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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위기설의 파장(장경욱)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4-02-14 14:44
조회
693

장경욱 / 인권연대 운영위원


북에 대한 위협은 전혀 알지 못하고 감각조차 없는 곳이 있다. 북으로부터의 위협은 시도 때도 없이 세뇌된 사람들이 즐비한 이 곳에서 최근 북 최고인민회의에서 한 북 지도자의 새 대남정책에 대한 시정연설에서 특별한 위기나 변화를 느끼기는 사실 어렵다.


북의 새 대남정책의 핵심은 대한민국은 동족이 아니라 제1의 주적에 해당하는 타국이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무력으로 점령, 편입(통일)하겠다는 것이다.


사진: Vehicles carry missiles during a military parade in Pyongyang. Sue-Lin Wong/Reuters


이곳에서 북이란 존재는 늘 기습남침으로 무력 적화통일을 기도하는 주적이었기에 기실 달리 느껴질 만한 게 없어야 정상이다. 북의 입장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을 위한 관련단체들을 폐쇄하고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하였다고 한들 이곳에서야 북의 평화통일 정책은 단 한 번도 존재한 적도 없고, 오로지 통일전선전술에 따른 평화협정 체결, 국가보안법 철폐, 주한미군철수를 위한 대남선전선동 공세요, 한반도 적화통일을 위한 기만형 위장평화공세로 치부되어 왔을 뿐이다.


혹시라도 이곳에서 북의 대남정책이 새롭다고 여겨지는 이들이 있다면 국가보안법의 먹잇감이 될 소지가 다분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기존에는 북이 대한민국을 동족관계, 동질관계에서 화해와 통일의 상대로 규정하고 조국의 자주적,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대화와 협상으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자 노력해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북의 새 대남정책에 특별한 반응이 없는 반면, 제국의 비둘기파들 사이에서는 올해 한반도 핵전쟁 위기의 목소리가 드높다.


북미 핵협상의 고비마다 북을 수시로 오가며 북과 협상에 임했던 로버트 갈루치(1994년 북미제네바 합의 당시 핵협상 담당), 시그프리드 헤커(세계적 핵물리학자로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소장 역임, 총 일곱 차례 북 영변 핵시설 방문), 로버트 칼린(미CIA 동북아 담당 국장, 대북 협상 수석 고문, 30회가량 북 방문) 등이 올해 한반도 상황이 6·25전쟁 직전만큼이나 위험하다며 미국의 대북정책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외교안보전문매체 또는 북 전문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이구동성으로 올해 한반도 핵전쟁 발발 가능성이 심상치 않다며 북미관계정상화 추구를 통해 한반도 핵전쟁 발발 위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진지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최고의 대북전문가로 통하는 미 대북협상파들의 한반도 핵 전쟁위기 경고에도 이곳에서의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다.


극우보수세력을 대표하는 국방장관은 미 대북협상파의 ‘한반도 전쟁 위기설’은 지나치게 과장된 반응이라고 일축한다. 북이 진짜 전쟁을 하려 한다면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대량 수출할 수 있겠냐며 북의 허세성 공갈위협에 불과한 대남심리전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부인한다.


한편으로 ‘한반도 전쟁위기설’을 부인하는 이곳의 극우보수세력의 심리 근저에는 한반도 전쟁 위기가 도래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는 믿는 구석이 있다. 한미일 군사동맹의 철통같은 억지력이 구축되어 가일층 강화되고 있고, 나아가 올해 하반기부터는 한반도 유사 시 미국의 핵을 활용하는 방안을 포함한 한미연합연습을 시행할 정도로 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실질적으로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리라.


오늘도 힘의 확고한 우위를 믿는 극우보수세력은 연일 한반도 유사 시 즉(즉각), 강(강력히), 끝(끝까지) 응징을 외치며 적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의 종말을 고하겠다고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그 자신만만함에 기반한 극우보수정권의 강경대응 노선이 북의 새 대남정책과 맞닿아 갈등과 충돌을 불러와 끝내 한반도 전쟁위기를 기어이 몰아오지 않을까 제일 두렵다. 북의 핵미사일 무력의 급속한 성장과 고도화가 지속되고 이러한 성장세가 우리 눈앞에 현실이 된 상황에서도 비공식적 핵보유국을 상대로 오로지 ‘즉, 강, 끝’을 외치는 극우보수세력의 인식과 태도야말로 아둔함 내지 허장성세 아닐까 매우 우려스럽다. 미국의 대북협상파들의 경고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여 보기를 바란다.


‘한반도 전쟁 위기설’ 경고에 대응해 넋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올해 한반도 전면전의 위기를 상정하고 북미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책 모색을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대화파의 합리적 견해를 수용하는 자세로 우발적 충돌과 국지전을 미연에 방지할 국내외 여론 조성이 시급하다.


서해의 영해경계선을 둘러싼 국지전 발생의 우려가 크게 대두된다. 북의 새 대남정책에 따라 북이 헌법에 영토조항을 명시할 경우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영토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과의 충돌은 필연적이고 불가피하다. 특히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영해로 고수하는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북과의 갈등은 물리적 충돌과 국지전 발생으로 이어지고 한반도 전면전을 불러오는 뇌관과 같다.


평화적 해법은 요원하다. 이곳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은 영해선이 아니므로 대화와 협상에 의해 명백히 경계선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조차도 이적시되고 종북몰이의 대상이나 국가보안법의 먹잇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다.


한반도 핵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의 금기를 넘어서, 국지전과 전면전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이 절실하다. 강대강의 대결로 충돌을 불러오기 전에 그 해법이 반드시 마련되어야 하므로 방법은 오로지 대화와 협상 밖에 없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무수한 평화적 해법의 선택지를 창출하는 것이 한국 민중의 당면 사활적 과제임에도 국가보안법은 한국민중으로 하여금 이러한 평화적 문제 해결을 위한 가능성에 접근조차 할 엄두도 낼 수 없도록 억압하고 있다. 한반도 전쟁 위기설을 잦아들게 해서 전쟁의 참극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한국 민중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통해 한반도 전쟁 위기 문제의 당사국의 주권자로서 남과 북 또는 국제적 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법 마련에 주체적으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국가보안법에 짓눌려 한반도 전쟁의 위기가 시시각각 엄습함에도 언제까지 북맹과 사대에 최면이 걸린 극우보수세력의 아둔함과 허세에 맞장구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