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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네가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 (송이)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1:42
조회
315

송이/ 청년 칼럼니스트



“누구나 마음속에 상처 입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다.”

 

마음 상처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출처-인터파크 도서


 

정신분석 전문의 김혜남은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란 책에서 이처럼 말했다. 나이를 먹어도 수없이 저지르는 시행착오로 매 순간 성장통을 겪는 우리이기에 아이라고 표현했을 것이다. ‘힐링’이라는 단어가 으레 수식어처럼 붙는 이 시대에. 어쩌면 우리는 내 안의 어린아이에 귀 기울이기보다 외부에서 환기할 요소를 찾아왔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20대 중반의 나이. 주변 친구들을 둘러보면 힘들어, 불안해, 지쳤어, 부족해, 이게 맞는 걸까. 와 같은 말을 달고 산다. 아직은 파릇해도 될 나이에 색깔로 비유하자면 회색의 모습을 띠고 있는 모습이라니 암울하기까지 하다.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은 ‘원래 취업 앞두면 다 그래’ ‘그럴 시간에 자격증 하나라도 더 따라’ ‘너의 기준치를 조금 더 낮춰’ ‘졸업은 안 하니’ 하며 걱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 얼마 전까지 같이 고민하던 친구도 취업만 되면 갑자기 다른 세상에서 온 사람처럼 돌변하기도 한다. 가끔은 이걸 조언이라고 위로라고 하는 말이 맞나 싶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부정할 수도 없고 끊임없이 내 탓이려니 하며 묵묵히 들을 뿐이다.

얼마 전 나를 돌아보는 한 프로그램에 다녀왔다. 연령층은 60대부터 20대까지 다양했다. 성별, 나이, 직업이 너무 달라서 과연 이곳에서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괜히 훈계나 듣다 오는 것 아닌가? 솔직히 난 그렇게 힘들지 않은데? 별별 생각과 걱정이 들었지만 한번 들어나 보자는 심정으로 참가했다.

“무엇이 가장 힘드냐?”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냉소적인 답변도 들렸지만 ‘내 돈 주고 내가 술 먹는데 왜 먹지 말라는지 모르겠어요’ ‘사회의 시선이 부담 돼요’ ‘조별과제에서 의사소통이 어려워요’와 같은 것이었다. 그들의 사생활이라 이 글에 상세히 담을 수 없지만 힘들다는 마음은 그렇게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됨을 알 수 있었다.

아침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사연에서부터 자잘한 것까지 얘기를 듣고 있자니 ‘그래, 나 같아도 저땐 저랬을 거야.’ 혹은 ‘내가 이렇게 행동했을 때 상대는 저렇게 느끼는구나!’ 하고 공감이 됐다. 상대방은 나를 돌아보는 거울이라는 말이 새삼 와 닿는 순간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쯤 문득 느끼게 된 사실은 내가 남의 말에 경청하거나 내 생각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동안 나는 사람을 판단할 때 너는 직장이 있으니까. 너는 결혼은 했으니까. 너는 그래도 ~라도 있으니까. 와 같이 끊임없이 사회적 관념에서 남과 나를 비교 해온 것 같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것이다.

나이가 많은 어른이거나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살 청년이라고 해서 고민이 없을까? 돈이 많거나 건강해도 늘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떤 상황과 위치에 있더라도 이해받고 싶고 나누고 싶은 존재란 뜻이다. 실제로 힐링의 명소라고 불리는 마포대교(생명의 다리)에 적힌 자살방지를 막기 위한 문구를 봐도 ‘잘 지내지?’ ‘무슨 고민 있어?’ ‘바람 참 좋다’ 와 같이 소박하지만 따뜻한 문구이지 않나.

맨 정신으로는 못하고 술기운을 빌려 주절거렸던 것에서 벗어나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의 마음을 나누는 일을 해보면 어떨까. 내 마음의 아이를 다독여 주고 보살펴 준다면 힘들다며 보채던 모습이 눈 녹듯 사라지지 않을까.

네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내가 행복해야 네가 행복하다

송이씨는 '문화적 소통'을 통해 인권 문제를 이야기하는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