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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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성은(서울신문 기자), 김태형(프리랜서 방송작가),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박용석(출판업),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이동화(아디 사무국장),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김태형 / 프리랜서 방송작가 칼럼을 통한 인권연대 여러분과의 첫 만남, 영광입니다. 처음이라는 단어는 설렘도, 두려움도 함께하는, 조금은 이중적인 단어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영화 ‘라디오 스타’ 박중훈의 첫 오프닝은 첫울음, 첫 만남, 첫 데이트, 첫 키스로 시작합니다. 상상만 해도 설렘 가득한 이야기지만 사실 절반의 감정은 두려움일 것입니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뒤흔들지만 제가 경험한,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누군가는 잘 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저는 18년차 방송작가입니다. 29살이라는, 업계에서는 많이... 늦은 나이에 이 일을 시작했고 마흔 후반의 나이에도 잘(?) 버티고 있습니다. 처음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곳은 진주MBC였고 6년 정도를 지역 MBC에서 일하다가 서울 방송국에서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2년여 있었던 진주 MBC에서는 진주, 창원 MBC의 통폐합 시도로 시끄러운 때였고 지금 직무정지 중인 이진숙 방통위원장이 대전MBC 사장으로 있을 때 그곳의 시사 작가로 있었습니다. 서울로 올라와 TV조선에서 잠시 일하다가 SBS에서 토론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이곳에서 운이 좋아서 지상파 처음으로 낮 시사프로그램을 런칭하기도 했습니다. 이후가 순탄한 것은 아닙니다. 외주 방송국 을의, 병의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KBS 아침 방송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새로운 사장이 오면서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한 번에 실업자가 되기도 했습니다(문화예술인 실업급여 못 받았습니다. 그건 다음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여러 방송국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지금은 지역의 안전을 강조하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시사 유튜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 추억과 같은 명함들 방송작가가 경험한 ‘레거시 방송 VS 유튜브’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방송국에서는 테이프로 편집하던 시절부터 파일로 편집하던 지금까지 일상을 함께했던 작가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유튜브 방송 작가로도 일하고 있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은 질문합니다. 레거시 미디어, 흔히 말하는 방송국은 위기이고 유튜브가 대세 아니냐고 묻습니다. 뉴미디어시대, 유튜브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제가 경험한대로 말씀드리면 “지금은 맞고 내일은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추석연휴 스픽스에서는 김진애 전 의원이 진행하고 ‘MBC 백분토론’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를 모셔서 방송장악과 뉴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분들의 고견을 제가 각색하거나 인용하기에는 부담스럽지만 제가 얻은 답변은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 차이점은 이런 것입니다. (레거시 미디어, 지금부터는 방송국이라고 하겠습니다.) 방송국은 방송작가가 필요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방송작가가 필요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 방송 시작하기 전 뉴스토마토에서 ‘김건희 여사 총선 개입 의혹’에 대한 보도가 있었습니다. 방송국이었다면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입니다. 패널을 어떻게 교체해야하는 건지, 우리가 어디까지 이야기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질문은 어떻게 가야하는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회의가 진행되고 방송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달랐습니다. 진행자인 최경영 앵커(전 KBS 기자)님에게 기사를 전달했을 뿐이었지만 1시간 20분 가까운 생방송을 문제없이 마무리했습니다. 전 이 방송을 준비 하면서 유튜브에는 방송작가가 필요 없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그럴까? 방송국이 문제일까? 절차의 문제입니다. (모든 방송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가 경험한 방송국은) 방송국은 예상답안을 미리 준비합니다. 작가가 패널과 통화를 하고 어떤 답변을 할지 예상을 합니다. 그 답변에 따라 진보, 보수 패널의 입장을 붙이기도 하고 매끄러운 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그리고 방송국은 시간 안에 기승전결 마무리를 중시합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답변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는 예상 답변이 필요합니다. 반면에 유튜브 방송은 자율성이 강조됩니다. 그리고 심의라는 절차가 거의 없습니다. 내부 평가가 있기는 하지만 방송국의 심의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심의라는 것이 어떤 것이라고 완전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한 개그맨은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KBS 개그콘서트가 맥을 못 추고 TVN 코미디빅리그가 잘 되는 이유는 심의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TVN이 유튜브 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레거시 미디어라고 하는 방송국 보다 유튜브가 심플하고 발전적인 시스템을 가진 건지 모릅니다. 하지만 선을 넘는 발언이나 가짜뉴스가 독일 수 있습니다.  작가의 입장에서 유튜브가 좋은 점도 있습니다. 한 방향으로 흐른다는 겁니다. 시사 유튜브에서는 정치적 색을 가지고 있고 중도는 유튜브에서 성장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섭외 패널은 진보 혹은 보수, 한쪽으로 치우쳐 있고 작가가 섭외할 때 방송국 보다는 어려움이 덜합니다. 과거 한 방송국 토론 프로그램을 할 때 모시기 힘든 진보 패널이 하기로 했지만 보수 패널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밤을 새면서 섭외를 진행한 적도 있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유튜브 환경은 유연하고 비슷한 성향의 패널을 섭외하기 때문에 섭외의 어려움이 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레거시미디어의 해는 지는 것인가? 유튜브로 대체되는 것인가? 두 곳에서 일해 봤던 방송작가로 말씀드리면 “함께 하면 살고 각자의 길을 가면 둘 다 무너질 것이다”입니다. 유튜브는 독자 생존이 불가합니다. 여러분들이 즐겨 찾는 유튜브 방송을 보면서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유튜브 패널 분들이 정보를 얻는 곳이 어디일까요? 레거시 미디어입니다. MBC, JTBC, SBS, 한겨레, 오마이뉴스, 경향신문, 프레시안, 노컷, 뉴스토마토, 서울의 소리... 이런 언론사가 없다면 어떨까요? 지금의 패널 절반은 지금의 K사나 Y사와 비슷한 말을 할 것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Y사 24시간 생방송을 틀어놓고 원고를 쓸 때가 있었습니다. 원고를 쓰다가 속보가 나오고 특종이 나오면 다른 언론사를 찾아보면서 원고를 업데이트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Y사 방송을 보지 않습니다. 도움이 되는 뉴스가 없습니다. 이제는 다른 언론사를 찾아서 원고를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내부를 통해서 주변인을 통해서 정보를 얻어서 유튜브 방송을 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시사평론가가 말하길 아침에 이슈가 터지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지만 방송을 다니면서 서로 정보를 얻고 저녁이 되면 완벽한 평론을 한다는 농담도 합니다. 그 사이 서로의 의견도 교환하지만 언론의 보도도 꼼꼼히 챙깁니다.  레거시 미디어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그 말은 유튜브가 대세라는 말이 아니라 유튜브도 위기라는 말입니다. 레거시 미디어라고 말하는 방송국, 신문사의 취재력이 없다면 유튜브 생태계는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유튜브 방송사 중에 열심히 취재를 하는 곳도 있지만 자본으로 본다면 다양한 취재를 하기에는 역부족이고 취재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레거시 미디어와 유튜브가 상생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 ‘인’ 자가 서로를 받들고 있듯이 방송환경에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해 보고요. 언론장악은 그래서 막아야 한다고 합니다. 모두가 진실을 알고 공유하기 위해서 막아야 합니다.
2024-09-25 | hrights | 조회: 218 | 추천: 8
이원영 /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거대한 공공부지 개발에 반발하는 시민들 한가위 연휴 첫날, 은평혁신파크 농성장을 찾았다. 9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낮 햇살은 여전히 뜨거웠고 농성장은 한껏 달아올라 있었다. 3호선, 6호선 지하철 구파발역에서 가까운 은평혁신파크는 축구장 15개 크기(11만㎡)로 서울시가 소유한 땅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 넓은 땅에 60층 높이로 대규모 복합 개발을 추진하겠다며 건물 철거작업에 돌입했다. 은평지역 시민단체와 서울지역 노동, 시민단체들은 ‘공공의 공간으로서 혁신파크를 지키는 시민모임’을 결성해 지난 7월부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시가 2025년 공사에 들어가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밑그림도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건물 철거작업에 돌입하자 혁신파크 시민모임은 혁신파크 입구에 급하게 농성장을 차렸다. 사진: 오마이뉴스 도박장에 반대했던 긴 농성장의 추억 마사회에 맞서 용산화상경마도박장 영업을 저지하기 위해 경마도박장 앞에서 5년 동안 농성을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하고 길거리에서 농성장을 차린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를 잘 알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자는 마음으로 은평혁신파크로 향했다. 드넓은 혁신파크 부지에는 그늘에 앉아 책을 읽거나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반려견과 느린 걸음으로 산책하는 사람들이 고즈넉하고 여유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큰길 쪽 한 편 건물은 대충 봐도 철거공사가 한창임을 느낄 수 있었다. 혁신파크에는 지금도 은평세무서, 시설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여전히 크고 작은 건물에서 여러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는 중이라고 한다. 사전 예고도 없이 방문했지만, 농성장을 지키던 은평지역 시민단체 활동가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시원한 커피를 사서 1시간 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해가 조금씩 기울면서 농성장 안으로도 뜨거운 열기가 쏟아졌다. 역시 농성은 날씨와의 전쟁임을 실감했다. 선풍기 바람이 불고 있지만, 얼굴에는 땀이 송송 맺혔다. 추석 때도 농성장은 번갈아 가면서 유지할 계획이란다. 시민단체들이 당번을 정해서 농성장에서 잠도 자고 있단다. 아직은 농성이 오래되지 않아선지 지친 표정은 별로 없어 보였다. 소수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개발 관행 공공의 땅을 개발할 때 가장 기본은 시민들의 의견수렴이다. 그런데 서울시 행정은 불도저식이다. 초고층 개발에 목숨을 건다. 반대하는 시민들이 있어도 깡그리 뭉갠다. 이런 개발 프레임이 횡행하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갈 길이 험난하다. 지키는 것도 힘들고 접는 것도 어려운 길거리 농성장을 시민들이 차린 것은 막가파식 개발을 막고자 하는 아우성이자 몸부림이다. 혁신파크 시민모임은 공공의 공간이므로 많은 시민이 참여해 이용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를 촉구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활용방안이 결정되지 않았는데 건물 철거부터 하는 것은 매우 상식 밖이라는 주장도 있다. 결국, 이렇게 가면 공간의 주인인 시민들이 아니라 소수 건설업자, 개발 마피아 집단이 천문학적인 개발 이익을 독점하는 악습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랜 기간 힘겹게 농성투쟁을 해봐서 느낀 것이 많다. 시민들의 작은 참여와 연대도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뭐 할지 아직 결정도 안 했는데 철거하고 있다고요. 미친놈들이네요. 고생하세요” 농성장 앞을 지나는 연세 많아 보이는 동네 주민이 거칠게 한마디를 보탠다.
2024-09-19 | hrights | 조회: 223 | 추천: 9
윤요왕 / 춘천별빛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언젠가부터 거의 TV를 보지 않는다. 폰이나 테블릿으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서 보다보니 일방적인 방송사의 송출에 접근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최근 알고리즘에 의해 법정드라마 한편이 자꾸 보라고 올라온다. ‘유어 아너'(Your Honor)라는 자본과 권력에 대항하다 결국 고결한 명예(Honor)를 저버리고 자식을 살리기위해 굴복하게 된다는 씁쓸한 결말의 드라마였다. 원작이 이스라엘 드라마 'Kvodo'라고 하는데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을 반영한 것처럼 어느 시대, 어느 나라나 무소불위 부당한 권력의 부조리는 비슷한 듯 하다. 자본권력이 청와대에서부터 법원, 검찰, 경찰 등 국가권력과 손잡을 때 얼마나 국가와 국민을 기만하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들려오는 ‘검찰공화국’이라는 현실에 길을 잃은 듯 깜깜하고 두려운 하루하루에 어느시대를 살고있는지 국민들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나마 감시하고 대항하는 정치권력의 수평을 국민들은 지난 총선에서 투표로 증명해 냈다. 그러나, 국민들의 고단하고 힘든 일상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아파도 병원을 가기 힘든, 상상조차 되지 않던 후진국이 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마을마다 ‘바위틈에 피어나는 꽃순’처럼 여전히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이들이 있음에 감사하다. 하루아침에 정책과 예산이 없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대항하는 연대의 다급한 목소리들이 들려온다. 드라마에 제목인 ‘명예’<Honor>는 어디에서 오는가? 국가의 명예, 권력의 명예가 한낱 그들의 잇속만 차리는 것으로 만연될 때 국민들은 얼마나 서글픈 백성이 되겠는가 말이다. 작년부터 교육부의 작은학교 공모사업인 ‘참 좋은 우리학교’ 심사를 하고 있다. 전국의 작은학교를 들여다보며 감동도 배움도 얻게 되는 것이라 힘겨운 발품을 팔아 다니고 있다. 공모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탈락되는 학교들이 있지만, 현장을 다녀보면 참으로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을 지키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많게는 100여명에서 적게는 20-30명의 작은학교의 선생님들은 도시의 큰 학교에 비해 고민하고 신경쓰고 교육활동하는 업무량이 3~4배는 많은 것 같다. 어느 학교 초임 여자선생님은 반 여자아이들과 목욕탕도 다닌다고 하고, 어느 선생님은 다문화가정 아이집에 수시로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의 일상을 돌보기도 한다고 한다. 언제 없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작은 시골마을의 작은 학교에서 이렇게 애쓰는 참선생님들을 우리사회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리그에 낄 자리가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국가의 명예는 국민들의 품격으로 증명되지 않을까. 각자의 자리에서 이웃을 돌아보고 건강한 아이들을 키워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이름없는 시민들이 있음에 희망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지난주 우리마을이 농림부 ‘행복농촌 콘테스트’ 본선에 올라 경진대회에 다녀왔다. 작은학교만큼이나 어렵고 작은학교의 원인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힘든 현실의 농촌마을이 있다. 사회인프라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고령화와 복지사각지대는 점점 더 가속화되어 암울하기만 한 농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잊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대로 살고 있는 것이다. 누구에게 기대고 바라는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마을과 이웃을 돌보고 농(農)을 지키는 주체적인 사람들이 이 나라를 지키고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현장심사를 갔던 한 학교의 선생님이 아이들을 얘기하면서 눈물을 왈콱 쏟아냈다. 이어 나이 지긋한 교장선생님도 울먹울먹...그 눈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어떤 말이나 설명이 필요치 않았다. 누가 뭐래도 내 마음속의 참 좋은 학교였다. 우리가 존경해야 할 ‘명예’는 그 진한 ‘눈물’에 있음을 드라마를 보는 내내 오버랩되었다. 정치도 권력도 아닌 감동의 눈물을 보며 내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어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다.
2024-09-11 | hrights | 조회: 194 | 추천: 3
김형수 / 장애인학생지원네크워크 사무국장  지난 7월 큰 물이 들 때 경남 사천으로 인권교육을 가야 했다. 학교장들의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하는 대면 교육으로 몇 달 전부터 그곳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무척 많이 애쓴 중요한 행사였다. 운전으로는 왕복 12시간이었다. 수해라도 나면 제때 도착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일정을 맞추더라도 정작 강의할 체력이 남아 있을지, 무사히 다시 돌아올지도 알 수 없어 고속 버스도 위험했다. 기차는 없었다. 다행인지 사천 공항은 가까웠다. 김포 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진에어 항공사라는데 그곳까지 장애인 승객이 어떻게 이용했는지 경험과 정보가 없다. 더구나 대한항공의 자회사임에도 진에어는 과거에 나와 같은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 승객을 차별한 사례도 있었다. 공항에도 억수와 같은 비가 쏟아져 목발로 가는데 애써 입은 양복과 셔츠를 어떻게 뽀송하게 지킬지도 알 수 없다. 휠체어 서비스를 요청하고 출발 시간 오후 4시 20분 보다 3시간 먼저 김포공항 진에어 데스크 앞에 도착해야 한다. 비장애인 손님은 한시간이면 넘쳐나게 충분한 시간인데 나 혼자 가려면 남들보다 3시간을 더 써야 한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어떤 웃지 못할 차별과 사건들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3시간 전에 가서 항공사 접수처에 도착하려면 그 1시간 전 박터지는 김포공항 장애인주차구역에 도착해야 한다. 자칫하면 주차만 2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폼나는 노트북은 언감생심이다. 2kg도 넘지 않는 노트북 가방도 두 손을 모두 목발질에 써야 하는 내게는 20kg 캐리어보다 더 무겁고 번거롭다. 휠체어 서비스는 주차구역에서는 불가하다. 비상 체력은 남겨둬야 한다. 시설에 살지 않고 혼자서 직업 활동을 하는 뇌병변장애인의 삶은 늘 시간과의 양자물리적 전쟁이다. 그래서 동트기도 전인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이제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고 짐을 챙겨 두어야 한다. 장애가 만드는 경직은 남들보다 2~3배는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일어나다 침대에서 떨어지면 아니된다. 옷을 다 갖추고 출발 준비를 하더라도 정장에 맞는 양말을 신을려면 현관문 신발장 앞에서 10분 넘게 걸릴 지도 모른다. 공항 지붕이 있는 횡단보도 30미터를 가는 동안 이 양복도 홀딱 젖어 버릴지 모른다. 나같이 양쪽 어깨 목발로 넓게 휘저으며 오랫동안 보행한 뇌병변장애인에게 비가 오는데 무작정 긴 장대 우산을 내미는 사람들, 무게를 덜기 위해 엉덩이 허리가방만 메고 공항 주차장 횡단보도 잎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빈카트 이용하라면서 내 앞으로 가져오는 사람들의 당황스러운 마음들은 어찌할 것인가? 최근에 서울시가 장애인의 탈시설지원조례를 폐지하고 공공돌봄을 책임지던 서울사회서비스원도 문을 닫겠다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은 점진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주말 서비스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을 공지 내렸다. 내가 국가의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거부하고 개인적으로 시급 2만오천원 + 특별 수당을 주면서 활동지원사를 고용하기로 한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의 인권과 생존을 정치인 입맛에 따라, 전문가의 탁상 공론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줬다 뺏는 그 폭력성 때문이었다. 물론 나처럼 혼자 비행기 타고 출장간다면 신청할 수 있는 활동지원 점수 자체가 나오지 않는다.  장애인의 손발과 지역 사회 활동을 사회적으로 구체적으로 책임져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권과 사회권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서, 주말에는 먹지도 씻지도 돌아다니지도 말라는 뜻인가? 더구나 이렇게 알량한 활동지원을 받을려면 그 내용들을 일일이 수기로 써서 감독 기관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비장애인들 어느 누구도 자신의 손발이 하는 일상활동과 신변처리들을 일일이 공공기관에 보고 하고 검열 받는가? 이제 중증 장애인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이 받아 주는 시설로 강제 이주라도 하라는 말인가? 서울시에 따로 장애인 보호구역이라도 만들려는 것인가? 내가 1박 2일 강의를 하면서 버는 돈은 70만원이 채 안된다. 그러나 그 70만원을 벌기 위해 내가 지역 사회와 국가를 향해 쓰는 돈은 숙박비, 교통비 30만원에 개인 활동지원사 인건비,숙박 수당, 야간 특별 수당까지 붙이면 40~50만원이 넘어갈 것이다  즉 통화 회전율에 따른 경제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내 적자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아무리 장애인 시설 앞에 안전을 내세워도 그건 시설 관리자에 따른 구속 영장도 없는 감금이며 아무리 장애인 시설 앞에 인권을 붙여도 시설 설립자와 운영자들은 장애인과 함께 시설에 들어와서 살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장애인들을 이윤으로 보지 않는다 말해도 장애인 거주자에게 시설 재산권에 대한 지분이나 결정권을 내어주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서울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시민, 특히 원주민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구인 광고를 낸다. 그렇게 활동지원일을 하겠다는 어떤 분을 만났다. 기존 활동지원사 교육과 실습이 교육하는 기관의 전문성 따라 얼마나 격차가 큰지 실감한다. 길고양이 밥을 주기 위헤 지원 했다는 그 분과 실습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데 혼자 사는 장애인을 위한 식사 지원과 가사 지원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하루 종일 같이 식사하고 함께 청소하고 있다. 장애인과 활동지원사가 어떤 활동과 어떤 작업을 수행해야 할 때, 어떻게 협동해야 하고 어떻게 지원해야 어떤 관계를 설정해야 하고 심지어 어떤 언어를 써야 하며 어떤 눈빛까지 가져하는지 의견을 나눈다. 장애인을 지원할 때 어떻게 신체 접촉을 해야 하는지 재활운동 보조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신체 모형도로 시연하고 제 몸을 아낌없이 실험 실습 기자재로 제공하였다. 오랜만에 내 몸은 블랙홀에 잠시 들어갔다 온 것처럼 온 몸이 찢어 질 것 같고 한 두 시간 몽둥이 찜질을 당한 것 같다. 당장이라도 몸살이 날 것 같지만 그분이 더이상 나를 만지면서 다치면 어떡하냐며 보내셨던 안쓰러운 눈빛은 사라지셨다. 그 대신에 나의 뇌병변 장애의 경직을 자신의 중력과 힘으로 어떻게 지원하면 되는지 배우셨다. 내가 자폐인과 잘 통했던 이유가 그 분들과 마찬가지로 타인이 몸을 만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인데 코로나 시대 대상포진과 코로나 감염을 겪고 혼자서 화장실도 가기 힘들었던 그 경험 때문에 이제 그 금기를 내려 놓았다. 좋은 활동 지원을 만들려면 멋지게 그 지원을 받는 방법도 터득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어릴 때부터 막연한 도움 같은 것을 정말 싫어했다. 그들의 지원은 대부분 무례하고 일방적이고 모욕적이며 폭력적이고 심지어 나를 위험에 노출했다. 특히 뇌병변 장애에 대한 기본 이해는 찾아 보기 어려웠다. 대상 포진의 통증을 장애로 만든 통증과 구별도 못할 만큼 만성 통증에 시달리는 것 신체 조절 능력이 지구별에서 움직이는게 아니라 지구 중력보다 몇 배의 금성별에서 움직이는 것과 비슷하다 것을 깨닫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러면 그걸 어떻게 깨닫고 통달하고 전문적인 지원을 하게 만들 것인가? 그 손쉬운 장애 체험- (필자는 장애인 생활 체험이라 한다)-도 실질적인 뇌병변 체험이나 지적 자폐성 체험은 만들어 내지 못했다.  왜 집안의 모든 구멍이 있는 물건에 끈 고리가 달려있는지 넘어질 모든 위치에 의자나 책상이 놓여 있는지, 왜 곳곳에 위험한 가위가 있는지 왜 과일이나 반찬등을 날날이 소분하는게 중요한지 왜 일부 그릇을 제외하고 모든 용기는 금속이고 플라스틱인지 일일이 설명해 준다      내일부터 기관 방문이나 외부 강연 활동을 수행하는데 길거리에서 차별적인 시선이나 모욕을 받았을 때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 이용자가 빛이 나야할 때는 어떤 의전과 호칭을 써야 하는지 -(이 분이 명언을 남기셨다. 아이유의 매니저처럼 지원하겠다 하셨다.) 활동지원사가 더 존중받아야 할 때는 어찌해야 하는지, 사무총장이라고 부를 때와 형수 형이라고 부를 때와 형수 오빠라고 심지어 이용자라고 부를 때 나와 활동지원의 관계가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석되는가에 대한 논의가 깊었다. 다른 이를 상담할 때 꼬박 꼬박 사무총장이라고 호칭하고, 나는 저를 수행하는 활동지원사 선생님이라 호칭했음에도, 그 비싼 비용을 지급함에도 그 비싼 고급 노동이 '마냥 저냥 좋은 일하시는' 말을 듣고야 말았다. 활동지원의 마지막 실습 금요일은 양말 신기기와 구두 신기기에 도전한다. 미션은 비장애인들이 걸리는 시간 만큼은 너무 최고 레벨이고 그 시간 두배 안에 끝내기. 아마도 내 발과 발목은 거덜 날 것 같지만 그 이쁜 것 별로 없는 찍찍이 신발하고는 안녕할 수 있겠지. 인권  운동을 하고 있는 자, 인권 운동을 하려는 자 모두 활동지원부터 해보시라. 진정한 인권 운동 현장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상당히 그 소득 역시 상당히 뿌듯할 것이다.
2024-08-28 | hrights | 조회: 232 | 추천: 3
정한별 / 사회복지사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의거해 판단한다. 평생 차별받지 않아 본 사람들은, 평생 괴롭힘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평생 가난에 힘들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세상이 아름답기만 하다. 내내 차별받았던 사람들은, 괴롭힘에 시달리고, 가난에 허덕였던 사람들은 똑같은 세상이 아름다워 보이질 않는다. 어쩔 수 없다. 자신이 서 있는 위치마다 보이는 풍경이 다른 것이 정상이다. 그래서 보통의 사람들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관심을 갖고, 다른 사람의 삶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들여다 보면서 타인을 이해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 타인의 삶에 대한 관심은 그래서 중요하다. 사람들의 관심이 반드시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아니다. 관심이 제도와 연결되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들이 있다. 존엄과 관련된 것들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아동학대는 100년 전에도 뜨거운 관심의 대상이었다. 1930년 8월 15일 조선일보는 ‘아동학대방지령 실시문제’라는 사설에서, 아동학대방지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오랜 관심의 대상인 아동학대 문제가 제도로 연결되고 극적인 사회의 변화를 낳은 일은 관심에 비해 오래지 않았다.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부개정 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제도가 크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동학대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당시 전국의 광역단위에 17개소의 기관이 운영되었다. 민간에서 운영되어 아동학대에 대한 조사부터 지원까지 모든 업무를 맡아 하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4월 그 역할이 대대적으로 변경되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이 갖고 있던 ‘학대조사권’ 규정이 삭제되고, 아동학대 조사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과 ‘경찰’에서 주로 담당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의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에 집중하는 구조로 개편하게 되었다. 광역단위에 설치되어 전국에 17개소에 불과했던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현재 전국에 94개소(지역 각 17인 근무)⑴가 설치되어 있다.   노인학대에 대한 관심은 2004년 노인복지법의 개정을 이끌어 냈다. 2004년 전국 광역단위에 17개소의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되었다. 노인학대를 담당하는 노인보호전문기관은 노인학대에 대한 조사부터 지원까지 노인학대와 관련된 전반적인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노인보호전문기관은 전국에 39개소(지역 각 9인 근무)⑵가 설치·운영되고 있다.   장애인학대에 대한 관심 역시 적지 않다. 2005년 광주 인화원 성폭행 사건(영화 ‘도가니’의 모티프 사건), 2014년 신안 염전 노예 사건 등 심각한 장애인학대 사건이 이슈가 되었고, 그때마다 사람들은 가해자에게 분노했고, 피해자에게 연민을 가졌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자녀를 돌보던 가족이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사건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장애인학대는 그 사회적 관심에 비해 다소 늦게 지원체계가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2012년 장애인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장애인학대의 정의, 학대신고 관련 규정, 금지행위 등이 정해졌다. 장애인학대에 대한 지원체계가 현재의 모습으로 구조화 된 것은 10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2015년 장애인복지법이 한 번 더 개정되면서 장애인학대를 조사하고 지원하는 전문기관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설치근거 규정이 마련되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2017년 광역단위에 총 18개소(중앙기관 1개소 포함)가 설치되었고, 2024년 현재 전국에 20개소(중앙 1개소, 경기와 충북을 제외한 광역시도 당 1개소)밖에 없다. 게다가 가장 인원이 적은 기관은 직원이 5명에 불과하다. 장애인학대를 지원하는 또 다른 체계인 학대피해장애인쉼터 역시 전국에 23개소에 불과하며, 피해장애아동을 지원하는 장애아동쉼터는 고작 8개소이다.   이러한 환경이다 보니 가장 많은 피해는 학대 피해를 당한 장애인들이 겪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성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가 접수된 뒤 현장조사의 원칙(72시간 이내 조사)이 지켜진 비율은 48.9%에 불과하였다. 조사가 지연된 끝에 ‘비학대 사례’로 종결된 경우는 74건⑶에 달했다.   학대피해장애인을 지원하는 종사자들의 어려움도 극심하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직원의 퇴사율은 2021년 29.9%, 22년 53.8%, 23년 29.7%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⑷ 지역의 기관들이 담당해야 하는 사례 수는 많고, 관할 하는 지역은 넓은 데에 비해 기관의 수는 부족하며, 각 기관의 직원이 고작 6~7명이 태반인 상황이다 보니 신속하고 적극적인 피해장애인 지원이 어려워 민원마저 자주 발생하는 아주 총체적 난국인 것이 현재 장애인학대 지원체계의 현실이다.   제22대 국회가 개원하면서 여러 국회의원들이 장애인학대 지원체계 개편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학대피해장애인의 피해회복 지원을 위한 위원회의 설치,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 장애인학대 예방과 방지에 관한 사항 포함, 장애인학대 예방의 날 지정, 학대신고의무자 범위 확대,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설치 확대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내용의 적절성을 하나하나 따질 것 없이, 장애인학대를 위한 제도개선의 움직임은 반갑기 그지 없다.   한여름 나무 위에서 울어대는 매미는 땅 위에서 2주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그 2주도 번식을 위한 구애활동(울음)으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2주 동안의 삶을 위해 매미는 땅 밑에서 7년을 기다린다. 장애인학대 지원체계의 개편이 매미의 삶을 닮지 않기를 바랐는데, 벌써 장애인학대 지원체계 중 하나인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출범한 지 7년이 지나버렸다. 7년이나 지났으니, 나무 위로 올라가 실컷 울어도 되지 않을까. 2024년은 장애인학대 지원체계의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⑴“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개선 및 강화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24. 8. 19. ⑵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개선 및 강화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24. 8. 19. ⑶ “장애인학대 ‘72시간 안 조사’ 원칙 절반 이상 안 지켜져”, 2020. 10. 4. 한겨레  ⑷ “장애인학대 대응체계 개선 및 강화를 위한 토론회” 자료집, 2024. 8. 19.    
2024-08-20 | hrights | 조회: 384 | 추천: 2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사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에서 찍은 벽화 “To exist is to Resist”, 출처: 사단법인 아디 지난 8월 10일 새벽, 이스라엘군은 가자 지구 북부 가자 시티의 알 타비인(al-Tabin) 초등학교를 공습하여, 최소 100명이 사망했다. 이 학교는 가자 지구 내 다른 학교들처럼 전쟁이후 피란민들의 대피소로 사용하고 있다. 현지 언론사인 알 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학교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였으나, 이스라엘 군이 이 일대 물 공급을 차단해 피해를 더욱 키웠고, 희생자의 다수는 여성과 아동, 노인들이라고 전했다. 1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하였지만 이스라엘군은 공식발표를 통해 “이 학교는 하마스의 지휘본부로 사용되었으며 (이스라엘군은) 민간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8월에만 벌써 다섯 번째이다. 8월 1일 가자 시티의 다랄 알 마그라비(Dalal al-Maghrabi) 학교를 이스라엘은 공습하여 팔레스타인인 15명이 사망했고 29명이 부상당했다. 3일에는 하마마와 알 후다 (Hamama and al-Huda) 학교가 피격되어 17명이 사망하고 60명이 부상당했다. 4일과 8일에는 나세르와 핫산 살레메(Nasser and Hassan Salameh) 학교와 아둘 파타 하무다와 아즈 자흐라(Abdul Fattah Hamouda and az-Zahra) 학교를 이스라엘군이 공습하여 각각 30명의 사망자와 19명의 부상자 그리고 17명의 사망자와 16명의 실종, 수십 명이 부상당했다. 이스라엘은 공격받은 학교들이 하마스와 연관되었기에 폭격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전쟁 중에도 지켜야할 원칙이 있고 법이 있다. 학교와 병원을 공격하는 것은 이 원칙과 법에 어긋난다. 특히 피난민이 거주하는 피난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명백한 전쟁범죄이고 집단학살이다. 이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이 집단학살에 해당될 수 있음을 지적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 역시 이스라엘의 총리를 전쟁범죄와 반인도적 범죄혐의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 군은 여전히 200만 명의 가자 지구 주민들 대상으로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폭격을 할 것이고 하마스 때문이라며 학살을 정당화 할 것이다. 2024년 7월 중순, 가자 지구에서 여성인권활동을 20년째 하고 있는 여성활동가 파티마는 아디와의 온라인 회의에서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이야기했다. “작년 10월 13일 이스라엘의 강제대피령으로 뿔뿔이 흩어진 활동가들을 여기(가자 지구 칸 유니스 지역)에서 다시 만났다. 그리고 사무실을 다시 열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사무실 임대료도 엄청 비싸다. 이스라엘은 여기도 폭격 받을 수 있지만 (그녀들의 이전 사무실은 작년 10월에 폭격 받아 파괴됐음)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 기쁘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팔레스타인)여성과 아이들이 너무 많다. 일단 그들을 위해 심리지원 활동부터 시작하려 한다.”  파티마는 벌써 3번에 걸쳐 강제이주를 당했고, 현장의 여성 활동가들 역시 이스라엘의 강제대피령에 따라 가자 지구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이스라엘의 폭탄 때문에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지내고 있지만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자 사무실을 다시 열었다. 그리고 더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챙긴다. 팔레스타인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글귀가 있다. “존재하는 것이 저항하는 것이다!(To exit is to resist!)“ 그들은 존재 자체로 저항하고 있으며 76년간의 이스라엘의 점령기간 중 가장 심각한 폭력상황인 지금에도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이스라엘의 전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2024-08-16 | hrights | 조회: 293 | 추천: 4
신종환 / 공무원 인권연대에 글을 기고할 기간이 다가오는데 글감이 생각나지 않으면 대단히 복잡한 기분들이 날 둘러싼다. 더군다나 나의 글쓰기는 직장생활과 서울이 아닌 변방에 산다는 이유를 든든한 핑계삼아 공부를 미루기는 오래되었고 어중간한 창피함과 부끄러움이 섞인 기분에 단편적인 일상의 감흥을 얼기설기 엮어 동네 회사인의 생각 파편들에서 근거 없는 어떤 사회적 징후를 캐내서 의견으로 만드는 일의 변주가 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이런 글을 계속 써나가는 건 이런 자잘한 생각 조각을 굳이 글로 쓰는 사람이 인권연대에는 별로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옳은 길의 당위를 체화한 사람들의 글은 체화하지 못한 사람에게는 닿지 않고, 옳은 길로 가야할 까닭은 잊은 사람들은 체화된 사람들의 글을 배척함을 당당하게 전시하므로. 사실 인권연대에 올라오는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옳은 길에 대한 물음을 내려놓은 사람이 있겠냐마는, 그래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감흥들을 계속 엮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글은 써야 하고, 없는 생각을 만드는 것보다 쉬운 것은 전에 있던 생각을 이리저리 돌려보는 것이기에 낯설면서도 익숙한 생각들을 다시 꺼내보는 차원에서 최근의 부정적인 현황들을 되짚거나 10년 전 즈음 썼던 글들을 다시 훑어보곤 하는데, 오늘은 그 글들의 구체적인 의견이 아니라 그간 예전의 나를 살폈던 과정을 엮었다. 예전을 읽다보면 한 사람은 그 사람이 가진 몸적 특징과 그 사람을 둘러싼 것들의 집합체라는 걸 강하게 느낀다. 스스로에게 맞는 방향을 찾고자 했지만 그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나날들에서 오는 방황, 그래도 그 나날들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과 글귀가 쌓여서 만든 어떤 무게감들을 품은 나는 과거에서 애써 쌓아온 의식적 관성이 사그라든 지금의 나와는 다른 타인이었다. 타인이 된 나와 지금을 비교하면서 길을 걷는 것과 길을 생각하는 것의 낙차를 조금은 짚어볼 수 있었다. 신체적 체감과 생각의 연관성 등에 대해 현대 학자들의 과학적으로 접근한 것과 과거의 학자들, 그리고 사제이자 신학자였던 로마노 과르디니의 맥락이 상통하는 건 역시 행위로 투신한다는 행위가 주는 공통적 영향을 각자의 형태로 느꼈기 때문인 것 같다.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생각들은 대부분 부유하기 마련이고 나아가 어느 것이 내가 기워낸 생각인지 외부로부터 여과되지 않고 유입된 의견인지, 그로 인한 생각의 외피를 쓴 감정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고, 그런 불안한 부유에서는 작은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의미를 찾지 못해 더욱 커지게 되어 실제로 더욱 고통받게 된다. 돌이켜보면 내가 공황약을 먹게 된 시점도 내적으로 품고 있던 스스로의 가치를 상실하고 새롭게 가치를 부여하지 못한 영향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타인과 함께 한다는 관념을 어떤 식으로든 행동으로 옮겨 스스로의 일상에 그만큼 공간을 내어주면, 타인이라는 창이 내게 스며서 새롭게 의미를 떠올릴 풍경을 보여준다. 이는 관념적 실천과 신체적 실천에서 비슷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 예순즈음에 회의감에 젖어있던 작가 베르나르 올리비에가 순례길에서 느낀 신체적 각성을 비행청소년들에게도 전달하려고 했고, 노동가수 박준이 그의 노래 ‘옆을 쳐다봐’에서 옆에 타인이 있다는 걸 인지하면(물론 옆의 존재가 한사람의 인격적 대우를 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인지하기 까지는 여러 지적⦁정서적 작업이 필요하지만)대자적 각성을 할거라고 예측하는 점에서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길의 목적지까지 있는 현실적인 제약과는 별개로 길에 서있을 때 보이는 풍경과 거기서 비롯되는 실감을 통해 개인적 한계과 동시에 작은 변화에 고유한 의미를 부여함으로서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로마노 과르디니가 말한 건강한 성년이라고 이해되고, 김준산 작가가 강조한 몸의 정화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러지 못할 수는 있지만 내일은 어제아는 달리 미뤄둔 공부를 하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다시 하자고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오늘의 다독임을 받을 내일의 내가 우연히도 스스로를 가꾸고, 마음에 다시금 타인을 들일 공간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니까. 세상의 추이와는 별개로, 세상으로 향하는 길은 언제나 있고, 길은 우리에게 언제나 힘을 준다고 서로에게 상기하는 일은 늘 필요하고 의미있는 일이다.
2024-08-07 | hrights | 조회: 265 | 추천: 2
이원영 /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뜨거워지는 지구에 미안하다. 에어컨 없이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참을성이 점점 줄어드는 탓인지, 이젠 매일 매일 에어컨을 튼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골목길을 걷다 보면 에어컨 실외기에서 뜨거운 바람이 엄청나게 건물 밖으로 쏟아져나온다. 도시만 그런 게 아니다. 에어컨이 필요 없었던 시골집에 나이든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은 값비싼 에어컨을 설치했고 그늘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느낄 수 있었던 시골 산바람은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되었다. 올해 여름은 폭우와 불볕더위가 번갈아 오가는 것도 모자라서 동시에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건 전 지구적인 현상이란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기후 이변은 점점 더 심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만, 우리의 습관과 자본주의 속 상품 생산과 소비 방식은 뜨거운 지구를 점점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어떤 정치세력들은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 기후위기 현상조차도 과장과 거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구 환경, 생명이고 뭐고 이윤 추구라는 가치 앞에서는 애써 외면해야 할 현실이니 그렇다. 정치는 뜨거워지는 지구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을까?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지 않는 정말 이상한 나라이다. 방송이나 신문 지면에서 기후위기 특집 방송 보도가 연이어도 정치인들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별로 애를 쓰지 않는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용산만 해도 마찬가지이다. 용산구 의원들이 몽골에 환경문제에 대한 해외연수를 간다길래 뭔가 좀 배워 오려나 기대를 했는데 외유성 연수였을 뿐이었다. 예를 들어 구청이 관리하는 공공기관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는 노력은 애당초 하지도 않는다. 문제를 정치(인)에 돌리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이다. 남 탓하는 일에 우리는 익숙하다. 남 탓하는 행동은 나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최고다. 그 사회의 수준은 공동체 구성원의 수준에 달렸다. 최근에 용산시민연대 회원들과 김누리 교수의 새 책 <경쟁교육은 야만이다>라는 책으로 모임을 하고 있다. 또, 하승우, 이상석 인터뷰 책 <내가 낸 세금,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도 함께 읽으면서 의정 참여 활동을 고민하고 있다.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우리 사회의 무기력한 시민들의 모습, 경쟁주의와 열등감에 사로잡힌 학생들의 절망감이 매우 슬프게 다가왔다. 한편으로는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사회가 어떻게 가능할까 고민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가 피부로 겪는 문제들이 극복하기 매우 어렵다는 사실에 머물러 있다. 저출생 사회, 자살 공화국, 입시 지옥, 비정규직 차별 등등. 그런데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문제들에 해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우리가 내는 세금이 우리를 위해 온전히 쓰이고, 우리가 뽑은 정치인들이 유권자, 시민들의 호민관이 되기를 바라면서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일에는 많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문제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는 악순환이 좀처럼 깨지지 않는 것이다. 결국, 기후위기의 피해자가 나서야 바뀐다. 기후위기 문제만 해도 자본주의 문제나 기후 깡패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일을 뛰어넘어야 한다. 기후위기 속에서도 부자들은 에너지를 엄청 많이 소비하지만, 자신들의 문제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 피해는 가난 나라, 가난한 시민들, 미래세대들이 뒤집어쓴다. 노동자들과 청소년들이 앞장서서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싸우고 정의로운 전환을 외쳐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교육문제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에게 기대하지 말자. 그들은 관심도 없고 의지도 별로 없다. 결국,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시민들과 함께 경쟁교육을 없애고 과감하게 교육 혁명을 해야 한다고 꿋꿋하게 주장하고 행동해야 할 때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있는 소통 방에 두 가지 중요한 일정이 공지되어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9월 7일 기후정의행진과 10월 19일 교육혁명행진이다. 꿈같은 일을 이루려면 시민들의 행진이 있어야 한다. ”인류역사는 어쩌면 몽상의 역사입니다. 인류가 성취한 모든 위대한 이상은 한때 누군가의 몽상이었습니다. 노예해방, 보통선거, 흑인해방, 민주주의, 공교육, 사회복지, 무상급식 등 오늘날 우리가 자연스럽게 누리는 거의 모든 이념과 제도는 한때 이상주의자들이 꿈꾸던 비현실적 몽상이었지요. 우리 아이들을 끝없는 경쟁으로 내모는 ‘경쟁교육’을 넘어 우리아이들이 자신의 존엄을 자각하고 타인의 존엄을 존중하는 ‘존엄 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 아닙니다.“ (경쟁교육은 야만이다. 16-17쪽) 기후위기 해결과 교육 혁명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관심을 가지고 함께 행동해야 한다. 뜨거운 여름에 이런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뜨거워진다.
2024-07-31 | hrights | 조회: 339 | 추천: 4
김형수 / 장애인학생지원네크워크 사무국장 얼마 전 큰 물이 들 때 저기 한려수도 한 귀퉁이 경남 사천으로 인권교육을 가야 했다. 학교와 교장들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하는 대면교육으로 몇 달 전부터 그곳 특수교육지원센터가 무척 많이 애쓴, 지역의 통합 교육을 위해 중요한 행사였다. 바로 앞까지 어떻게 갈지 나는 결정하지 못했다. 혼자 운전하면 왕복 12시간이었다. 자칫 가는 길에 수해라도 나면 제때 도착할지 기약할 수 없었다. 일정을 맞추더라도 정작 강의할 체력이 남아 있을지, 무사히 다시 돌아올지도 알 수 없어 고속 버스도 위험했다. 기차는 없었다. 다행인지 사천 공항은 가까웠다. 김포 공항에서 뜨는 비행기를 예약했다. 진에어 항공사라는데 그곳까지 장애인 승객이 어떻게 이용했는지 경험과 정보가 없다. 더구나 대한항공의 자회사 임에도 진에어는 과거에 나와 같은 목발을 사용하는 장애인 승객을 차별하여 간부임원이 직접 당사자의 집에까지 찾아가 사한 사례도 있었다. 김포공항에도 억수와 같은 비가 쏟아지니, 목발로 가면서 애써 입은 양복과 셔츠를 어떻게 뽀송하게 지킬지도 알 수 없다. 일단 휠체어 서비스를 요청하고 비행기 출발 시간 오후 4시 20분 보다 3시간 먼저 김포공항 진에어 데스크 앞에 도착해야 한다. 비장애인 손님은 한시간이면 넘쳐나게 충분한 시간인데 나 혼자 가려면 남들보다 3시간의 시간을 더 내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장에서 어떤 웃지못할 차별과 사건들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 뿐이 아니다. 3시간 전에 가려면 항공사 접수처에 도착하려면 그 1시간 전까지는 박터지는 김포공항 1주차장 장애인주차구역에 도착 해야 한다. 자칫하면 주차하는데만 2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폼나는 노트북은 언감생심이다. 2kg도 넘지 않는 노트북 가방도 두 손을 모두 목발질에 써야 하는 나로서는 20kg 캐리어 보다 더 무겁고 번거롭다. 또한 공항의 휠체어 서비스는 주차구역에서는 불가하기 때문에 비상 체력은 남겨둬야 한다. 시설에 살지 않고 혼자서 직업 활동을 하는 뇌병변장애인의 삶은 늘 시간과의 양자적 전쟁이다. 그래서 동트기도 전인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이제 샤워하고 옷을 챙겨 입고 짐을 챙겨 두어야 한다. 내 장애가 만드는 경직은 내 시간에게 작용하는 중력에도 영향을 미치는지 내 작업은 남들보다 2~3배는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비행기 뜨는 5시간 전까지 깨어 있을까 하다가 비행기에 오를 때 이동 계단에 구르는 아찔한 일은 벌어지면 안되기에 내 순발력을 위해서 잠시 눈을 붙였다. 제일 중요한 것은 일어나다 침대에서 떨어지면 아니된다. 잠시 고민했다. 내가 국가 급여를 거부하고 개인적으로 찾아서 고용한 시급 2만원 + 특별 수당을 주기로 한 대학생 활동지원사를 호출할지. 옷을 다 갖춰입고 출발 준비를 하더라도 정장에 맞는 양말을 신으려면 현관문 신발장 앞에서 10분 넘게 걸릴 지도 모른다. 주차지역에서 공항 지붕이 있는 횡단보도 30미터를 가는 동안 이 양복도 홀딱 젖어 버릴지 모른다. 나같이 양쪽 어깨 목발로 넓게 휘저으며 오랫동안 보행한 뇌병변장애인에게 비가 오는데 무작정 긴 장대우산을 내미는 사람들, 무게를 덜기위해 엉덩이허리가방만 메고 공항 주차장 횡단보도 잎에서 신호기다리는데 저 멀리서 빈카트 이용하라면서 내 앞으로 가져오는 사람들의 당황스러운 마음들은 어찌 멋지고 매너있게 거절할 것인가? 최근에 서울시가 장애인의 탈시설지원조례를 폐지하고 공공돌봄을 책임지던 서울사회서비스원도 문을 닫겠다 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시장은 점진적으로 장애인 활동지원 중개기관은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자 주말 서비스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을 공지 내렸다. 내가 국가의 장애인 활동지원 급여를 거부한 가장 큰 이유는 장애인의 인권과 생존을 정치인 입맛에  따라, 전문가의 탁상 공론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게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줬다 뺏는 그 폭력성 때문이었다. 장애인의 손발과 지역사회활동을 사회적으로 구체적으로 책임져서 비장애인과 동등한 시민권과 사회권을 보장하겠다고 해놓고서, 주말에는 먹지도 씻지도 돌아다니지도 말라는 뜻인가? 이제 중증 장애인들은 거주 이전의 자유도 없이 받아 주는 시설로 강제 이주라도 하라는 말인가? 서울시에 따로 장애인 보호구역이라도 만들려는 것인가? 내가 1박 2일 강의를 하면서 버는 돈은 고작 버는 돈은 70만원이 채 안된다. 그러나 그 70만원을 벌기 위해 내가 지역 사회와 국가를 향해 쓰는 돈은 숙박비, 교통비 30만원에 개인 활동지원사 인건비 16시간 32만원에 숙박 수당, 야간 특별 수당까지 붙이면 40~50만원이 넘어갈 것이다.  즉 통화 회전율에 따른 경제 효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내 적자보다 훨씬 높을 것이다. 아무리 장애인 시설 앞에 안전을 내세워도 그건 시설 관리자에 따른 구속 영장도 없는 감금이며 아무리 장애인 시설 앞에 인권을 붙여도 시설 설립자와 운영자들은 장애인과 함께 시설에 들어와서 살지 않을 것이며 아무리 장애인들을 이윤으로 보지 않는다 말해도 장애인 거주자에게 시설 재산권에 대한 지분이나 결정권을 내어주지 않는다. 장애인들은 서울에서 우리와 함께 사는 시민, 특히 원주민이 될 수 없다.
2024-07-12 | hrights | 조회: 249 | 추천: 0
정한별 / 사회복지사  2020년 2월 19일, 청도대남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에서 코로나19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다. 그 후 입원환자 103명 중 101명이 감염자로 확진되었고, 첫 확진 이후 엿새 만에 7명이 사망했다. 첫 사망자의 몸무게는 고작 42kg 밖에 되지 않았다. 4년 전,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었고, 아무나 잘 지키고 있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정신병원, 장애인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에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2022년 8월, 전국에는 엄청난 폭우가 내렸다. 특히 서울은 관측 역사상 가장 많은 비가 내렸다. 기록적인 폭우는 사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았다. 2022년 8월 9일 밤,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집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40대 여성과 그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딸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여동생은 사고 전날 집으로 빗물이 들어오자, 지인에게 침수 신고를 해 달라고 했고, 지인의 신고로 배수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가족은 아무도 돌아올 수 없었다. 여동생의 언니는 발달장애가 있었다. 사진: 이모작뉴스  전염병 상황 하에도, 수해에도, 화재에도, 피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돈이 많고, 전문직에 종사하며, 권력이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뉴스를 본 일이 없다. 정신장애가 있는 가난한 사람, 반지하에 사는 발달장애인, 열악한 환경에서 불안정한 일자리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이주노동자까지. 사회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대개는 사회에서 쉽게 배제되다가 이런 뉴스가 있을 때나 비로소 대중에게 드러나게 된다.  2024년 6월 24일, 경기 화성시의 한 리튬배터리 공장의 화재로 23명이 사망했다. 한국의 배터리 공장에서 화재가 났는데 피해자의 대다수는 이주노동자였다. 언론의 발표에 따르면 부상자는 8명, 사망자는 중국인 17명, 한국인 5명, 라오스인 1명 등이었다. 이주노동자 100만명 시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만명이 넘는 시대라고 하지만, 국내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피해자의 대다수가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 사진: BBC  문득,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중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안산과 화성을 다녔던 2019년이 떠올랐다.  장애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모으는 일을 했다.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 중 장애가 있는 이주노동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었다. 외국인으로서 겪는 차별과 장애인으로서 겪는 차별을 함께 경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질문을 했고 다양한 답변을 들었다. 그 중 아직도 기억나는 답변이 있다.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이 노동자로 한국에 입국하는 일은 어렵다. 일을 하다가 산업재해를 당하고 장애를 갖게 되었다면 한국에서 일을 할 수가 없다.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서 한국을 떠나게 된다. 한국에서 장애를 갖게 되면 두 가지 방법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다. 첫 번째는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서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 두 번째는 자신 스스로 죽어서 떠나는 일.  장애 때문에 차별을 겪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먼저 외국인이어서 차별을 겪는 일이 많다. 아, 외국인도 백인은 다르다. 그런데, 장애를 갖게 되면 한국에서 살 수조차 없으니, 그런 의미에서 차별을 겪는 것일 수도 있지 않겠나.  출입국관리법 제11조는 입국의 금지와 관련된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제1항 제5호에는 “사리분별력이 없고 국내에서 체류활동을 보조할 사람이 없는 정신장애인, 국내체류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사람, 그 밖에 구호(救護)가 필요한 사람”은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물론 해당 규정이 모든 장애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흔히들 생각하는 완전성을 갖주치 않은 몸들에게 한국은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한국에 들어온 뒤에, 일을 하다가 장애를 갖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장애인등록이 가능할까? 사실 그렇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등록을 한 외국인은 소위 선택받은 자들이다. 외국인의 장애인등록은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에 따라, 재외동포(F-4), 영주권(F-5), 결혼이민자(F-6), 난민(F-2-4)비자를 가진 자만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재외동포 및 외국인의 장애인 등록) ① 재외동포 및 외국인 중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은 제32조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할 수 있다.   1.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   2. 「주민등록법」 제6조에 따라 재외국민으로 주민등록을 한 사람   3. 「출입국관리법」 제31조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한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10조제1항에 따른 체류자격 중 대한민국에 영주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가진 사람   4.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제2조제3호에 따른 결혼이민자   5. 「난민법」 제2조제2호에 따른 난민인정자  장애인등록이 되면, 외국인이 내국인에 비해 차별없이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도 않다. 한국의 장애인복지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장애인 등록을 전제로 해서 제공되고 있다. 이에 장애인 등록 후, 장애의 특성과 정도에 따라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중증의 발달장애인에게는 중증장애인을 대상으로 지급되는 장애연금과 발달장애를 이유로 제공되는 발달장애 관련 서비스들이 제공되는 것이다.  중증의 장애를 갖고 있는 외국인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장애인 등록을 한다면, 장애연금과 활동지원서비스 등 장애의 특성과 정도를 고려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유는 바로,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제2항에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32조의2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에 대하여는 예산 등을 고려하여 장애인복지사업의 지원을 제한할 수 있다.”  악은 디테일에 있다고 했나, 국가는 이렇게 세심하고 꼼꼼하게 외국인의 국적과 장애를 이유로 이중차별을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간한 2024년 장애인복지사업안내 제2권에 따르면, 장애인복지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애인연금(중증장애인에게 지급), 장애수당(경증장애인에게 지급), 장애아동수당, 활동지원서비스, 발달재활서비스 등은 난민인정자 등에 한해서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장애인 자동차 표지 발급”처럼 등록 장애외국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가 있기는 하다.  이에,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2022)”를 통해, 한국의 장애외국인에 대한 차별에 우려를 표명하며, 국적과 체류자격에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서비스를 보장할 것을 권고하였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자국 장애인에 대한 지원에도 따가운 눈총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사회에서 국내에 체류하는 장애가 있는 외국인까지 고려하는 일은 너무 멀리 나간 것 아니냐는 인식도 있다. 여성에게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인정하자고 주장할 때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도, 다수의 사람들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사회변화의 출발은 다수의 사람들이 아니라고 할 때, 정말 아닌게 맞나 하고 의문을 던지는 소수의 웅성거림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권리 보장은 국적을 불문하고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2024-07-03 | hrights | 조회: 260 | 추천: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