북 간 신뢰가 다 무너졌다. 심지어 박정희 대통령의 반공유신정권 때보다도 못하게 모든 교류가 다 끊겼다. 한반도에서 전쟁 발발까지도 운운하는 현실이 되어 버렸다. 이는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대북정책으로 인한 결과다. 6.15 및 10.4 선언 불이행, 비핵개방3000, 통일부 수장에 냉전적 사고방식을 지닌 외교안보전문가 등장, 기다리기만 하겠다는 엄격한 상호주의 등의 정책이 지금의 불행을 가져왔다. 입으로는 ‘상생과 공영’을 얘기하지만, 결국 지금의 한반도는 ‘상극과 공멸’로 가고 있다. 여전히 반성이 없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개념 없다‘라는 말을 자주 쓴다. 군대에서 많이 쓰는 용어인데, 어떠한 일을 잘못 처리하고, 잘못 생각할 때 사용하곤 한다. 사전적 의미로는 일반적인 지식 및 보편적인 관념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2009년 계획을 세울 때 전년도인 2008년에 대한 평가를 먼저 내린다. 그리고 거기에 맞게 새로운 계획을 짠다. 바로 이것이 ‘기본적인 개념’일 것이다. 하물며 정부는 국가 정책을 수행하는 만큼 더욱 냉정하고 면밀하게 지난 성과와 과오를 평가해야 한다. 그런데 전혀 그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오히려 비판적인 평가를 하는 집단에게 탄압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한 개인보다도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기본적인 개념’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잘못된 정책으로 드러난 2008년 정책을 2009년도에도 들이밀고 있다. 여전히 ‘존경하는 국민’과는 소통하려는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아예 언론을 시작으로 해서 미리미리 다 틀어막으려고 한다. 사법부까지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반성도 안 한다. 엄마한테 회초리를 맞는 아이보다도 못하게, 국민의 회초리를 꺾어버리고 있다.

현 정부에게는 냉정한 반성이 필요하다. 2008년의 잘못을 세계 경기 불황 탓으로만 돌리는 짓은 멈춰야 한다. 그리고 2009년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 가난해도 공부할 수 있게, 남북이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회초리를 휘두를 권리가 있는 국민들과 소통을 해야만 한다. 따끔한 회초리도 맞아야 한다. 바로 이 시작이 이명박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위한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개념’이 바로 서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