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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장관님, 삽질은 행안부 업무가 아닙니다(강국진)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2-06-22 13:51
조회
605

강국진/ 인권연대 운영위원


 장관 후보자 면면이 나왔을 때부터 ‘좌동훈 우상민’ 얘기가 나왔다. 한동훈에게 법무부를 맡겨 검찰을, 이상민에게 행정안전부를 맡겨 경찰을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었다. 한동훈이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세상이 다 아는 윤석열 측근이고, 이상민은 윤석열의 고등학교와 대학교 후배로 오랜 친분을 유지해 왔다는 게 근거로 소환됐다. 이상민이 행안부 장관이 되고 나서 첫번째 지시로 경찰에 대한 관리운영을 위한 제도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하면서 의심은 확신이 됐다.


 21일 행안부가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행정부의 검경 통제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만 이뤄졌던 행안부와 경찰청의 관계를 실질적으로 바꾸겠다는 게 핵심인데 일단 명분은 경찰의 민주적 관리·운영과 효율적 업무수행이다. 자문위는 “검사 수사지휘권이 폐지되고 경찰에 독자적인 수사권과 불송치 결정권이 부여되는 등 경찰 수사권의 법적 성격과 범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는 걸 강조했다. 검경수사권조정으로 권한이 강해지는 경찰을 통제하는 고삐를 직접 죄겠다는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일단 자문위가 내놓은 권고안 자체는 얼핏 온건하게 돼 있다. 행안부에 경찰 관련 조직을 신설하고,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지휘하는 규칙을 제정해 행안부에 경찰 고위직 인사를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혹은 제청자문위원회를 설치하라고 했다. 경찰 감찰과 징계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처우개선과 인력확충 같은 당근도 빠질 수 없다.


출처 - 금강일보



자문위도 강조했듯이 경찰은 “권력기관”인데도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듣도 보도 못한 자문위원 몇 명이 한 달 동안 네 차례 만나서 결정해버렸다. 정작 이 모든 사안을 시작한 이상민은 이날 오후 늦게서야 조지아 출장에서 귀국하느라 한국에 있지도 않았다. 원래 자문위 권고안 발표가 지난주 예정이었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상민의 해외출장 이후로 연기됐다는 걸 생각하면, 똥 싼 사람 따로 있고 똥 치우는 사람 따로 있냐는 말이 나도 모르게 머리를 맴돈다.


 자문위는 정부부처와 외청의 관계를 볼 때 행안부와 경찰청만큼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없다는 걸 강조한다. 물론 그 말 자체는 사실이다. 1991년 정부는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1991년 경찰청을 내무부에서 독립시키면서 장관 사무에서 ‘치안’을 삭제하고, 민주적 통제장치로 경찰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그 뒤 행안부와 경찰청은 느슨하다못해 소 닭보듯 하는 관계였다. 자문위원장을 맡은 판사 출신 변호사 황경근은 이게 마치 대단한 직무유기나 되는 듯이 한참을 강의를 했다. 하지만 그는 1991년 당시 법개정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맥락,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의 각종 인권유린에 대한 민주화 요구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게 왜 행안부여야 하는지 자문위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법규정”만 주절주절 되뇌었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제34조에 규정한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이 없다는 점에서 행안부에 경찰 관련 부서를 설치하는 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반론은 외면했다. 하지만, 행안부 현직 고위공무원들조차 사석에서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하는 입법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는 게 좀 더 진실에 가까울 듯 하다.


 이상민이 경찰에 관심이 많은 건 충분히 알겠다. 그럼 왜 굳이 행안부 장관이 된 것일까. 그냥 국가경찰위원장을 맡아서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실질적으로 하기 위한 여러가지 개혁 조치를 주도하면 되는 것 아닐까. 경찰위원장은 인사청문회도 굳이 필요없는데 말이다. 순전히 짐작으로만 생각해보면, 이상민은 행안부 장관이 어떤 자리인지, 그 무게를 제대로 모르는 게 아닌가 싶다. 전임자들처럼 장관 되자마자 산불이나 지진, 감염병으로 정신없는 신고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최근 행안부 장관이 사무관들과 만난 자리가 있었다고 한다. 이상민은 이 자리에서 교부세과에서 온 사무관에게 ‘지방세 업무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교부세과는 얼핏 지방세 가운데 하나일 것 같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조직 체계 역시 지방세정책관이 아니라 지방재정정책관 소속이다. 특히, 교부세과는 특별교부세를 담당하는데, 특별교부세는 행안부에서도 매우 매우 중요한 업무이다. 행안부 장관이 교부세가 뭔지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은, 비유하자면 특별활동비를 모르는 국가정보원장 혹은 방아쇠 당기는 방법을 모르는 군인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상민에게 진심을 다해 권해주고 싶다. 괜히 번지수 못 찾아 경찰들 흘끔거리지 말고 행안부 업무파악이나 똑바로 하세요. 물론, 주소업무도 행안부 소관입니다.


강국진 위원은 현재 서울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