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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통신은’인권연대 운영위원들로 구성된 칼럼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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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휴식 끝 500년간 잠수(이지상)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09 16:06
조회
333
지금으로부터 어언 20여 년 전
어떤 분께서 말씀하셨다.
상납이나 청탁을 위해 뇌물을 건네야 할 때는 정성을 다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별것 아닌 선물로 위장해서 전달할 것.
5공.6공 시절 자알 나가셨던 어떤 분은 아마 사과상자를(사과 진짜 들 은거) 다섯 개 정도 샀다지?
그중에 아래 깔린 찌질한 것들 다 빼고 때깔 나고 먹음직한 것들로만 골라서 한 상자에 옮겨 담고 그 밑에 사과 한 상자 값의 1000배 쯤 되는 수표를 쫙 깔아서 목표지점에 발~사.
(뭐. 그때야 계좌추적이니 수표추적이니 그런 거안해도 시비 거는 놈 없을 때니깐 그러려니 하고)
그 정성이 하늘까지 뻗치니 돈 받은 사람 기뻐하며 국회의원 공천에 도지사 장관자리까지
옜다~ 너가져라 싶었을 거고 돈 보내신 그 어떤 분 하나님 부처님 마고할머님 조상님께 감사한다고 십일조에 시주까지 넉넉히 했겠다.

지금으로부터 어언 10여 년 전
한동안 난해한 수학문제 같은 게 횡횡한 적이 있었다.
사과상자 한 개에는 현금이 얼마나 들어갈까? 별 실없이 쉰 밥 먹고 가죽피리나 나불대는
치들의 농(弄)으로 여겨졌던 말들이 전 국민의 관심을 산 적이 있는데 그게 글쎄 사과상자에 사과는 빼고 과감하게 현금으로 다 채워 고급승용차 뒷바퀴가 철렁 가라앉을 정도 꼬락서니를 해 갖고선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은밀한 거래를 한 것이 들통 났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야 그런 걸 시도조차 해볼 능력은 고사하고 거기까지의 상상력도 미치지 못하니 역시 뭔가 해본 놈들은 달라 싶다가도 편지봉투 달랑 한 장에 꽉 채운 현금 액수도 모를 형편이니 꿍시렁 시부렁거리기에는 딱 그만인 문제였겠다.

정답은 2억원
가로 161㎜, 세로 76㎜인 1만 원권으로는 사과상자(가로 51㎝, 세로 34㎝, 높이 28㎝ 기준)에는 1만 원짜리 2만장, 즉 2억원 분량이 들어간다. (새 지폐는 쪼끔 작아졌으니 1천만 원 추가 되겠습니다).사실 이 방식도 상당히 낡은 거라 앞으로 시도를 할 바보들은 없겠지만 우리 사임당엄니, 김구 쌤 등장 하시면 그 금액은 한층 화끈해 진다.
사과박스 한 상자에 현금 21억원...이야~~

어언 20여 년 전의 그 어떤 분 통탄하시겠다.
요즘 애들은 스케일 죽이는데 영 정성이 읍써....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으로부터 딱 5년 전
역시 세상은 창의력의 시대라 어린아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태교 태교 강조 하시더니 뭔가 하신다는 분덜. 세계 최초의 창발적 방식을 몸소 보여 주셨다.
개그맨 노 모씨가 유행시킨 “그래 가는 거야”가 이 냥반들의 오션스13 같은 멋진 한판 사기극에서 착안 한 것은 아닐까?
어쨌든 그래 가는 거야! 어디로? 고속도로 휴게소로.
뭐타고? 트럭타고. 뭐실코? 사과박스(사과 안 든거)
정말 화끈했다.
이른바 차떼기
난 이냥반들 이런 짓 하기 전까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내 머리 참 아둔하다.
이렇게 해서 거둔 돈이 한 팔백 몇 십 억쯤 된다지?
기업 리스트 쫙 뽑아놓고 “니네 우리 돈 안주면 창자를 뽑아놀껴~”라고 위협하는 듯한
야릇한 미소. 날카로운 눈매 앞에 기업들 열심히 보험 들었다고 하던데...

 

071107web04.jpg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사진 출처 - 오마이뉴스



드디어 그 보험
다시 들 기회가 생겨 버렸다.
세풍에 총풍. 병풍. 차풍까지 온갖 바람을 몰고 다니시는 그분께서 다시 오셨으니
세상은 추풍 맞고 떨어지는 플라타너스 이파리에 헤딩하며 쏘주 한잔을 향해 달려가는 쓸쓸 한 사내의 가슴처럼 싸아 하게 외로워진다.
그때 삥 뜯긴 기업들 이번에도 “쓰라린 가슴안고 오늘밤도 이렇게 울다 잠이 들어야” 할까? 말까?

다시 어쨌든 차떼기 정말 대단하다.
집안에 발 디딘 것도 아니고 문고리 잡고 살짝 잡아다닐까 말까만 했는데도 온 나라가 난리다.
이전에 주식 떼기 땅 떼기 했다고 의심을 받는 그분. 대통령 다 된 것처럼 어디가도
시커먼 라이방 쓰고 사열 받던 그분의 위상을 거의 작살수준까지 만들어 놨으니...

우리 국민들의 수준도 정말 대단하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 보는 법 국민들 대다수가 흠모해 마지않는 뭉텅이 돈의 위력을 단 43일 만에 동지섣달 눈발 날리듯 뿌려주실 그분의 놀라운 능력을 미리 알아보지 않나?
뭐 ~ 다시 어쨌든
그분. 차떼기의 그분 돈 정말 잘 걷는다.
다들 잘 아시는 농담
누가 지옥엘 갔는데 여기저기서 앗뜨거 앗따거 옴매 나죽어 하는데 제일 편해 보이는 게 화장실에서 담배 피는 놈이더래
그래서 저 이거 할래요 그랬더니 5분 휴식 끄~~~읕 500년간 잠수 그랬다며?

아 ~ 까먹었다.
돌아온 그분께서 예전 대선 때 쓰신 안기부돈 1200억 국세청 돈 230억도 다 국민 세금이라지?

 

 이지상 위원은 현재 가수겸 작곡가로 활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