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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느 나라 경찰이고, 노동부 장관인가? (위대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5:17
조회
313
사람을 일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여 신체적 활동의 자유를 장소적으로 제한하는 행위를 형법은 감금죄로 처벌하고 있다. 이런 행위를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수단으로 하여 행하는 경우는 특수감금죄로 가중 처벌하도록 되어 있다. 이것이 대한민국 법이다.

눈물겨운 사연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어머니와 아들이 서로를 멀리서 쳐다만 볼뿐 만나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고등학생 아들의 이야기, 보름동안 농성장에 있는 아들을 보기 위해 병에 걸려 움직이기도 힘들지만 먼 길을 찾아왔다 먼발치에서 보고 돌아가야 하는 노부모의 이야기... 기독교기업이라는 이랜드 노조 노동자들의 가족 이야기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홈에버 매장과 뉴코아 강남점은 현재 이랜드 노조 노동자들이 19일째 점거 농성 중에 있다. 발단은 비정규직보호법이 통과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이랜드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했기 때문이다.

홈에버 매장과 뉴코아 강남점은 전투경찰과 그들이 타고 온 버스로 봉쇄되어 농성중인 노동자들의 가족들조차 서로 만나기 어려운 실정이다. 심지어 기자도 출입이 제한되고 의료지원도 제한되고 있는 형편이니 가족들이 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16일에는 경찰이 직접 이랜드 노동자들이 농성 중인 매장의 출입문을 쇠파이프와 쇠사슬로 봉쇄하면서 용접까지 해버리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070719web02.jpg서울 상암동 홈에버 월드컵몰에는 경찰이 살수차와 버스로 매장입구를 완전히 봉쇄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도대체 이런 짓을 하는 경찰은 대한민국 경찰이 맞는가? 혹시 이랜드 사측으로부터 용역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것 아닌가? 용역의 지위에서 한 것이든, 경찰의 지위에서 한 것이든 어쨌든 농성 중인 매장의 출입문을 용접까지 해서 봉쇄할 정도면 이것은 엄연한 감금이다. 경찰이 다중의 위력으로 타인의 매장 출입을 봉쇄하며 출입문을 용접까지 해가며 막아버린 것은 더도 덜도 아닌 특수감금죄에 해당한다. 누가 그런 결정을 하여 지시했는지 철저히 밝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특수감금)죄로 중하게 처벌해야 한다.

최신 기사를 보니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18일 “오늘 밤 이랜드 노사의 교섭이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점거 농성을 강제로 해산하겠다.”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랜드 사측은 일관되게 노조의 농성 해제를 교섭의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노조가 단체행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그런 수단을 통해서만 유일하게 사용자인 자본가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에 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식적인 노동자 대량 해고 앞에서 노동자 개인으로서 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리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법정 공방을 통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구제신청뿐이다. 하지만 같은 일의 재발가능성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구제수단은 매우 부적절할 뿐 아니라 같은 처지의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 볼 때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집단 해고된 노동자들의 구제와 재발 방지를 위한 교섭을 위해서라도 이랜드 노조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매장 점거 농성뿐이다. 이런 점거 농성만이 이랜드 소속 노동자들이 이랜드 회사 측과 대등하게 교섭할 수 있는 지위를 보장해주는 유일한 수단이고,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노동부 장관이라는 분께서 교섭이 자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점거농성을 강제로 해산하겠단다. 왜 자율적인 교섭이 이뤄지지 않는데 그 결과에 대해 일방적으로 노조 측에만 불리한 지위를 강요하려고 하는지 의심스럽다.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산재를 입은 경우 치료비를 지원하는 등 노동자에게 안전하고 쾌적한 일자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노동부의 존재 목적인 점을 잊은 것인가? 그런 존재 목적이 없다면 왜 노동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기만적인 말들을 남겨두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왜 이름이 노동부 장관인가, 차라리 기업부 장관이라고 할 것이지... 하긴 대통령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에 여념이 없으니 일개 장관이 대통령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아무리 그래도 노동자를 위한 장관이 정부에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070719web01.jpg지난 18일 저녁 이랜드 노사는 협상을 재개했다.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뭐 생각해보니 정부가 힘 있고 돈 많은 자들에게 굽신거리면서 힘없고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가혹하게 군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5년을 겪으면서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리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졌다고 외쳐보아도 참으로 정부란 주권자인 국민들의 정부는 아닌가보다.

그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도대체 어이가 없고 화가 난다. 어디다 대고 욕지거리를 퍼부어줘야 속이 풀릴 것 같은데, 욕지거리를 퍼붓는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고... 아무튼 많은 사람들이 이랜드 계열사에 대한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니 그래도 위안이 된다.


위대영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