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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라는 충격보다 우리 선택이 더 중요하다(강국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3-04-19 09:33
조회
387

강국진 / 인권연대 운영위원


 

출처 - 더중앙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게 외교의 본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한중수교 직후인 1990년대 들어 중국과 접촉을 많이 하게 되면서 중국은 위협이 아니라 그냥 후진국, 그렇지만 고도성장하고 언젠가는 옛 영광을 되찾을 수도 있는 잠재력과 기회의 땅이었다. 1990년대 한중관계가 좋았을 당시 국가주석 장쩌민이 대통령 김대중을 사석에서 “형님”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들은 적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턴 미국의 전횡에 맞서는 대안세력 같은 인식도 생겨났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한중 양국의 끈끈한 우애를 강조하며 "대일전쟁이 가장 치열했을 때 양국 국민은 생사를 다 바쳐 있는 힘을 다 바쳐 서로 도와줬습니다"라고 강조한 게 9년 전이었다. 일본에서 한국문화상품이 인기를 끌던 것 못지않은 풍경이 중국에서 펼쳐졌다.


 

그랬던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최근 몇 년간 중국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진 건 격세지감이라고 할 만 하다. 현재 한국사회에선 ‘중국이라는 위협’ 에 대한 얘기가 광범위하다. 3년 전 <시사IN>에 실린 중국에 관한 선호도를 ‘감정온도’라는 개념으로 조사한 게 있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었는데, 미국이 57.3도, 일본 28.8도인데 중국은 26.4도에 불과했다. 특히 20대는 50~60대에 비해 두 배 가량 반감이 심했다. 중국어 공부 인기가 식었다거나, 언론사 중국특파원 후임자 찾기가 어렵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한국인들은 중국을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사드배치를 둘러싼 갈등을 겪으면서 중국은 듬직한 이웃이라는 성격은 완전히 사라지고 덩치 큰 옆집 깡패같은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다. 아무리 중국에 비판적인 사람이라도 중국 역사와 문화에는 한 수 접고 들어갔는데 요즘은 그런 것조처 바닥났다.


 

최근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과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연달아 읽었다. 각각 한국과 미국의 시각에서 중국이라는 위협을 다뤘다. 메시지는 꽤 명확하다. <차이나 쇼크, 한국은 선택>은 서문에서 분명하게 선언한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실체적인 위협이자 거대한 리스크”이며 “점점 더 커져가는 차이나 쇼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1세기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이다(9쪽).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는 더 노골적이다. 최근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경계론을 위한 지침서나 다를 바 없다.


 

두 책은 여러모로 상호보완적이다. 현재 중국과 관련한 여러가지 현안과 진단은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에서, 중국이 안고 있는 위협요인은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에서 읽어보면 도움이 많이 될 듯 하다. 특히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산업경쟁력 강화는 한국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당장 수출 역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이다. 두 책 모두 그 가능성을 낮지 않게 보는데, 설령 여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분석과 대비는 시급해 보인다. 특히 대만 문제가 시진핑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 문제와 직접 연결되는 상황에선 더욱더 그렇다.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의 공동저자인 할 브렌즈와 마이클 베클리는 이미 2021년 9월 ’포린폴리시’에서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분석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분석은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에서도 중요하게 거론된다. 사실 포린폴리시 기고문의 확장판이 <중국은 어떻게 실패하는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은 농촌 문제, 농민공 문제,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정학적 긴장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농촌 문제, 중국판 카스트 제도나 다름없는 6억명이나 되는 농민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결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이 성장하는 제국인지 쇠퇴하기 시작한 제국인지 지금 당장 판단하긴 쉽지 않다. 사실 중국이라는 충격보다 더 걱정되는 건 사실 ‘우리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냉정하게 국익을 판단하고 전략을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당장 한국 정부를 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한국에서 보수를 자처하는 분들은 조선시대 외교정책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조선시대 외교안보정책 최대 참사라고 할 수 있는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경직된 대외정책에 대해선 그리 비판하면서도 미중갈등으로 눈을 돌리기만 하면 ‘양잿물도 미국이 좋다’는 태도로 나오니 당황스럽기만 하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에서 저자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신남방정책만큼은 전 정권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배척하지 말고 계승하여 적극적으로 펼쳐 나가야 할 것(266쪽)”이라고 조언하지만 안타깝게도 신남방정책은 곧바로 쓰레기통에 쳐박히고 감사원 감사받느라 바쁘다. 중국은 말할 것도 없겠고, 그렇다고 딱이 미국을 상대로 국익을 잘 지키는 것 같지도 않다.


 

우리가 장기적인 전략에 입각한 일관된 정책을 펴지 못한다면, 차이나 쇼크가 아니라 한국 쇼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 내내 한국 주류 담론은 줄곧 '중국은 패권국이 될 수 없다, 중국은 믿을 수 없다, 우리는 미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며 문재인 정부 외교정책을 물어뜯기 바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에 박근혜가 중국 전승절 기념식에 참석한 건 실리외교라며 빨아대기 바빴다는 건 언제 그랬냐는 듯 외면하고 있다. 그러므로 가장 걱정스러운 건 중국이라는 충격이 아니라 한국, 우리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