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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정한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8-02 09:28
조회
471

정한별 사회복지사


 

출처 - 디지털타임즈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을 담당하는 교사가 자살했다. 그것도 학교에서.


아직 자살의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바는 없으나, 생전의 업무와 학생 문제 등으로 학부모에게도 강한 항의를 받아왔으며 이로 인해 자살을 했다는 것이 지배적인 분위기다.


그동안 교권이 하락했다는 이야기, 아동을 돌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권리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항상 있어왔다.


“아동학대 신고 때문에 아동을 제대로 훈육하고 징계할 수 없다. 아동에 대한 권리만 주장하다 보니, 교사와 돌봄노동자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다. 아동의 인권이라는 무기로 아동에겐 자유가 아닌 방종만이 만연하고 있다. 이 모든 사건의 시발점이 학생인권조례와 아동학대처벌법이다.” 라는 의견까지. 특히 교원 단체에서는 아동학대처벌법상 교사의 면책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동학대처벌법은 어떤 법이길래, 아동학대처벌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것인가.


 

출처 - 디지털타임즈


아동학대처벌법의 도입배경


2012년 12월 20일 인천남동경찰서는 이제 겨우 10세인 여자아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로 아이의 계모를 구속했다. 아이의 사인은 나트륨(소금)중독과 폭행에 의한 쇼크 였다. 가해자는 아이들이 소금을 좋아해서 스스로 소금밥을 먹었다고 변명을 했다.



2013년 8월 14일 칠곡,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8세 여자아이가 숨졌다. 계모의 무차별적인 폭행과 친부의 방조 끝에 아이는 숨졌고, 계모는 숨진 아이의 언니에게 동생을 죽였다는 허위 진술을 강요케 하기도 하였다.



2013년 10월 24일은 울산의 한 초등학교가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아이는 소풍 다음날 울산에서 인천으로 이사가 예정되어 있었고 아이는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꼭 소풍에 참여하고 싶었다. 소풍 당일 친부의 동거녀는 아이를 소풍에 보내주지 않았고, 소풍을 보내달라는 아이를 사정없이 폭행하였다. 아이는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부러졌고, 부러진 갈비뼈에 폐를 다쳐 숨졌다.



당시, 한국사회는 충격적인 아동학대사건이 연이어 보도되었다. 국민들의 관심은 덩달아 높아졌고, 아동학대를 가정폭력의 일부로 취급하던 태도에서 아동학대만을 별도로 취급하여 보다 심도 깊게 다룰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이에,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었다. 법의 제정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동의 양육은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으로서,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는 성장 단계에 있는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그 대상이 성인인 경우보다 엄격한 처벌과 교화가 필요한,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한 경우 긴급한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것임.


 

출처 - 연합뉴스


아동학대처벌법의 내용


연약한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는 아동의 정서 및 건강에 치명적인 손상을 끼칠 우려가 있으므로, 아동의 가족을 넘어 우리 사회가 함께 학대예방과 아동의 보호에 노력해야 하며 아동에 대한 학대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대응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이 제정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총칙(아동학대의 정의 등),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대한 특례(상습범, 관련 종사자에 대한 가중처벌, 친권상실청구 등), 아동학대범죄의 처리절차에 대한 특례(신고의무, 응급조치, 임시조치 등), 아동보호사건(학대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 보호처분 등), 피해아동보호명령(가정법원의 보호명령, 임시보호명령 등), 벌칙의 총 여섯 개의 장, 64개의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학대를 조기발견하며 학대행위자를 엄벌하고 피해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조치하는 내용이 골자인 법률이다. 살펴본 것처럼 아동학대처벌법은 특정 행위자를 상정하고 만들어진 법이 아니며, 특정 행위자에게만 불리하도록 제정된 법도 아니다. 줄어들지 않고 있는 아동학대의 피해 속에서 아동을 최대한 지켜내기 위한 법이다. 물론 모든 법이 제정취지와 목적대로 현실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이 지점이 아동학대처벌법의 부정적인 기능을 지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아동학대처벌법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


서울교사노동조합은 서울 지역 교사 만 71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1%가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정책 요구사항 1순위로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을 꼽았다고 오늘(31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정서적 학대 개념이 모호해 이를 악용한 신고가 많다며, 정서적 학대 조항 폐지와 개정이 필요하다고 서울교사노조는 설명했다. 또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 보호 조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 연합뉴스


정서적학대 개념의 모호성


“보육교사는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4세 아동을 78cm에 이르는 교구장 위에 40여분간 앉혀놓았다. 이는 그 자체로 위험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아동이 그 과정에서 공포감 내지 소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동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일주일이 넘도록 어린이집에 등원하지 못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서적학대가 인정된다.”


위의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동학대 중 정서적 학대행위를, “정신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로서 아동의 정신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정도 혹은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을 발생시킬 정도에 이르는 것을 말하고,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위자와 피해아동의 관계, 행위 당시 행위자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연령, 성별, 성향, 정신적 발달상태 및 건강상태, 행위에 대한 피해아동의 반응 및 행위의 정도와 태양,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행위가 피해아동 정신건강의 정상적 발달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라고 판시하였다.



형법 외에 대한민국의 법률 중 특정 대상에 대한 학대를 정하고 있는 것은 아동, 노인, 장애인이 유일하다. 이 세 대상 모두 정서적학대를 학대의 유형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정서적 학대가 개념의 모호성에 대한 비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서적 학대 규정을 통한 보호법익이 개념의 모호성으로 인한 어려움보다 크다는 반증이 아닐까.


 

출처 - 대전경제뉴스


아동학대처벌법과 교사의 교육권 보호는 대립항인가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교사들의 고충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분명 교사들의 교권이 2023년 슬픈 7월보다 존중되어야 하는 것은 명백하다. 다만, 그 해결이 아동학대와 관련된 예외 조항을 만드는 방식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제기되는 아동학대와 가정 내의 아동학대는 분명 다른 지점이 있다. 이를 다르게 대우할 수 있는 교사들을 위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학교와 교육청 차원에서 아동학대를 전담할 수 있는 별도의 기구를 설치하고, 아동학대 전부를 사법적으로 대응하는 구조가 아닌 학교행정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교사가 죄가 없는 것처럼, 모든 부모들도 죄가 없고, 모든 아이들 역시 죄가 없다.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