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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목련이 필때(이원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3-07 10:03
조회
75

이원영 / 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안녕하지 못합니다”가 인사가 돼버린 2024년 봄. 넌 누굴 뽑고 봄맞이 갈거냐?

한동훈의 목련과 유권자의 목련

꽃. 엊그제 동네에서 술을 마시다가 목련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한동훈의 목련 발언도 나왔다. 어느 동네든 꽃은 피기 마련이고, 벚꽃이 피기 전에 우리 곁에 먼저 와 일상을 다독이는게 목련이다. 뿐만 아니라 농사를 짓거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들은 어떤 꽃이 필 때 무슨 작물을 심고 어떤 새들이 울고 하는 이야기를 인사처럼 이웃들과 자주 나누곤 했으니 정치만큼이나 일상의 큰 기준이다.


꽃. 허나 한동훈의 목련 발언이 더 들어가고 생각할 것도 없이 그들의 이익에 복무하면 그만이고 결과적으로 그런 정치의 습성이 반영일 뿐이다. 그런 시답지 않은 발언을 대다수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하는 것도 그 못난 습성과 다르지 않다. 이런 냄새나는 것들 걷어내고 우리가 꽃밭을 만들고 거리마다 꽃 향기가 만발하게 하자.


사진: 주간경향


징글징글하다, 이젠 목숨 걸고 바꿔보자.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이제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이른바 선거를 민주주의 꽃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시스템이어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맞지 않아 보인다. 다른 것을 몰라도 매일 치고받는 일에 익숙한 거대 양당이 선거구조를 바꾸는 일에는 짬짜미가 능숙하기 때문이어서 그렇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도 그런 일들이 계속된 것은 매우 슬프고 아픈 일이다.


그런 한계가 있더라도 선거는 민심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리고 좋은 정책과 인물들이 선거를 통해 폭발적으로 표현되는 기회이다. 그래서 지금은 4월 10일(수) 국회의원 선거가 모든 정세의 중심에 자리를 잡았다. 누가 어디에 출마하고, 공천을 못 받은 누가 탈당을 하고 하는 잡다한 일들이 매일 언론에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밥 먹고 술 먹는 자리에서도 선거 이야기가 점점 불타오르고 있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는 윤석열 정권을 평가하는 선거임에는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의 온갖 퇴행과 악행을 국민들이 곱지 않는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그렇다고 야당의 행태가 그렇게 표를 밀어주기에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우리나라 선거의 특징상 아마도 결과는 대통령 지지율이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 마나 한 뻔한 이야기이지만 시민운동을 하면서,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간절하게 바라는 사람 입장에서 이번 총선이 윤석열 정권의 독주를 막고 새로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물론 선거 결과가 많은 부분을 좌우할 것이다.


용산을 민주주의 꽃밭으로! 이런 세상에 못할게 뭐가 있는가


이젠 용산이 정치 1번지란다. 유권자들은 정치 번지수가 가장 앞번호라고 해서 신나고 즐거워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1번지를 만들자. 용산을. 드디어 용산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났다. 국민의 힘은 권영세 현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은 강태웅 용산구위원장이 확정되었다. 국민주권당 구산하 후보도 눈에 띈다.


어느 후보든 10.29 참사를 묵과해서도 지나쳐서도 정치적 포장지만 사용해서도 안된다. 현 구청장을 그대로 둬서도 결코 안될 말이다.


보수 세가 강한 것은 자명하다. 159명의 죽음에 보수와 진보를 따지는 악행을 할 것인가. 용산 유권자들 중에는 지금까지 1년 넘게 이태원 참사 분향소를 지키고 구청장 사퇴 촉구 서명을 받고 유가족들을 만나며 함께 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일어난 아픔이기에 더욱 져야할 무게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것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문제와 직결된다. 용산의 유권자들은 그것을 알고 있다. 용산의 후보들에게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을 약속할 수 있는 하늘이 내려준 기회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민심을 외면하는 정치세력엔 어김없이 죽비를 내리쳤다. 민심의 죽비, 그것을 꽃피우자. 159명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이태원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책임, 대책도 없는 정치인들을 뽑지 말자. 민심의 꽃이 민주주의가 되게 하자. 그 꽃은 4월에만 피지 않는다.


꽃의 의미를 알 수 있는, 중학교 2학년 학생도 아는 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민주주의 꽃밭이 용산과 전국이 되게 하자.




목련이 진들


박용주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


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


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


어디 목련뿐이랴


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


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


해마다 오월은 다시 오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이 땅에 봄이 오면


소리 없이 스러졌던 영혼들이


흰빛 꽃잎이 되어


우리네 가슴속에 또 하나의


목련을 피우는 것을


그것은


기쁨처럼 환한 아침을 열던


설레임의 꽃이 아니요


오월의 슬픈 함성으로


한 잎 한 잎 떨어져


우리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피어나는


순결한 꽃인 것을


눈부신 흰빛으로 다시 피어


살아 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


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


우리들 오월의 꽃이


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


한낱 목련이 진들


무에 그리 슬프랴


#중학교 2학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