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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쿠데타 이후 2년이 지난 미얀마의 지금은(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2-07 10:31
조회
209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지난 2월 1일은 미얀마에서 군부쿠데타가 발생한지 2년이 되는 날이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중들은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힘겨운 투쟁을 2년째 이어가고 있지만 군부는 폭력 진압과 학살로 집권을 이어가고 있다. 2년이 되는 날, 아디를 포함한 국내외 인권단체와 재외 미얀마 단체는 규탄 기자회견과 집회를 개최했고 국제사회 역시 추가 제재를 통해 군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미얀마 군부의 폭압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쿠데타 발생 2년이 지난 지금 미얀마는 어떤 상황인지 살펴보았다.



사진.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2년 규탄 및 민주주의 촉구 기자회견 모습, 출처: 아디 홈페이지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023년 1월 30일 기준 최소 17,525명이 체포되었고, 약 3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5만 채의 민가가 불에 탔으며,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군부의 공격을 피해 난민이 되어야 했다. 불과 이주일 전인 지난 1월 24일에도 카렌주의 마을들이 군부 공격에 파괴되었고, 5천여 명의 주민들이 고향을 떠나야 했다. 또한 미얀마 군부는 군부에 비한적인 언론사를 사실상 모두 폐쇄하고 150명에 가까운 언론인을 체포하면서 미얀마 사람들의 눈과 귀를 막고 군부가 운영하는 언론사만을 유지시키고 있다.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중들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지난 1월 30일 아디와 교류하는 현지 활동가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기름값은 세 배로 뛰고, 전기사정이 안 좋아져서 하루 절반 이상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국제사회의 경제제재와 미얀마 군부의 행정제재, 미얀마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투자철회로 미얀마 화폐의 가치는 폭락했고, 쿠데타 이전 연 6%내외로 성장했던 미얀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쿠데타 이후 -18%가까이 후퇴했다. 미얀마 통계청이 밝힌 2022년 미얀마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1%에 이르러 미얀마 사람들이 체감하는 물가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미얀마 젊은 층(20대~40대)은 미얀마 내에서의 희망을 접고 해외로 이주노동을 신청하고자 했지만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월 17일부터 미얀마 국민의 신규 여권 발급과 기존 여권 갱신을 전면 중단하여 합법적인 출국을 원천 봉쇄했다.


 

미얀마내 교육상황 역시 크게 후퇴했다. 미얀마 공교육은 교사들의 시민불복종운동 참여로 인하여 교사가 부족한 상황이고 미얀마 군부의 강제적인 교사 등원 조치와 함께 새로운 교육 커리큘럼을 도입하였지만 교제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미얀마 중부지역 고등학교 교사는 전했다. 또한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 외곽의 소수민족과의 전투를 계속 이어가면서도 미얀마 내의 치안상황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지의 치안상황이 불안정해져서 강도 등과 같은 강력범죄가 나날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쿠데타 발생 2년이 되는 날, 미얀마 민중들은 자신들의 저항의 목소리를 군부와 전세계에 알리고자 침묵 시위(Silent Strike)를 기획했고, 비록 군부의 강제명령때문에 일부 자영업자와 상점주인들이 가게 문을 열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미얀마 민중은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침묵시위에 참여했다. 미얀마는 침묵했고, 미얀마 군부에 대한 민중들의 저항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2018년부터 아디와 미얀마 현지에서 마을도서관을 운영하는 현지활동가들은 늘 담담했다. 미얀마에서 전해져 오는 온갖 비극과 슬픈 소식에도 그들은 자신이 해야 하는 활동을 이어갔고 일상을 살아냈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군부의 거센 폭압속에서 잠시 몸을 누일지언정 민주주의를 회복하려는 그들의 강한 염원은 땅속에 뿌리깊게 박혀서 언젠가 올 변화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