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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의 정상화’에 역행하는 ’을지 프리덤 실드’(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8-24 11:32
조회
609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을지 프리덤 실드(UFS, 을지 자유의 방패)’라는 새로운 이름의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진행 중이다. 소위 연례적, 방어적 성격의 연합방위태세 향상을 통한 대북 억지력 강화가 변함없이 회자된다. 레퍼토리가 어제도, 오늘도 거의 똑같다.


 이번에는 레퍼토리가 조금 변하긴 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주창한다.
 ‘주적론’과 ‘선제타격’을 외치는 대북 적대 정권은 지난 정권에서 북의 눈치를 보느라 축소 시행되어 온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야외 실기동훈련까지 정상화해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보를 지키겠단다. 추락한 정권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큰 치적이라도 되는 양 정권 홍보에 열중이다. 외세의 눈치는 보면서도 동족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이 대단한 자랑거리다.


 북미 관계의 정상화를 향한 대화와 협상을 추진하고 촉진하기 위한 일환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하여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연기, 축소 시행이 있었을 뿐이다. 노복에게는 축소 시행할 권한이 없기에 그 무슨 눈치 때문에 정할 일이 애당초에 없다. 더더욱 ‘비정상의 정상화’ 권한도 없다. 모두가 그토록 추종하는 상전이 결정할 일이기에.


 국가보안법이 지배하는 한국사회의 종북몰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외세와 그를 추종하는 극우 보수세력밖에 없다. 전임 정권과의 차별성 부각을 위해 허위사실의 유포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미동맹을 약화시킨 친북 정권의 프레임을 갖다 붙인다. 오로지 정권의 안위를 위하여 정치적 이득을 노리는 안보 장사꾼에게 ‘을지 프리덤 실드’는 전 정권에 대한 종북몰이용 공격 소재로 쓰이는 도구가 된다.



을지 프리덤 실드(UFS) 연합연습의 사전 연습인 위기관리연습이 시작된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파치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외세 추종의 동족 대결에 앞장서는 정권의 ‘비정상의 정상화’ 구호가 횡행한다. 여기에 의문부호를 달아서는 안 된다. 이의를 제기하고 반대하다가는 큰 코 다친다. 작전지휘권을 가진 외세에 의존해 외세의 핵 무력을 동원한 참수, 점령, 북 정권 격멸의 전쟁연습을 숙달하기 위한 연합 군사훈련이 도발이 아니라 억지력이라고 믿어버리는데 익숙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핵 항공모함, 전략 핵 폭격기, 핵 잠수함의 한반도와 그 주변 전개는 북의 핵 보유 전에도 대북 억지력으로 포장되었다. 지금은 핵우산을 통한 대북 확장 억지력으로 포장되어 우리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강력하고 공고한 한미동맹의 상징으로 탈바꿈하였다. 국가보안법의 위력에 갇힌 세뇌사회의 처참한 비극이다.


 하지만, 외세와 안보 장사꾼이 쌓은 사상누각의 모래성은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다. 외세는 전 세계의 패권과 지배력 유지를 위하여 한반도에 군대를 주둔시키며 작전지휘권을 틀어쥔 채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위한 대화와 협상을 회피하고 거부하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영구적 시행과 군대의 항구적 주둔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억지력의 모순이 작동한 듯 어느 순간 강대강의 힘의 역관계가 한반도에서 팽팽하게 펼쳐지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정전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핵 전략자산의 연례적 수시 전개에 대응한 북의 대미 억지력도 갈수록 강화되었다. 미국의 핵 선제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북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고 핵보유국이 되었다. 대미 억지력으로서 북의 핵 무력은 최근 북 지도자의 연설에서 핵 선제타격 결행의 조건이 언급되기까지 하였다. 또한 북의 전술핵 실전 배치 가능성까지 추정되고 있고 북의 7차 핵 실험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오늘에 이르는 한반도 분쟁의 격화 과정에서 핵전쟁 발발의 심각한 위기로의 질적 변화는 핵보유국 간 세계대전 발발로 이어지는 위기의 가속도를 심화시키고 있다.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정치적, 외교적 해법을 추구하지 않은 결과다.


 북미 간 군사적 억지력 강화가 낳은 군비증강의 악순환이 문제의 본질로 뚜렷이 드러났다. 강대강 국면에서 위기를 관리할 방법은 없어지고 있다. 대화와 협상으로 복귀하는 일밖에 없다. 북미 관계의 정상화 해법을 추진해야 한다.


 2018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이뤄지거나 추진되었던 북의 핵 실험 중단,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 9.19 남북군사합의, 비무장지대(DMZ) 내 전방초소(GP)의 철거, 대북제재 해제, 정전체제의 종식과 항구적 평화체제의 구축 등이 바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비정상화의 정상화다. 북미 간 적대관계의 해소가 문제 해결의 열쇠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종전을 위한 중재자 시늉이라도 하기는커녕 정상과 비정상을 분간하지 못하는 정권의 역주행이 거침없다.


 ‘을지 프리덤 실드’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북의 대응은 필연적이다. 우크라이나 문제, 대만해협 문제와 맞물리며 한미연합 군사훈련은 전 세계적 차원의 심각한 군사적, 외교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을지 프리덤 실드’는 세계적 차원의 핵전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천만의 대책 없는 전쟁연습이다. 주권자로서 그 어느 때보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우리의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외세와 그를 추종하여 동족 대결을 심화시키는 극우 보수 세력에게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