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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청년, 국가를 묻다 (신혜연)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1:51
조회
349

신혜연/ 청년 칼럼니스트



‘청춘시대’라는 이름의 칼럼을 쓰다보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인권을 고민하는 밝고 활기찬 청춘의 이야기를 써야 할 것만 같지만 실제로는 신파극으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 알바몬입니다’, ‘관심의 추억’, ‘응답하라, 안녕하지 못한 그대들’, ‘나도 비정규직이다’ 등 제목에서부터 청춘들이 맞닥뜨린 시대의 설움이 뚝뚝 묻어난다.

청년들은 한국에서 선택권을 가진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늘 동원되는 객체다. 고액의 등록금 및 생활비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임금 노동시장에 동원되고, 취업을 미끼로 한 인턴 등 취업 대비시장에 동원되며, 나라의 부름을 받고 군대에 동원된다.

그 중에서도 군대는 국가가 청년을 착취하는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청년들은 자신의 젊음을 국가에 바치길 강요당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진 못한다. 그들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부당한 폭력을 견뎌내야 한다. ‘저항’이란 선택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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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는 청년들에 대한 국가의 착취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사진 출처 - 다음



최근 한 병사가 선임들의 연이은 구타 끝에 사망했다. 선임들은 사망한 윤 일병에게 침을 뱉고 핥게 하거나 치약을 먹이는 등 인권모독적인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폭력에 익숙해진 병사들은 구타 행위를 보고도 입을 다물었고, 수십 명의 묵인과 동조 속에서 윤 일병은 죽어갔다. 주검으로 돌아온 그의 온몸은 멍투성이였다.

군내에서 ‘관심병사’로 분류되던 임 병장이 총기난사로 십여 명의 사상자를 낸 지 불과 두 달 만의 일이다. 무섭게 반복되는 군내 폭력 사태는 2014년 대한민국의 군 인권실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군대에서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 되는 것 아니냐”는 시민들의 한탄은 ‘전쟁터로 내몰린 청년들에게 선택권은 없다’는 진실과 함께 한국사회를 관통한다.

우리는 불과 몇 개월 전에 침몰하는 세월호에 수백 명의 고등학생들을 잃었다. 그 학생들은 기울어가는 배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따랐다가 봉변을 당했다. 세월호에 갇힌 아이들처럼 군대에 갇힌 청년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억압된 명령 체계 안에서 자신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밝고 활기찬 ‘청춘시대’를 만들기 위해 청년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세월호 사건 이후 계속되는 무능한 수습조처로 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향할 무렵, 열 명 남짓한 대학생들은 세종대왕상을 점거하고 국가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는 누구에게 보호받아야 하나, 누구를 위해 납세와 국방의 의무를 지나. 아이들을 위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투표했는데….”

국가의 본질을 묻는 청년들의 질문은 계속돼야 한다. 여야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세월호특별법에 합의한 지금,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자 하는 시민들의 소망은 끝내 묻혀버렸다. “청년들이 지키고자 하는 국가는 어떤 곳인가? 그리고 지금 국가는 누구를 보호하고 있는가?” 착취와 동원의 대상에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청년들은 다시 국가의 의미를 묻고 있다.

신혜연씨는 노동과 여성 인권에 관심을 갖고 대학교 학보사에서 사회부 기자로 활동 중인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