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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로 선정된 김태민, 이서하, 전예원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칼럼니스트를 위해 안동환(서울신문), 안영춘(한겨레), 우성규(국민일보), 기자가 멘토 역할을 맡아 전문적인 도움을 줍니다.

비리의 온도탑 (정재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8 13:21
조회
275

정재호/ 청년 칼럼니스트



지금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는 작년 이맘때와 다름없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 온도탑이 설치되어 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서울 광화문 네거리의 온도탑은 지난 16일 기준, 목표 모금액 90% 이상을 달성했다. 지방에서도 마찬가지로 따뜻한 손길이 이어져 여기저기서 100도를 넘어 펄펄 끓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첩첩이 쌓인 차가운 빌딩숲 속에서도 아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은 살아있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이다.

하지만 펄펄 끓는 온도탑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악용하는 일부 사회복지 기관과 관계자들 때문이다.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국민들이 낸 성금을 가지고 유흥비로 탕진하고, 직원들 임금을 부당하게 높게 올려주며 서울 한복판의 건물을 인수하는 등 돈 잔치를 벌였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당시 사랑의 온도탑은 ‘분노의 온도탑’이 되어 펄펄 끓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비리사건이 꽤 시간이 지난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사회복지기관에서의 비리는 끊이지 않는다. 최근 충북 증평군 의회에서는 복지재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복지재단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장애인복지관, 노인복지관, 노인요양원, 청소년수련원 등 사회복지기관을 총괄하는 복지재단이 운영비를 사적으로 사용하고 공금을 횡령하고 인사 비리를 일으키는 등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양주의 한 사회복지기관에서는 이미 퇴직한 재활교사를 계속 근무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인건비 보조금 3천 400여 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성금은 둘째 치고 공금까지 횡령하면서 사회적 약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귀한 돈들이 새나가고 있다. 심지어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상대로 일방적인 임금체불행위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경기도 양평군의 한 장애인 기관의 원장은 입소장애인들에게 어버이날에 판매할 카네이션을 만들게 하고 카네이션을 팔아 생긴 돈으로 생활비와 자녀의 학원비, 교회 건축비로 사용하였다.

공적 사회복지기관에서도 비리가 일어나고 있는 마당에 정부는 사회복지기관을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사회복지기관에서 일어나고 있는 비리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한 사회복지사는 최근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이 사실상 사회복지기관의 운영권을 민간에게 위탁함으로써 비리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사회복지기관에서 비리가 생긴다 하더라도 제대로 된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각종 편법이 이루어지는 것을 잡아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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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아시아경제



정부는 비리가 일어날 수 없도록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통하여 사회복지기관이 비리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를 위하여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수사를 정밀하게 실시하여야 한다. 기관유형별로 표준적인 운영체계를 정립하여 수사에 필요한 잣대를 마련하고 이에 따른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여야 한다. 또한 비리가 일어났을 때에 민형사상 처벌을 강화하여 더 이상 비리가 일어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견물생심,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설령 그것이 부당한 일일지라도 그것을 가지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회복지사는 돈을 위하여 일하지 않는다. 모든 진정한 사회복지사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그들의 삶이 좀 더 윤택해지도록 돕는 것이다. 언제나 사회복지 현장에 나가있는 실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은 그들을 위한 복지를 하겠다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고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면 애초에 그런 비리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부디 그들이 처음 사회복지란 길에 뛰어들며 마음속에 새겼던 초심을 잃지 않길 바란다.

정재호씨는 법과 제도로 인권 보호를 실현하는 데 관심이 있는 법학과 학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