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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가시’는 현장을 살아가는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한 칼럼 공간입니다.

‘목에가시’는 김형수(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총장), 신종환(공무원), 윤요왕(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이동화(아디 활동가), 이승은(경찰관), 이원영(용산시민연대 공동대표), 정한별(사회복지사) 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천 명의 소중한 연대, 연대와 희망의 이음줄(이동화)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1-30 13:32
조회
118

이동화 / 사단법인 아디 활동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무력 충돌 당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평화여행을 수행하고 있던 필자와 소속단체 활동가들은 급히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귀국 후 이스라엘의 잔인한 보복 공격도 걱정이지만 단전, 단수, 생필품 의약품 반입 중단과 같은 조치는 가자 지구 전체 주민들을 죽음의 재앙으로 몰고 갈 것이기에 이 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국내 단체들과 첫 번째 대응회의를 했을 때 가자 지구 주민들에 대한 긴급구호 모금 캠페인을 제안했고 참여한 모든 단체들은 흔쾌히 뜻을 모아주었다.


서둘러 서울시에 기부금품 모집 신고절차를 완료하고 11월 10일 처음 모금함을 개설했다. 모금기간은 총 50일, 목표 모금액은 5천만 원이었다. 가자 지구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에 설정한 금액이지만 설마 되겠느냐 라는 생각도 들었다. 왜냐하면 2021년 4차 가자 전쟁이 끝난 후 필자가 속한 단체는 가자 지구 폭력 피해생존자 지원을 위한 모금을 2달 동안 진행했고 당시 모았던 금액은 천만 원 남짓이었다. 이 중 절반은 국내 한 재단이 기부했고 일반인들의 모금은 5백만 원이었기에 목표액 5천 만원은 어쩌면 불가능한 수치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모금함을 개설하니 필자의 예상은 다행히 빗나갔다. 초기 며칠은 2~3건에 불과했던 모금 참여가 거리 집회에서 홍보하고 연대체에 모인 단체에게 참여 메일을 보내고 나니 갑자기 참여횟수가 오르기 시작했다.


추세를 보아하니 모금 개설한지 한 달이 되는 12월 10일에 목표액을 넘어설 것이 분명해 보였다. 해당 모금은 서울시에 등록신고를 마쳤고 목표액을 상회해서 모금할 수 없기에 다시 서둘러서 서울시에 목표 모금액을 1억으로 변경하고 모금 기한도 1월 10일로 늘리는 신고절차를 진행했다. 그때 만해도 많은 이들이 관심 가진다고 해도 팔레스타인 모금 이슈로 1억을 넘기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예상은 다시 한 번 빗나갔다. 12월이 되어서도 모금 참여 열기는 식지 않았다. 아니 연말이 다가오면서 더욱 참여는 늘어갔다. 한번 참여했던 사람이 두 번, 세 번 참여하는 경우도 생겼고, 수녀님이나 수사님처럼 돈과는 관련이 적어보이는 분들에게서 적지 않은 모금이 걷혔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일에 나이에 맞게 기부하는 이도 있고,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활동가 부부는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부부 월급의 절반에 해당되는 거금을 기부하였다. 돼지 저금통의 배를 갈라 기부한 듯한 몇 십 원 단위까지 찍혀있는 모금액에 더 많이 기부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사연까지 접하면서 정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리고 연말 연 초 연휴가 끝나고 다시 모금액을 확인하자 목표액인 1억 원을 분명 초과할 거라 예상됐다. 또 다시 부랴부랴 서울시에 목표 모금액을 늘리는 절차를 진행했고 담당 공무원은 너무 자주 바꾼다는 핀잔도 주었지만 마음은 뿌듯했다.


아마도 모금기한을 계속 연장했다면 더 모였겠지만 팔레스타인 현장에 속히 모금액이 전달되어야 하기에 예정했던 1월 10일에 모금을 마감했다. 그리고 거의 1000명에 육박하는 개인과 단체가 참여해 주었고 총 모금액은 1억 3천만 원이 조금 못 미쳤다. 팔레스타인 개발사업과 모금활동을 4년 동안 지속하면서 처음으로 맞이하는 참여자수와 모금액이었다. 처음 모금계획을 팔레스타인 활동가와 논의하면서 예상했던 금액이 약 3만 4천 유로였지만 결국 2.5배에 이르는 약 9만 유로를 모았다는 소식에 팔레스타인 활동가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 모금에 참여한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가자 지구 피해주민 긴급구호 모금 모집 보고 아디 홈페이지 내용 캡쳐


최근 국제사법재판소는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주민에 대한 집단학살을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인도주의 지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결정을 하였지만 이스라엘은 지금도 가자 지구의 병원을 공격하고 인구 2백만의 가자 지구를 지옥으로 몰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휴전 결의안을 채택하며 이스라엘을 압박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 우방 국가들(한국도 포함)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은 인정한다며 이 미친 학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피해가 너무 커서 모금된 금액으로 피해를 복구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라겠지만 온통 절망적인 소식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한국의 천명의 시민과 단체가 보여준 연대의 모금은 분명 모금 이상의 의미를 전달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 모금을 통해 조금이나마 존엄을 유지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모습은 다시 한국 사회에 전해져 더 두꺼운 희망과 연대의 이음줄을 만들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