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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에서 멀어진 로힝야, 그리고 학살 추모 6주기(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9-05 09:38
조회
148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지난 8월 25일, 아디를 포함한 몇몇의 시민사회 단체는 주한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로힝야 학살 6주기를 추모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2018년부터 매년 기자회견을 가졌으니 올해로 여섯 번째이다. 8월의 뜨거운 태양아래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학살을 성토했으나 현장에는 기자 1분과 주최단체 관계자 7~8명만이 참석했다. 예상은 했지만 무관심에 가까운 언론 반응과 냉정한 현실은 늘 적응하기 어렵다.



사진 1. 로힝야 6주기 기자회견 사진, 2023.08.25. / 출처 - 저자


아디는 2017년 8월 미얀마 군부의 대규모 학살 전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학살 피해생존자를 만나서 당시의 현실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기록의 결과는 너무도 끔직하다. 7년 전 미얀마 군인은 2살짜리 로힝야 갓난아이를 땅에 내리쳤고 산채로 불에 던졌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강간과 집단살해는 분쟁의 폭력성뿐만 아니라 군부가 성폭력을 전쟁의 도구로 사용했음을 드러냈다. 국제사회는 공분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미얀마 정부에 요구했으나 미얀마 정부는 군부를 옹호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1년, 군부는 자신들을 옹호했던 미얀마 정부를 뒤엎고 권력을 차지했다.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더욱 어려워졌다.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7년 전 학살을 피해 방글라데시로 피난한 로힝야 피해생존자들의 요즘의 삶은 어떠할까? 대나무와 방수천으로 만들어진 임시 쉼터, 매년 발생하는 몬순 시기 재난적 폭우와 잦은 화재, 식량부족으로 인한 발육 부진과 영양실조, 각종 빌병과 유행병, 마약 밀매 조직들의 납치와 인신매매, 무장단체들 간의 무력충돌과 살해 위협, 이로 인한 방글라데시 군경의 이동 통제와 폭력 등은 로힝야 난민의 삶을 더욱 힘겹게 하고 있다. 특히 외부 원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난민들에게 국제사회의 재정지원 축소는 치명적이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orld Food Program)은 재정부족으로 로힝야 난민에게 지급하는 식량배급을 월 12달러에서 8달러로 축소했다. 이제 캠프 내 생계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백만 명의 로힝야 난민들은 한 달 동안 8달러(하루 360원 정도)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


로힝야 학살 사건이 발생하고 수년이 흘렀지만 부당한 현실은 변하지 않고 피해자의 인권회복은 도대체 가능하기는 할까 라는 의문이 들 만큼 멈춰 서있다. 이런 답답한 현실에서 새로운 이슈는 계속 터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린다. 그래서 유효기간이 길지 않은 관심과 비정한 현실이 가끔 원망스럽다. 그래도 시선을 현장으로 돌리면 생각은 달라진다. 몇 명 되지 않는 활동가와 단 한명의 기자가 참여한 기자회견도 캠프에서 통제된 일상을 사는 로힝야 난민들에게는 소중하고 든든한 연대였다. 매년 학살 기자회견 사진과 동영상을 아디 페북에 올리면 로힝야 사람들이 그렇게 ‘좋아요’를 누르고 내 개인계정에 찾아와 ‘친구신청’을 한다.


매년 올해의 기자회견이 마지막이길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6년째 하고 있다. 아마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세상은 그리 많이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캠프에서 로힝야 난민들이 우리의 인기 없는 기자회견을 성원한다면 몇 년이고 계속 할 생각이다. 아디도 나름 ‘중꺽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