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통신

home > 인권연대세상읽기 >  발자국통신

‘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발자국통신’에는 강국진(서울신문 기자), 김희교(광운대학교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 염운옥(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교수), 오항녕(전주대 교수), 이찬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 임아연(당진시대 기자), 장경욱(변호사), 정범구(전 주독일 대사), 최낙영(도서출판 밭 주간)님이 돌아가며 매주 한 차례씩 글을 씁니다.

사학은 설립자의 재산? 법 공부 좀 하시라 (정 원)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3:51
조회
339
사학은 설립자의 재산? 법 공부 좀 하시라-퀴즈로 알아보는 '사학-설립자'의 법적 관계는?

 
Q1. “많은 재산을 소유한 ‘갑’은 그가 기르는 고양이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고 싶어 한다. 방법은?”

법대를 다녔던 대학시절 2학년 1학기 ‘민법총칙’이라는 과목의 중간고사 문제였다.

민법에 따르면 사람(自然人)과 법인만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된다. 고양이는 사람도 법인도 아니므로 재산을 소유할 수 없다. 고양이에게 직접 재산을 물려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甲의 재산이 고양이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될 수 있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애묘가(愛猫家)로 유명한 ‘을’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고양이를 부탁하면 될까? 하지만 을의 마음이 변한다면 고양이의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

비교적 현실성 있는 대안은 갑의 재산을 출연해 고양이를 위한 재단법인을 설립하는 것이다. 이처럼 재단법인을 설립하면 갑의 재산은 그와 분리되어 별도의 법인격을 부여받게 된다.

이 정도를 쓰면 대체로 맞는 답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신문을 보면서 갑의 고양이가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무능한 민주화인사’나 ‘퇴물 좌파교수’들이 사학법인을 장악하여 사유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사립학교법 재개정과 맞물려 신문지상을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이 공공연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우리 사회가 법인의 본질과 기능을 오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070328web01.jpg

2006년 12월 21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열린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총회 총대 비상기도회에서 목회자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법인, 특히 논의의 중심에 서 있는 사학은 법률상 재단법인이다. 재단법인은 설립자가 정관작성과 출연행위 등 법인 설립행위를 마치면 설립자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권리의무 주체로 성립하게 되고 설립자와 법인 사이에 어떠한 법률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립자의 의사는 재단법인의 정관에 기재되어 법인의 목적과 활동범위를 규정할 뿐, 설립 이후 법인은 설립자 개인과 분리되어 별도의 법적 주체로서 정관 및 법령에 규율에 따라 운영되는 것이다.

이처럼 법인이 설립자와 분리되는 이상 법인과 관련해 설립자의 사유재산침해는 문제될 수 없음에도 일부 사학재단 운영자는 사유재산권 침해를 주장한다. 그들은 다음의 예를 들면서 임시이사제도의 폐해를 이야기한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기독교사학법인에 임시이사들이 파견되어 불교사학법인으로 학교체제를 바꿀 수도 있다고.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이와 같은 변경은 정관의 중대한 변경으로서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교육부가 감독권한을 적절히 행사함으로써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끝으로 다음 문제를 풀어보면 여러분들이 법인에 대해서 얼마나 이해하였는지 확인할 수 있다.

 

Q2. 독실한 A종교의 신자인 ‘병’은 A종교에 바탕을 둔 교육이념을 펼치기 위해 학교법인을 설립하여 운영 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병은 종교적 대각성을 한 후 전격 B종교로 개종하였다. 병은 위 학교법인을 B종교 교육을 위한 학교법인으로 변경하여 운영하려고 한다.  법률상 허용되는가?

 

정 원 위원은 변호사로 활동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