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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면서 지켜봐 주는 교육 (김영미)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17-06-26 22:12
조회
275

김영미/ 인권연대 운영위원



찬이는 올해 특수학급의 3학년 학생이다.

찬이를 본 것은 2년 전 학년 초에 화장실에서였다. 지적 장애에 걸음이 많이 불편한 두 다리의 장애를 가진 학생으로 젖은 바지를 어쩌지 못해 엉거주춤 서있었고 그 옆에 할머니가 계셨다.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느껴서 찬이에게 다가갔지만 찬이는 완강히 도움을 거절했고 할머니는 난감한 얼굴로 우리를 보셨다. 그때 우리에게 너무 어눌한 표현으로 마지못해 묻는 말에 대답을 했던 소극적인 찬이를, 최근에 복도에서 마주쳤다. 찬이는 밝은 얼굴로 복도를 씩씩하게 지나갔다.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몇몇 교사들과 함께 찬이를 특수학교로 전학을 보내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더 좋은 교육이 아닐까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불편한 두 다리로 학교생활을 해나기 힘들 것 같았고(계단과 화장실 등), 표현이 많이 어눌해서 학급 학생들 사이에 적응 또한 힘들어 보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서 소변을 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몇 달도 되기 전에 학교에서 볼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찬이는 이러한 우리들의 우려를 뒤로 하고 빠르게 학교생활에 적응했는데, 학급에서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며 생활했고, 복도에서도 밝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교사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찬이는 적응을 잘해나갔다.

 

bal05110901.jpg청주 금천초등학교에서 열린 통합교육 사례 발표회에서 장애를 가진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들이 이 함께 어울려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교사들은 장애를 가진 찬이를 과도하게 보호하려고 했었고, 찬이를 위하는 방식으로 분리되는 교육방식을 택하는 “특수학교 교육”을 생각했었다.

학교는 장애의 유무에 관계없이 “만남”을 통해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이질적인 타인에 대한 인정과 용납의 능력을 갖도록 하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장애를 가진 학생은 사회적응력을 높이고, 비 장애학생은 타인에 대한 관용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다. 참다운 통합교육은 장애를 가진 학생이 비장애 학생들과 교류를 하면서 생활해 나가도록 기다리면서 지켜봐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고백하건 데 떠난 탁이도 그러했다. 탁이는 자폐에 지적 장애를 지닌 학생이었다. 신입생으로 입학한 탁이는 잦은 지각과 결석, 학급에서 학생들의 물건을 훔치는 도벽이 있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수시로 학교를 뛰쳐나가 자전거로 학교 주위를 위험스럽게 다녔고, 학교 안에서는 교사식당과 시청각실 등 각종 특별실 앞에 대변을 보곤 했었다. 이러한 문제들은 기다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탁이는 학교생활이 1년이 지난 후에 졸업한 초등학교의 학생들에게서 돈을 빼앗았고, 같이 생활하는 특수학급의 여러 학생들에게도 같은 행동을 보여 교사들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주었다.

우리는 탁이의 격리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해서 탁이에게 전학을 권했고, 학교를 떠나보냈다. 이후 탁이가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고, 가끔씩 학교 주위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탁이를 보면서 그때 우리가 조금 더 기다려 주었어야 했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아직도 미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

 

김영미 위원은 현재 불광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