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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부금 20.79%와 국민 역량의 침식 현상(강대중)

작성자
hrights
작성일
2026-07-28 10:43
조회
800

강대중/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편 논의가 뜨겁다. 내국세의 20.79%를 지방교육재정으로 자동 할당하는 현재의 방식은 1972년 도입 이후 교육재정의 안정적 확보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올해 반도체 호황으로 내국세가 대폭 늘어날 것이 확실해지자 이 방식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예산 당국의 의지가 강력하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유보통합, AI 교육 등 여전히 교육재정 수요가 크다며 현재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는 20.79% 자동 할당 덕분에 시도교육감이 책임지는 초·중등교육 분야에 교육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왔다. 반면 여전히 답보 상태에 있는 유보통합에서 볼 수 있듯 영유아 단계 교육이나 교육감의 소관이 아닌 고등교육 예산을 늘리는 데에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국세의 일정 비율이 교육에 자동으로 할당되기 때문에 기획예산처는 일반회계에서 교육 예산을 늘리는 것에 매우 인색하다. 국가 채무가 1,300조 원을 넘어섰고, 올해도 100조 원 이상 재정 적자가 예상된다니 인색하게 대하는 이유가 없지 않다.

 

교육부와 기획예산처의 교육교부금에 관한 입장 차를 좁히기 위해 대통령 지시로 지난 7월 8일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 기획예산처 장관과 교육부 장관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평행선을 달린 이 토론회에 나는 평생교육계를 대표해 참석했었다. 두 차례 주어진 발언 기회에서 나는 우리나라 교육 예산의 구조적 불균형 상태, 특히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듯 추락하는 평생교육 예산의 심각한 결핍 상태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중등교육 단계에 집중된 예산 투자가 성인기 역량 침식 문제를 방기하는 현실도 고발하지 않을 수 없었다.

 

OECD는 두 가지 국제역량조사를 주기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하나는 만 15세 학생의 역량을 조사하는 피사(PISA)이고, 다른 하나는 만 16세부터 65세 성인의 역량을 조사하는 피악(PIAAC)이다. 가장 최근 조사인 PISA 2022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평균보다 40~50점을 능가하는 매우 우수한 역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오래전부터 우리나라 학생들의 PISA 점수는 세계 최상위권이었다. 성취 수준이 5수준 이상인 상위권 비율도 우리나라는 수학 23%, 읽기 13%, 과학 16%로 OECD 평균인 수학 9%, 읽기 7%, 과학 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평균 수준이나 최상위권 비율 면에서 우리나라 15세의 역량 수준은 세계를 압도하고 있다.

 

그런데 2024년 공개된 성인 대상 PIAAC 조사 결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성인의 역량 점수는 OECD 평균보다 10점 이상 낮았고, 나이가 들수록 역량 수준이 감소하는 속도도 다른 나라보다 매우 급격했다. PIAAC은 언어능력, 수리력, 적응적 문제해결력 세 영역을 조사하는데, 문제해결력의 최고 성취 수준은 4수준이다. 우리나라는 4수준에 도달한 성인 비율이 고작 0.9%에 불과했다. OECD 평균이 5%인데, 핀란드는 13.2%, 일본은 9.6%, 스웨덴은 8.8%, 독일은 7.5%에 달한다. 핀란드나 일본은 100명의 성인 중 문제해결력이 뛰어난 성인이 10명 정도 되는데, 우리나라는 1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성인기의 낮은 문제해결 역량은 개인의 삶의 만족도, 사회 갈등 조정과 통합,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결과가 10년 전부터 나타났는데 아무 대응도 하지 않은 것이다. OECD는 2013년 PIAAC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는데, 그때보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매우 안 좋아졌다. 2013년 발표된 조사에서 우리나라 성인 중 문제해결력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비율은 3.6%였다. OECD 평균은 5.8%였고, 핀란드는 8.4%, 일본은 8.3%, 스웨덴은 8.8%, 독일은 6.8%였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다른 나라는 그 비율이 높아지거나 유지되었는데 우리나라만 크게 떨어진 것이다.

 

PISA에서는 세계를 압도하는 역량 수준이 PIAAC에서는 형편없는 수준으로 떨어지는 '국민 역량 침식 현상'과 우리나라 성인기 교육 투자 사이에는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 교육이 끝난 이후의 생애 단계에 대한 교육재정 투자가 거의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수준으로 추락한다. 우리나라 성인들의 역량 수준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지만, 우리 사회는 이 문제를 교육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교육계에도 이 문제가 교육재정을 투자하여 해결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EBS 뉴스 영상 갈무리


 

2026년도 교육부 예산이 106조 원인데, 확실하게 평생교육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것은 800억 원에 불과하다. 2026년 서울시 예산 약 51조 원 중 평생교육 예산은 약 2,300억 원이다. 교육부보다 서울시가 평생교육에 더 많이 투자하는 셈이다. 그런데 서울시 총예산의 0.4%에 불과하고, 서울 시민 1인당 기준으로는 약 25,000원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초등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연간 2만 달러이고, 중·고등학생은 25,000달러, 대학생은 15,000달러이다. 계산을 편하게 하려고 환율을 1달러당 1,000원으로 계산하면, 서울시가 시민 1인당 기준으로 중고·등학생의 1,000분의 1 수준의 예산을 평생교육에 투자하는 것이다.

 

평생교육은 시도교육감의 소관 업무이기도 하다. 2024년 결산 기준 17개 교육청의 지출 총액이 약 95조 원인데, 평생교육으로 분류되는 예산은 1,977억 원이다. 0.21%이다. 유럽의 스웨덴은 지방정부가 성인들을 위한 기초교육이나 중등교육, 이민자 스웨덴어 교육과 같은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는 데 교육 예산의 3%를 지출한다. 이런 교육재정 투자를 생각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심각한 역량 침식 현상은 어쩌면 매우 당연할 수 있다.

 

지금처럼 절벽에서 떨어지듯 성인기 평생교육 투자에 관심이 없으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하다. AI 발전으로 일어나는 사회경제적 대전환은 학령기 학생만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역량 수준을 높여야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교부금 개편 과정에서 평생교육 재원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까?

 

첫째, 교육부가 평생교육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평생교육 주무 부처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우선 대학의 평생교육 정책이라도 책임져야 한다. RISE 사업 도입 이후 지역 대학들이 운영해 오던 성인 학습자 전담학과를 축소하고 통폐합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대의 미래융합대학 사태가 대표적이다. 교육부가 지역 대학의 평생교육체제 구축 예산을 다시 확보하고 직접 정책을 챙길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감들이 시도교육청 예산의 최소 1%라도 평생교육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결단을 해야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평생교육은 무엇보다 학부모가 주 대상이다. 현재 학교의 심각한 문제가 교사-학부모 갈등이다. 이 갈등은 대부분 자녀의 학교생활과 관련한 문제 상황에 부딪힌 학부모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자녀의 학교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학부모의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 교육청이 학부모를 위한 평생교육 예산을 늘려서 학부모 전체의 문제해결 역량을 높이는 것이 교사-학부모 갈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중요한 방법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로,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나는 국세를 활용해 조성되는 미래대응기금의 사용처로 국민 전체의 평생학습 지원을 명시해야 한다. 기획예산처의 의도대로 교육교부금 20.79% 자동 할당을 없앤다고 해도 초·중등교육에 집중된 교육 예산 구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그런데 현재 심각한 국민 역량 침식 현상에 대응하는 것을 계속 미룰 수는 없다. 미래대응기금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