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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의와 공정은 사기다(이재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1-08-26 17:25
조회
1302

이재성/ 인권연대 운영위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이 낳은 역사적 현상이다. 정치적 쟁점을 정치가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과 사법부에 떠넘겨온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대해진 검찰권력이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치의 사법화가 사법의 정치화라는 불행한 결말로 이어졌다. 레거시가 망해버린 보수세력은 정권교체 의지와 더불어 정치보복(이명박·박근혜처럼 문재인도 구속해달라!)의 염원을 담아 윤석열에 매달리고 있다. 각종 사회적 현안과 갈등 해결의 비전도 없고, 낡은 인식과 잦은 말실수에도 지지율이 버티는 배경이다. 윤석열 현상은 정치 불신과 혐오라는 반정치적 성향을 바탕으로 보복의 악순환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고 퇴행적이다.


정치검사의 시대에서 검사정치의 시대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 후보로 밀어 올린 계기는 정치권력에 대한 두 번의 항명이었다. 언뜻 보기에 비슷한 사건인 듯하지만 둘의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박근혜 정부 때는 국가정보원의 대선 여론조작 사건 수사를 검찰 수뇌부가 방해한 것이 문제였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수사를 시작한 게 문제였다. 하나는 수사를 못 하게 방해한 것이고, 하나는 수사를 무리하게 착수한 것이다. 특히 조국 일가 수사는 국민의 선택권과 대통령의 인사권에 검찰이 개입한 사건이다. 검찰이 수사를 무기로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비롯한 권위주의 정부는 정치검사 전성시대였다. 정치권력은 검찰의 조직과 이익을 보호해주고 검찰은 정권이 원하는 수사만 했다. 윤석열 본인도 정치검사였다. 이명박의 비비케이(BBK) 관련 면죄부에 일조한 뒤 출세가도를 걸었다. 윤석열이 이명박 때가 제일 쿨했다고 한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윤석열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정치검사의 길을 거부했다. 권력에 굴종하지 않고 검찰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 대한 윤석열의 항명은 검사정치 개막의 전주곡이었다.


윤석열의 편파적 정의감


 물론 검찰출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이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 군대가 정치를 해서는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윤석열은 검찰총장을 자진 사퇴하고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야당에 입당함으로써 총장 임기 중 벌인 일련의 수사가 반정부적 활동의 일환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은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이를 우려한 검찰 안팎의 많은 인사가 반대했으나 그는 결국 자기 욕심을 이기지 못했다. 검찰은 윤석열이 당선돼도 문제, 안돼도 문제일 것이다. 윤석열이 당선된다면 정적을 처단하는 칼이 될 것이고(촛불항쟁 이후 국민적 염원이었던 적폐청산과 비교하지 마시길!), 당선되지 못한다면 수사-기소 분리는 물론이고, 해체에 가까운 대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가 정의감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그 정의감이 이기적이고 편파적으로 작동해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윤석열의 세계는 피아로 나뉜다. 나를 기준으로 동심원을 넓히듯 내 식구, 내 조직(검찰), 내 계급(또는 진영)의 눈으로 선악을 판단한다. 윤석열의 이기주의에는 ‘내로남불’이라는 낡은 조어로는 설명되지 않는 퇴행성과 잔혹성이 있다. 아무리 보수주의가 인간의 이기심에 터잡은 이데올로기라 할지라도 윤석열처럼 역지사지가 통하지 않는 이기주의자는 이명박 이후 실로 오랜만이다. 편협한 자기확신으로 세상을 일도양단해서 자기 나름의 정의를 실행한 역사가 끔찍한 결말로 이어졌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윤석열과 검찰의 이기주의


 윤석열의 이기주의는 ‘제식구 봐주기’라고 비판받는 검찰의 조직이기주의와 뿌리를 공유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윤석열은 검찰이라는 조직의 이기주의를 만들어온 핵심 당사자이자 수혜자로서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윤석열 자신이 책임자였을 때 언론에 보도되어 우리가 알고 있는 제식구 봐주기 사례만 해도 부지기수다. 한동훈의 검언유착 사건 감찰을 막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 라임펀드 술접대 검사들을 구제하기 위한 ‘99만원 불기소 세트’, 스폰서 검사로 유명했던 김광준 검사에 대한 영장 반려 등 얼른 생각나는 것만 열거해도 이 정도다. 유검무죄 무검유죄인 셈이다. 그중 백미는 동생처럼 아끼는 윤대진의 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뇌물 혐의 사건이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최근 <시사인>의 고제규 기자가 쓴 기사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윤우진 전성시대’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5358에 정리가 잘 돼 있다) 윤우진은 해외로 도피했다가 국내로 송환됐지만 검찰의 무혐의 처분 덕분에 명예롭게 공직을 마친 뒤 잘살고 있다.


내로남불은 검찰의 학습된 정체성


 윤석열의 박애주의가 검찰 후배만이 아니라 후배의 식구한테까지 적용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검찰 전관비리(예우)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식구끼리 서로 봐주고 챙겨주는 문화는 퇴직 이후에도 이어지며, 변호사로 변신한 선배가 수임한 사건은 내 식구의 사건이 된다. 현직일 때 선배 사건을 잘 챙겨줘야 내가 퇴직했을 때 후배도 내 사건을 챙겨준다. 검찰은 대를 이어 먹고 사는 밥그릇 공동체다. 검찰의 내로남불은 오랜 기간 학습된 조직적 정체성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이라는 전근대적 규정 아래 강요된 조폭적 질서에서 윤석열처럼 내 식구를 보호하고 챙기는 데 능력을 발휘하는 검사들이 조직의 인정을 받고 출세했다. 임은정 검사처럼 주류 논리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이상한 애’ 취급받으며 왕따당하는 조직이 검찰이다. 그 주류 중의 주류가 윤석열이다.


 검사의 수사와 기소 업무는 판사의 재판 업무와 달라서 일정한 양형 기준도 매뉴얼도 없다. 말 그대로 검사의 양심과 검찰조직의 상식에 맡길 수밖에 없다. 대중이 보기에 명백히 죄가 있는데도 검찰이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하면 반박이 불가능하다. 죄에 비해 과도한 강제수사를 벌이거나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해도 제어할 방법이 없다. (법무부가 제도를 바꾼다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런 자의성이 쌓인 결과 지금 우리나라 검찰과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밑바닥이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모범택시>와 <빈센조>에서 주인공이 검찰을 믿지 못하고, 직접 나서 악의 무리를 처단하는 것은 이런 국민의 인식을 반영하는 설정이다.


김건희 모녀의 패밀리 비즈니스에 관한 의혹


 윤석열 처가와 관련한 의혹이 설득력을 얻는 배경에는 검찰을 비롯한 사법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존재한다. 주지하다시피 장모 최은순씨가 연루된 소송에서는 최씨가 모종의 특혜를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많다. 쌍방으로 송사가 붙으면 백전백승의 승률을 보였고, 공동범죄(ex: 요양병원 건강보험금 편취 사건)일 경우엔 혼자만 처벌을 면했다. 그 숱한 소송에도 불구하고 홀로 건재하던 최씨가 건강보험금 편취 사건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이후 법정구속 됐다. 그동안 누군가 최씨를 비호하고 있었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대택씨를 비롯한 소송 당사자들은 양재택과 윤석열이라는 두 명의 검사가 뒷배 노릇을 했을 거라고 주장한다. 양재택 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와 김건희씨의 특별한 관계는 가족이나 주변 친인척들의 육성으로 확인된다. 함께 해외여행을 간 것이나 양 검사 쪽에 큰돈이 건네진 사실도 확인된 상태다. 양 검사와 김씨의 불륜 의혹은 단순한 사생활이 아니라 검사의 권력형 비리 혐의와 관련이 있는 핵심 사안으로서 그 실체가 남김없이 밝혀져야 마땅하다. 공권력을 사적으로 부려 사익을 취했다면 나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범죄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당사자가 장차 퍼스트레이디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이라면 집중적으로 파헤쳐야 할 공적 의제라고 생각한다.


이기주의자 윤석열의 예상된 반응


 <뉴스타파> http://newstapa.org/article/_qx4L와 <뉴스버스>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180 등의 취재에 따르면, 김건희씨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달라고(상대방은 이를 위증교사라고 주장한다) 증인에게 1억 원을 건네려고 하는 등 어머니의 사업에 꽤 깊은 관여를 했다고 한다. 이른바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서도 김건희씨 이름이 등장한다. 그런데 역시 윤석열은 예상대로 아무것도 몰랐다는 태도다. 장모 관련 의혹들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 처음 알았다고 한다. 내 식구 챙기기의 달인답다.


 만약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전에 부인 정경심씨의 ‘회원유지(member Yuji)’ 논문이 발견됐다면, 이력서에서 한림성심대를 한림대로 표기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민정수석 재직 시절 부인 소유의 회사에 대기업들이 줄줄이 협찬을 했다면(코바나컨텐츠 협찬) 어떻게 됐을까? 주가 조작 의혹이 불거졌다면(도이치모터스) 지금처럼 언론이 조용할까? 한동훈의 표현처럼 “일개 법무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을 뽑는 선거다. 나는 이 거대한 침묵이 의아할 따름이다.


이재성 위원은 현재 한겨레신문사에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