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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품위(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11-03 16:17
조회
853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나는 아이들의 품위를 지켜주는 품위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세상이 혼란스럽고 떠들썩할 때일수록 사려 깊은 말을 하고, 사회 예절을 지키는 품위 있는 어른들이 많아져서 서로가 보고 배우며 살아가고 싶다.


 최근에 읽은 ‘어린이라는 세계’에서 작가는 『나는 어린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아 봐야 계속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믿는다. 안하무인으로 굴기를 바라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 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등학생인 동이(가명), 명이(가명)와 친구 3명은 대화방에서 하루 일상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동이가 학업을 이유로 대화방에 잘 들어가지 못했고 대화방에서도 명이가 건네는 말에 대답을 빨리하지 못했고, 간단하게 답을 하자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한 명이는 대화방에서 동이에게 갑자기 폭탄처럼 심한 언어로 단순한 욕설이 아닌 부모의 욕과 “사지를 00 죽여서 피부를 00고 00에 버린다”는 등을 여러번에 걸쳐 썼다. 충격받은 동이와 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알리며 처벌을 해달라고 했다. 단지 대답을 잘하지 않는다는 것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에 분노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이유이다. 명이는 초등학교부터 학교 생활을 하는 동안 늘 야단과 지적을 받아서 교사와 친구들에게 불만이 있는 생활을 보냈지만 지금은 담임교사와 친구들이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존중해주는 학교생활을 하게되어 좋아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방에서 자신의 감정 표현이 서툴렀고 학교생활에서 가지고 있던 극단적인 분노의 감정을 그대로 대화방에 쓰곤 했다. 글로 화난 감정을 쓰기보다는 얼굴을 맞대는 대화로써 서로의 감정을 이야기했다면 오해를 풀어가며 서투른 감정표현을 발전해, 조금은 더 존중하는 사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두 아이는 시간이 지난 뒤 동이의 용서로 화해를 했다.


사진 출처 - freepik


 어린이라는 의미는 사회에서 가장 약자로서 잘 보이지도 않고, 몸도 작고, 목소리도 작아서, 아마도 무례에 가까운 시선과 태도로 대해 왔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수십 년을 사는데도 인생의 많은 부분이 이 어린 시절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어려서부터 부당한 대접을 받았던 명이는 남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어떤 것일지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아이들)에게 품위 있는 세상은 결국 모두에게 품위 있는 세상이고. 그것이 결국 품위 있는 어른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아가 어린이(아이들)을 더 잘 이해해 보려는 노력은 나 자신을, 우리 이웃을, 나아가 사회 구석구석까지 살피려는 마음과 같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